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독서로 월 100만 원 모으는 비법 - 현직 교사가 7년 동안 읽고, 쓰고, 실천한
안명숙 지음, 김태광(김도사) 기획 / 위닝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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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불찰이다. <재테크 독서로 월 100만 원 모으는 비법>이라는 제목을 읽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처음부터 깔끔하게 정리하고 시작하겠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이것을 통해 대가를 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부업을 하려 이 책을 읽으려 한다면, 바로 관두시길. <재테크 독서로 월 100만 원 모으는 비법>에선 내가 원했던 것처럼 책 읽기나 관련된 글쓰기를 통해 돈 버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은 돈을 아끼는 방법을 얘기한다. 우리가 모두 알고는 있지만, 머리로만 알고 실천하지 않았던 것들을 저자 안명숙 씨는 직접 실천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꺼내 보인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직접 실천했더니, 4년 만에 1억2천만 원의 빚을 갚았다고. 


사실 많은 사람은 그들의 20대를 빚과 함께 시작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 ‘빚’. 사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그 상황 속에서 책을 기억해내고 책들이 이야기하는 세 가지 방법을 실행에 옮겼다는 저자의 고백은 그의 좋지 않은 상황을 충분히 짐작 가고도 남게 했다. 저자가 책 속에서 발견한 세 가지 방법의 하나는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으며 지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팔아야 한다. 셋째, 수입을 늘려야 한다. 사실 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늘리면 돈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머릿속으로 알고 실제로 실천하기 꺼리는 것들을 저자는 진짜로 해냈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었던 <재테크 독서로 월 100만 원 모으는 비법>.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강한 신념을 지닌 한 사람이 책을 통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는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저자의 강한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지식을 습득하고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은 정말 배울만한 자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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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닮은 너에게 애뽈의 숲소녀 일기
애뽈(주소진)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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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봄의 숲.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멈추고 숲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아요. 애뽈 작가의 신작 <숲을 닮은 너에게> 속 한 구절이다. 이 구절로 아마 작가가 왜 <숲을 닮은 너에게>를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쓰기로 했는지가 설명될 것이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숨 돌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과 그림을 통해서라도 ‘잠시’ 숨 고를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그 마음이 글과 그림을 통해서 나에게로 전달되었다. 그 따뜻한 마음씨가 고마워서 <숲을 닮은 너에게>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앞만 보며 바삐 걷기보다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여유가 필요한 때임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애뽈 작가의 말이었으니까.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일도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도 있어서 그저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면 되는걸요.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좌절하지 말아요. <숲을 닮은 너에게>는 애뽈 작가가 세상과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숲소녀’라는 가상 인물의 입을 빌려 전한 책이다. 책을 읽다 보니 숲소녀가 철학자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어린 왕자나 빨강머리 앤과 같은 주인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셋 다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갔다는 것, 그리고 명언들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던 걸까. 그곳에 가기 위한 과정들도 한 걸음, 한 걸음 의미가 있다는 걸요. 이런 것들을 벌써 알고 있다니, 아마 어린 왕자와 숲소녀 그리고 앤이 만났다면 서로 공감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발길에 채는 돌멩이 하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 같아 보이는걸요.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알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해 하며 기뻐하는 숲소녀를 보는 내내 마음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일러스트에 따스한 감성까지 더해져 잊을 수 없는 사계절의 추억을 아름답게 담아낸 <숲을 닮은 너에게>. 특별함을 멀리서 찾지 말아요. 어쩌면 이런 사소한 행복이 쌓이고 쌓여 나만의 특별함이 되어가는걸요. 어쩌면 행복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바로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숲을 닮은 너에게>라는 책을 통해서, 숲소녀의 일기를 통해서 그 행복이 이미 나를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애뽈 작가의 마음속에도 숲소녀가 있듯이, 너와 내 마음속에도 각자만의 숲소녀와 숲소년이 한 명쯤은 자리하고 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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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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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사망은 애플을 평범한 조직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잡스 없는 애플은 실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조차 ‘곧 재앙이 닥칠 것’이라 예견했던 잡스 없는 애플. 그러한 상황에서 잡스가 떠난 애플 CEO 자리에 앉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팀 쿡이었다.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팀 쿡이 잡스의 뒤를 잇는다는 게 알려지자 세상은 팀 쿡이 이끌 애플의 어두운 미래를 예측했다. 대체 어느 누가 죽어서도 함께하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탁월한 선지자와 겨룰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의 걱정과 세상의 비관적인 시선 속에서 이루어진 팀 쿡의 임명. “축복이자 저주”로 여겨진 팀 쿡의 애플 CEO 인생이었지만 팀 쿡은 오늘날의 애플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어떻게? 그는 스스로 스티브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어요. 대신에 그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주력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란 쿡이 언제 가면 되느냐고 물었다. “지금 당장.” 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러운 전화 이후, 쿡은 몇 달 되지 않아 애플의 CEO가 된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의 한 소도시에서 성장한 이 소년은 과연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 애플의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책 <팀 쿡>은 이 질문에 답한다. 그건 바로 팀 쿡의 강인한 신념 안에 숨겨져 있었다. 모든 것을 접할 때보다 더 낫게 만들어놓고 떠난다. 팀 쿡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꼼꼼한 살림꾼” 역할을 맡고 있었고, 어디나 “일을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 줄 아는 리더”였다. 조용하고 침착하며 차분하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모든 면에서 대담하고 단호한 리더”의 모습도 보여준 팀 쿡. 그의 이러한 성격과 신념은 스티브 잡스 시대의 애플보다 눈에 띄게 도약한 팀 쿡 시대의 애플이 어떻게 도래했는지에 대한 증거다. 팀 쿡은 자신의 삶과 회사의 방식, 그리고 성공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옳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해야 한다! 그는 단지 보여주기 위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옳은 일을 하는 것, 그 자체에 진정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팀 쿡의 이러한 노력으로 애플은 세계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사상 최초의 기업이 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기업이 되었다. 팀 쿡이 그동안 공부하고 배워왔던 훌륭한 전략과 그의 삶의 신조인 훌륭한 가치관이 합쳐져 오늘날의 애플을 만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에 생명력을 부여했다면, 팀 쿡은 이를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끌어올리며 회사를 번성케 했다. 그 누구도 아닌 팀 쿡으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주력한 팀 쿡. 


그는 스스로 스티브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어요. 스티브 잡스라는, 이 세상에 무척 큰 흔적을 남긴 사람의 뒤를 이어 수백만의 광팬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의 CEO 자리에 앉는다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그건 정말로 미친 짓에 가까워 보였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예견했던 말들, 그러니까 이제 내려갈 일만 남은, 이건 완전 독이 든 성배라는 이야기들이 옳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저 문장을 읽자마자 나는 팀 쿡의 팬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과는 다른, “조용한 리더”이자 “모든 면에서 대담하고 단호한 리더”로서 그는 애플을 결속력 있게 이끌었다. 애플을 비롯한 전체 기술 업계를 ‘윤리적 개혁’의 길로 이끌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선한 행보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팀 쿡과 그의 팀 애플. 당신은 오늘 혁신했습니까? 세계는 팀 쿡과 그가 이끄는 애플의 미래를 더욱더 궁금해한다. 나 역시 그렇다. 왜냐면 그들의 역사는 아직 진행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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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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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독이 찬 지 오래로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었다가 모종의 독에 감염돼 병원 신세를 지게 된 ‘나’는 그곳에서 새벽마다 기이한 소리를 듣는다.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성한 곳 하나 없는 옆 침대의 남자가 ‘나’와 단둘이만 있게 되면 중얼중얼,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조몽구. 무언가에 홀린 듯 조몽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나’. 사흘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그의 이야기 전체는 다름 아닌 바로 ‘독’과 ‘독성’, 요컨대 이 세상에 미미한 독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려 애썼지만 잊지 못했고,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나지 못했던 조몽구의 독과 독성에 대한 고백. ‘나’는 조몽구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던 말들을 회고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그의 이야기는 나를 흔들고 자극하고, 그리하여 깨워놓고 있었다고. 


나는 손과 이마로 온갖 독성을 흡수하고 있었어. 그건 그야말로 독이 독을 부르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이었어. 그런데 그 낙인은 대체 누가 찍은 것일까. 태아 시절부터 조몽구와 독의 비극적인 인연은 시작됐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조몽구는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어린 시절부터 이마에 통증을 느꼈다. 손을 짚고 있으면 그나마 견딜 만했지만, 통증은 더욱더 심해져 어린 조몽구가 ‘괴짜’로 놀림 받는 데 큰 일조를 하게 된다. 외톨이 생활을 지속하던 조몽구에게 도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삼촌이었다. 독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삼촌은 어린 조몽구에게 독에 대해 설파한다. 세상에는 함부로 맛보았다가는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있지. 독이야. 독은 위험하지만 무척 흥미롭거든. 독에는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말이야.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그때 문득 그는 자신이 세상의 모든 독으로부터 공격당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온몸으로 세상 모든 독을 흡수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 중심에 이마가 있었다. 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 조몽구의 삶은 어른이 되어서도 별다를 게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독을 더는 배척하거나 자신으로부터 빼내려 하는 게 아니라, 독과 함께하는 것을 택했다는 것, 독을 내뿜는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사랑과 원한.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랑을 만나면 약이 되고 원한을 만나면 독이 돼.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우리의 하루하루는 독과 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이지. 


삶이라는 책 한 장 한 장에는 독이 묻어 있어. 네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모두 넘기고 나면, 그로 인해 중독되고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돼. 그러나 너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인생을 독과 연결지어 표현한 이 문맥에 꽂혀 그대로 읽기 시작한 장편소설 <독의 꽃>. 사실 죽음을 독과 함께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처음에는 <독의 꽃>에서 풍기는 특유의 으스스함이 낯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독의 꽃이야. 


한마디로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독을 몸에 지니게 되고,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그 독을 더욱 키우고, 그 독을 약으로 사용하고, 그러다가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게 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게 바로 <독의 꽃>의 내용이다. 조몽구라는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힘을 매우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 독과 약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얼마나 사용하느냐’의 차이, 그 하나였다. 생각해보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에게 독이 되는 것, 그리고 약이 되는 것은 공존한다. 어차피 둘의 차이는 올바른 용량뿐이니까 문제는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비롯된다. 무엇을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지. 조몽구의 선택은 우리의 앞에 놓여있다. 선택의 결과도 함께. 조몽구의 삶을 잣대로 삼아 그의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다른 독의 방향으로 흘러가 보는 것은 어떨까. 원래 독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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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8
토베 얀손 지음, 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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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프킨이 떠났어. 이제 가을이야. 가을이 찾아왔다. 무민과 그의 친구들이 사는 곳에도 역시 가을이 찾아왔다. 모두 각자 다른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던 무민 가족의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쓸쓸함의 대명사이자 외로움을 나타내는 계절 가을에 무민의 친구들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각자의 삶 속에서 외로움과 고통을 움켜쥔 채 살아가고 있었던 여섯 친구들은 모든 아픔들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여름날의 무민 골짜기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그곳으로 향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정겨운 여름날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헤물렌은 무민 골짜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무민 가족은 늘 내 주위에 있는 존재 같았어. 그러니까 나무처럼 말이지. 아니면 물건처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자신들의 괴로움을 보듬어 줄 따뜻한 장소인 무민 골짜기는 휑하니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무민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무민 골짜기를 지키게 된 것은 상처투성이인 여섯 친구들. 외롭고 쓸쓸한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로 텅 빈 무민 골짜기를, 그리고 자신들의 공허한 마음을 채우게 될까? 


가을이 조용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간이자, 필요한 무엇이든 창고에 그득하게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 가을 하면 쓸쓸함과 고독이 떠오르긴 하지만 또 동시에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무민 가족의 친구들이 텅 빈 곳간에 수확물을 가득 채우듯 공허한 마음과 주인 없어 썰렁한 무민 골짜기를 어떤 이야기로 채우는지에 집중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계절의 변화,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부분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점점 더 짧아지는 가을을 그리워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서 눈여겨본 것은 바로 주인공이었다. 다른 무민 연작 소설들과는 달리, <늦가을 무민 골짜기>의 주인공은 무민 가족이 아닌 이 여섯 친구들이었으니까. 이 친구들의 성장 소설이라고 바꾸어도 손색없을 만큼 말이다. 각자의 고통과 공허함을 극복해나가는 그런 이야기. 


위험한 단어들과 함께 동물은 점점 중요한 시점에 다다르고 있었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그 동물은 이제 더는 숨지도 않고 주위를 살피고 귀 기울이며 아무 두려움 없이 숲 가장자리를 따라 어두운 그림자처럼 살금살금 미끄러져 들어왔다. 나는 이 책이 ‘동물’들의 성장기로 보았다. 무민 가족의 따스함이 그리워 무민 골짜기로 찾아온 이들은 처음엔 무민 가족의 흉내를 낸다. 따스한 기억으로 남겨진 무민파파와 무민마마를 떠올리며 그들이 했을 법한 행동들을 서로에게 한다. 하지만 그 일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그들의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전에 느꼈던 따스함이나 포근함은 느낄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무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묻노라, 행복이란 무엇인가. 골풀과 갈대, 수렁을 떠나 항해하며 바다의 너른 자유를 그려 보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다행히도 여섯 친구들은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는다. 무민 골짜기에서 머문 시간 동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의 태도 변화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거였다. 무민이 아닌. 그 누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닌 나 자신이 되는 것.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덮으면서 새삼 ‘좋은 사람’의 기준을 새롭게 느꼈다. 이렇게 무민 가족을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많다니. 무민 가족들이 참 좋은 친구였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독자들이 아직까지도 무민 연작소설을 반기는 게 아닐까.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무민 가족과도 같은 사람으로 기억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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