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처음에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사진가면 사진 찍는 사람인데 카메라 없는 사진가가 어디있어? 사진가가 멋진 사진을 올리면서 멋진 글도 함께 썼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책 표지 자체가 사진 처럼 유광에다 너무 고급져 꽤 분위기 있는 사진을 보고 감상에 젖겠거니 마음으로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일반 에세이 책 처럼 글이 사진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무슨 사연이 있길래 사진가가 카메라를 옆에 두고 이렇게 글을 썼을까? 하는 호기심이 솟아 올랐다.
억울한 사연으로 감옥살이를 하며 겪고 느낀 사실들, 감정들이 사진 보듯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구치소의 일 분 일 초가 괴롭고 고통스러웠을 환경이 꺼내져 있었다. 창이 없어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할 수 없어 샤워실의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초록색 나무들을 보며 큰 위안을 삼는 일, 하루 딱 한 번 그것도 찬물로 몸을 씻는 일과와 형편없는 배식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보며 형언하기 힘든 갑갑함이 글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특히 모든 자유가 속박되어 있지만 ‘생각만은 자유’ 라는 말도 사실 아니라는 문구가 참 충격적으로 와 닿았다.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해도 전혀할 수가 없는 사실을 마주하면 사실 생각도 자유가 아니라고.. 말해 그 곳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다시금 말한다.
사실 아는 사람이 구치소에 있었던 경험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고 더 크게 피부로 와 닿았다. 아픔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작가의 마음 구멍이 느껴져 책을 덮고도 한참 가슴이 시렸다.
* 이 책은 컬쳐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