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어떤 생각 - 사랑하거나 이별하거나 다시 사랑하거나
안바다 지음 / 위너스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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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정보를 주는 책이나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실용서를 좋아해서 에세이는 읽지 않았는데 우연히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무심코 펼친 책을 들고서 세 시간을 내내 울었다.


아직 사랑을 못 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에 지킨 사람에게, 사랑으로 슬픈 사람에게, 사랑을 살패한 사람에게, 그리고 사랑을 잊은 사람에게 주는 책이라는데...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너무 많이 아팠나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주치기도 어려울 만큼 다쳤었나보다. 이 책이 하는 모든 말이 내 마음에 들이기에 너무나 진했다. 이런 생각을 겨우 묽히고 있었는데 여과지도 없이 생각 속으로 마음 속으로 마구 쏟아지는 사랑 그 자체에 대한 통감되는 메시지 때문에 눈물이 자꾸 흘러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라는 사태에 빠지는 일이 그렇듯이 사랑이라는 사태에서 빠져나오는 것 또한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와 함께했던 세상에서 나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그래. 그래. 내가 그래...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그려 놓았을까.

이해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내 눈에 내 마음이 읽힌다.

사랑에서 빠져 나와도 나는 여전히 사랑에 빠져 있는데 

이걸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란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모인 어떤 것이다.

이해하거나 이해받으려는 태도는 어쩌면 사랑의 전부일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 단 한 문장, 아침에 온 한 문장으로 우리는 하루가 신비롭게 행복하고, 한 문장으로 어떤 슬픔도 버틴다. 한 문장으로 아무리 피곤해도 잠 못 이루고, 한 문장으로 다른 어떤 슬픔보다 더 슬퍼한다.

한 문장 안에 담긴 글을 이해하고 싶고, 한 문장 안에 담긴 나를 이해해주기 바란다.”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문장,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그 문장.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마지막 문장이 다시 떠올라 시리고 또 쓰리다.


“혹시 나는 그와 함께 둘의의 무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라는 독무대에서 주인공으로만 서 있던 것은 아닌지,

그를 객석에 앉히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 사랑을 연기할 작은 상대역 하나 주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서 문제였던 독무대였던 내 연극이 끝나고 허탈함과 상실감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리가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한 사랑은 결국 사랑하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던 나에게 상처를 안겨주니 말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을 사랑해서 나를 사랑한 것이라면 나는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다.

실은 사랑받고 있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한다고 느끼게 하는 신비로운 힘은 

내가 상대의 결여을 알아보고 상대가 나의 결여를 알아볼 때 생긴다.

한없이 주었던 나의 사랑은 사실 그만큼 사랑받고 싶어서였다.

당신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두려움,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두려움,

당신이 나만을 사랑해 주기 바라는 두려움, 그리고 이 질투의 감정마저 당신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 없는 두려움. 사실 질투는 이렇게 섬세하고 소극적이고 연한 마음이고 태도였던 것.”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보라.

나는 내가 늙은이가 될 때까지 이 여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이것 외에 모든 것은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다. 함께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 간의 대화다.”


“사랑은 바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빵처럼 늘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사랑은 이토록 무서운 책임감을 갖고 시작하는 일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일은 비교적 쉽지만, 감정이 요구하는 대로 이끌리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 이끌린 순간의 감정을 지속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은 힘든 일이다.”


불꺼진 독무대에서,

헤아리기 힘든 두려움을 속에 부둥켜 안고 있던 어느 날

이 책이 내 마음을 읽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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