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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세계의 모든 것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잃은 뒤에 프리다처럼 배웅할 수가 없어서 죽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너와 만난 거야. 너와 만난 순간 나는 마치 자신이 소생한 기분이었어. (p119)
오래전 그 쓰임을 다한 폐선로 위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 그들이 잃은 것과 얻게 될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련하면서 무겁지 않게 흘러간다. 장르의 변주도 이뤄지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라이트 노벨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가볍게 잠깐의 짬을 내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 <폐선 상의 아리스>를 읽으며 조금 놀랐던 건 등장인물의 관계 그리고 얽히고 설킴이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아무리 막장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이야기라도 선을 지키는 게 우리의 막장인데 이 소설 속에선 그 선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한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열린 결말이라지만 끝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이름뿐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생물학적 부의 집으로 향한 소년은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소녀를 만난다. 로맨스 소설 대부분이 그렇듯 소녀는 아주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바이올린 곡 'G선상의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소녀 아리스는 소년의 세계를 뒤흔들 만큼 예쁜 소녀다. 폐선로에서 만난 이후 폐가에서 재회하면서 둘은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소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미스터리한 존재이기도 하다.
소녀가 간직한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소설의 장르와 분위기 모두가 크게 역전되는데, 순정로맨스 판타지 풍선이 펑!하고 터지는 동시에 아무런 의미 없이 소년과 소녀의 주위를 맴돌던 단어 조각이 제자리를 찾으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소설 중반부부터 소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예상을 많이 빗나가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가장 순수했던 그 때,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의 그 혹은 그녀와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날 소설<폐선상의 아리스>는 더 재밌을지 모르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