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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다.
2018년도 다 지나갔다.
새해가 다가온다는 사실은
해를 거듭할수록 행복보다는 두려움이,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일기를 매일 쓰겠다는 결심은 매년 새롭게 한다.
늘 그렇듯, 예쁜 다이어리부터 장만하고,
1월부터 2월까지는 그럭저럭 쓰다가
그 이후부터는 깔끔한 것이 올해,
그리고 그 전년, 그리고 그 전년도의 일기장 상태다.
그만큼 '기록'의 중요성을 체감하고는 있지만
전혀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나에게
덜컥 숙제가 주어졌다.
<나의 일 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나에게 자랑스러웠던 것,
아쉬웠던 것, 만족스러웠던 것을
하나씩 적어보라는 게 참 당황스러웠다.
어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일기 하나 꼬박꼬박 쓰지 못하는 나에게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들은 당혹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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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올해도.
잘 될 거야, 내년에도.
사실 이 말이 듣고 싶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올해였고,
부족함이 많았던 올해였고,
죄책감 없는 마음으로 새해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수고했고 잘 했다는 말이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나의 일 년>의 답을 하나씩 채워가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스스로 정의내리기 힘들었던 순간들을,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그때의 심정을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2018년을 제법 정리했다.
생각이 정리되면 정리될 수록,
빼곡하게 <나의 일 년>이 채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