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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책을 광고하는 데에도,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을 붙이는 데에도 '인문'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원조'라는 문구를 접두어처럼 붙인 많은 음식점 사이에서 진짜 원조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정작 '인문', '인문 교양'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책과 방송은 드물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만의 문법으로 이 단어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수련>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의 것, 그리고 이것을 설명해 나가는 과정이 인문이고 인문학임을 말이다.
수련은 일상적으로 흘러가 버리는 양적인 시간으로부터 나를 탈출시키는 연습이다. (p31)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수련>은 수련의 참된 의미와 궁극적 목표 그리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올해 들어 가장 몰입해서 읽은 흥미로운 책이다. 마음먹고 읽으면 1시간 만에도 완독을 할 수도 있지만, 감동과 감탄, 깨달음의 휴지와 쉼표로 몇 년을 읽을 수 있는 서적이기도 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다시 말해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단순함으로 전자가 있다면 나와 지금에 집중하는 순간으로 후자가 존재한다.
단순은 오랜 수련을 거쳐 도달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거의 완벽한 상태다. (p108)
수련의 시작을 좌정이라 말하며 이것을 설명해 나가는 과정 속에 과학과 역사 고전과 경전, 언어와 어원 그리고 인류를 조화롭고 부담스럽지 않게 녹여 놓는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타고난 능력뿐만 아니라 행간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각고의 노력에 감탄할 뿐이다. 작가의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 독자의 이해와 편의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수련은 자신의 고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노력이다. (p283)
지금과 오늘의 가치, 행동의 중요성, 위대하고 행복한 자아의 발견이라는 책<수련>이 향한 방향이 읽는 이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준다면 이에 이르는 과정 속 장치(익숙한 단어의 낯선 어원, 알파벳의 기원, 인류 최초의 문자 그리고 언어에 붙여진 이름 하나하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미지근한 영혼에 대한 경고와 단테의 신곡 그리고 샤갈의 그림 축제날(레몬을 든 랍비) 속 레몬과 에트록의 인간 유형까지)는 지적 호기심을 최대한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예술과 언어를 사랑하는 이에게 이 책은 매혹에 가깝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