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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홍석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에세이는 그냥 소소한 일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안바다 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철학과 인생 경험이 에세이집 안에 담겨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 정말 깊고 지혜로운 에세이를 찾는 일이 내게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에 잡았다. 훌륭한 한 사람이 걸어온 길과 그 속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느낌들이 한 권에 담겨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사람을 직접 만나 하루 종일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도 같았다.
49년생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해외 유학을 떠난 세대라고 한다. 세계은행에서 경제학자로 일했고, 재무부와 청와대에서도 근무했으며, 삼성이라는 거대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중앙일보 사장까지 역임했다. 수십 년의 삶을 살면서 과연 어떤 생각과 성찰을 품었을까 궁금해진다. 저자는 성장, 품격, 영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세상을 바라보고, 중요한 사람을 만나 카페에서 긴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친근하게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참새든 독수리든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왜 참새일까, 왜 독수리가 아닌가 고민하기보다 크고 작은 비교나 나이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게임에 최선을 다할 때 진정한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건희 회장에 관한 챕터는 사람 사치, 즉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급스러운 사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삼성은 채용부터 인재의 도덕성과 인간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인재경영을 실천해 왔으니.
저자의 독서 스타일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좋은 책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난 책을 한 번 이상 읽지 않는데 내 것이 될 때까지 곱씹으면서 나도 지식을 지혜로 바꿀 때까지 천천히 음미하고 나에게 적용해 보리라 다짐했다.
서두르지 말고,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면 불만을 가질 이유조차 없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특히 남았다. 인내는 궁극적인 성공의 근본이니 남을 탓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을 돌아볼 것. 모자라는 삶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는 깨달음,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남는다. 풀잎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져 버린다는 비유처럼, 모든 것은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 처럼.
한때 글로벌 인재라면 외국어 능력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영어 이상의 자기만의 콘텐츠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도 동감되는 통찰이다. 리더는 문화와 교양, 다양한 세계 담론을 나눌 수 있어야 하니, 폭넓은 독서와 몸에 밴 취향의 축적이 결국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평생 직업을 얻기에 앞서, 우선 내 인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집중해서 묻고 찾는 시간부터 가져야 한다는 게 참 와 닿았다.
이 책은 정말 꼭 다시 읽으려고 한다. 저자가 건네는 인생의 지혜와 따뜻한 경험이 길게 여운으로 남고 천천히 한 발 한 발 실행해 볼 것들이 많다. 잔잔한 시간에 커피 한 잔을 잔잔하고 깊은 분과 나눈 듯, 너무 뜻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