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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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예능을 보고 있으면 세상은 넓고 독특한 사람은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특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쉼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송 때문인지 메뚜기 분장을 하고 메뚜기를 연구하며 메뚜기에 잡혀 먹히고 싶다는 곤충학자는 귀엽기까지 하다. 적어도 무생물에 빠져 사랑을 하고 결혼까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책<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메뚜기를 사랑한 곤충학자의 순수한 열정 내지 좌충우돌 탐험기 정도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메뚜기를 연구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그에 비례해 수많은 논문이 나온다는 것도 이와 관련된 단체가 있다는 것도 모든 게 생소하면서도 놀랍다. 그도 그럴 것이 메뚜기 연구가 인류 생존과도 연관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 지구 육지 면적의 20퍼센트가 이 메뚜기로 인해 피해를 입으며, 연간 피해 총액은 서아프리카에서만 400억 엔 이상에 달하는 등 아프리카의 빈곤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p125)

국민 MC 영향 때문일 수도, 농업과 연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메뚜기를 해충이라고도 골칫거리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구가 해충 방제를 위한 것이고 메뚜기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로, 신의 형벌이라 여긴다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저자의 설명과 사진을 통해 어느 정도 메뚜기의 이면을 짐작게 한다.

+ '신의 형벌'이 아프리카에 쏟아져 내렸다.각지에서 메뚜기가 잇따라 출현했고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떼가 맹위를 떨쳤다. 농작물이 무자비한 피해를 입어 이대로 가면 기아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p366)

입국부터 학자의 앞날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사고 방식도 생활 방식도 다른, 아프리카만의 시간이 흐르는 사막에서 메뚜기만을 보고 내달린 그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60년 만의 가뭉과 자비 없는 날씨, 제한적인 연구비는 그의 발목을 붙잡기 일쑤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나름의 연구 성과와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프랑스와 아프리카 그리고 일본을 오가며 그의 연구는 계속된다. 이 책이 그 돌파구의 일환이다.
후반부는 흡사 모험 소설을 읽는 듯하다. 소제목을 붙이자면 '메뚜기 대왕'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새로운 시도, 도전이 꺼려지지 않는 이상하게 고양된 용기와 충만해진 똘끼로? 책장을 덮었다.

+ '울드'는 모리타니에서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미들네임으로 '누구누구의 자손'이라는 의미가 있다. (p9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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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 - 새로운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는 여성 이노베이터 8인의 창직 스토리
홍진아 지음 / 북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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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가슴 설레는 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약자의 처지를 대변하는 8인과의 조우는 그래서 멋진 사건일 수밖에 없다.

책<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창업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창업 노하우나 그 방법에 대해 논하지는 않는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정도로 창업의 시작을 이야기할 뿐 절차나 기술적인 면은 거의 생략되어 있다.
그렇다고 노숙자가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되는 극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창직을 하기 전 이미 그들은 취업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 중의 낙타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 걸까? 읽는 이의 관점과 목적에 따라 그 키워드가 달라지겠으나,
그들이 하는 일이 파생되는 방향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누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닌 그 일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주목해 보는 것이다. 창직 인터뷰<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 합니다>를 페미니즘이란 틀에 가둬 독자를 한정하고 의미 없는 싸움에 소모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창직은 언뜻 보기에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려는 듯 보이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성을,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법의 균형과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고 교육과 가사,육아를 돕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사회에 유능하고 다양한 인재를 제공하게 한다.
여성의 피의 이름에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는 결국 인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고 소수와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고 공표하는 이들은 유연한 사고를 하는 열린 사회를 만든다.

+ 법은 애초에 기득권이 가진 것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약자의 입장에서 가깝게 차용해 활용하기 쉽지 않다. 이를 대전제로 법조계는 노력해야 한다. (p29)

+ 우리가 '바꾸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말하기.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p213)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사람들의 성공기는 누군가의 열정을 자극하기도, 행동을 부추기기도 한다. 위안과 자신감을 주는 긍정적 에너지로 충만하게 하기도 한다 . 그래서 책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는 창직을 하는 이들의 더 많은 새로운 판을, 더 강력한 영향력을 기대하게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한 타인이나 주변인이 아니길 바라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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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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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유명인이 말했다고 한다. 가족은 누가 보지 않으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다소 과격하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가족이란 이름의 버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가정이 나름의 중력을 이겨내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크든 작든 가족 간의 혹은 가족으로 인한 균열과 진동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소설 <내가 없다면>은 한 가정이 겪을 수 있는 고통과 불안의 끝을 극단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미국 여자와 영국 남자가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꾸려 자식이라는 결실을 맺고 살아가는 단순한 구조가 '남자들'의 정신질환이라는 설정에 의해 요동치는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작가의 이런 섬세함이 때론 독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시작도 끝도 의미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허구의 인물 사이를 흐르는 시간이 읽는 이에게는 진짜가 되기 때문이다. '애덤 해즐릿'은 존과 존의 가족이 처한 상황에 독자를 매몰시킨다. 후반부에 이르러 시종일관 돌고 있던 맴이 소용돌이였단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읽는 내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걷는 답답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작가가 그려낸 가족상에는 이질감과 동질감이 공존한다. 이것이 책장을 넘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고체의 상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것만 같던 미국의 가족 구성원이 소설 <내가 없다면>에서는 액체에 가깝게 설정되었다. 서로가 서로에 깊게 개입되고 관여하며 섞여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한 가족의 러브 스토리'라고 표현했다. 소설 중후반까지만 해도 <내가 없다면>은 투병기 내지 투쟁기에 가깝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작가의 이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진다. 이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이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우리를 위해 나를 얼마나 희생했는지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선택조차 말이다.

+ 오빠는 우리가 오빠를 위해 원한 삶을 자신도 원해보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오빠가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개인이 아닌데. (p405)

+ 엄마는 우리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거지. 우리가 함께했던 세계가 변하지 않도록 말이야. 나도 이젠 그걸 이해해. (p422)

가족의 의미, 일상의 가치를 묻는 러브 스토리 <내가 없다면>이
어둠의 끝자락 빛의 초입에서 기다리는 겨울에 읽다.

+ 의미란 삶에 내재된 것으로, 살다 가끔 깨달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하지만 괴물이 당신의 머리 뒤쪽에 깔때기를 꽂고 당신의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다 빨아내 망각의 아가리로 처넣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불구자처럼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즉 일상의 의미를 열망하고 있다.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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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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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것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잃은 뒤에 프리다처럼 배웅할 수가 없어서 죽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너와 만난 거야. 너와 만난 순간 나는 마치 자신이 소생한 기분이었어. (p119)

오래전 그 쓰임을 다한 폐선로 위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 그들이 잃은 것과 얻게 될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련하면서 무겁지 않게 흘러간다. 장르의 변주도 이뤄지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라이트 노벨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가볍게 잠깐의 짬을 내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 <폐선 상의 아리스>를 읽으며 조금 놀랐던 건 등장인물의 관계 그리고 얽히고 설킴이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아무리 막장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이야기라도 선을 지키는 게 우리의 막장인데 이 소설 속에선 그 선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한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열린 결말이라지만 끝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이름뿐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생물학적 부의 집으로 향한 소년은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소녀를 만난다. 로맨스 소설 대부분이 그렇듯 소녀는 아주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바이올린 곡 'G선상의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소녀 아리스는 소년의 세계를 뒤흔들 만큼 예쁜 소녀다. 폐선로에서 만난 이후 폐가에서 재회하면서 둘은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소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미스터리한 존재이기도 하다.

소녀가 간직한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소설의 장르와 분위기 모두가 크게 역전되는데, 순정로맨스 판타지 풍선이 펑!하고 터지는 동시에 아무런 의미 없이 소년과 소녀의 주위를 맴돌던 단어 조각이 제자리를 찾으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소설 중반부부터 소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예상을 많이 빗나가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가장 순수했던 그 때,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의 그 혹은 그녀와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날 소설<폐선상의 아리스>는 더 재밌을지 모르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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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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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책을 광고하는 데에도,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을 붙이는 데에도 '인문'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원조'라는 문구를 접두어처럼 붙인 많은 음식점 사이에서 진짜 원조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정작 '인문', '인문 교양'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책과 방송은 드물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만의 문법으로 이 단어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수련>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의 것, 그리고 이것을 설명해 나가는 과정이 인문이고 인문학임을 말이다.

수련은 일상적으로 흘러가 버리는 양적인 시간으로부터 나를 탈출시키는 연습이다. (p31)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수련>은 수련의 참된 의미와 궁극적 목표 그리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올해 들어 가장 몰입해서 읽은 흥미로운 책이다. 마음먹고 읽으면 1시간 만에도 완독을 할 수도 있지만, 감동과 감탄, 깨달음의 휴지와 쉼표로 몇 년을 읽을 수 있는 서적이기도 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다시 말해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단순함으로 전자가 있다면 나와 지금에 집중하는 순간으로 후자가 존재한다.

단순은 오랜 수련을 거쳐 도달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거의 완벽한 상태다. (p108)

수련의 시작을 좌정이라 말하며 이것을 설명해 나가는 과정 속에 과학과 역사 고전과 경전, 언어와 어원 그리고 인류를 조화롭고 부담스럽지 않게 녹여 놓는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타고난 능력뿐만 아니라 행간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각고의 노력에 감탄할 뿐이다. 작가의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 독자의 이해와 편의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수련은 자신의 고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노력이다. (p283)

지금과 오늘의 가치, 행동의 중요성, 위대하고 행복한 자아의 발견이라는 책<수련>이 향한 방향이 읽는 이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준다면 이에 이르는 과정 속 장치(익숙한 단어의 낯선 어원, 알파벳의 기원, 인류 최초의 문자 그리고 언어에 붙여진 이름 하나하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미지근한 영혼에 대한 경고와 단테의 신곡 그리고 샤갈의 그림 축제날(레몬을 든 랍비) 속 레몬과 에트록의 인간 유형까지)는 지적 호기심을 최대한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예술과 언어를 사랑하는 이에게 이 책은 매혹에 가깝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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