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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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단편이 수록된 히가시노의 단편집.
스릴러와 상상력, 감동 모두 담겨있어서 다 읽고나면 훈훈하게 힘이나는 온화한 서스펜스 소설들이다.
작가의 유명 장편들의 모티브로 예상되는 단편도 몇 개 있어서 ‘비하인드 버전’느낌으로 즐겁게 읽었다.

옮긴이(양윤옥씨)의 말에서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흡입력은 ‘작품과의 거리두기’에 능숙한 작가에게서 비롯된다고 한다.
뚜렷한 개성이 있는 소설임에도 정작 작가의 주장은 조심스럽게 숨겨져 있고, 서술하는 문장은 상황이나 인물의 움직임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드러낸다.
각 등장인물들은 결코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도구가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생생하게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품은 감정이나 관념은 일단 전면적으로 배제된채 소설 속 공간은 오로지 독자을 위해 헌신하는 장소이다.
이처럼 작가는 철저히 자신의 작품과 거리를 유지한다.

이 이야기에 공감한다.
만약 작가가 된가면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그동안 많이 해왔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자세로 쓰여져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소설이 아니라
누가 읽어도 편안하고 흥미로운 소설.
내가 작가가 된다면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나 자신만을 위한 소설 말고, 누군가에게 힘이되고 위로가 되는 소설을.
막말로 나 자신만을 위한 소설이 쓰고 싶으면 그냥 혼자 쓰고 혼자 보면 그만이다.
작가가 직업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지 혼자 즐겁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강력하게 드러내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독자에게 직접 자기 견해를 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정말 멋진 마인드다.
그의 매력은 ‘소설 쓰는 기계’같다는 느낌에서 온다.
자기 감상에 취해 있지 않고,
다수의 독자들을 배려하며,
영화나 유튜브 보다 재미있는 서스펜스를 구사하며,
철저히 계산적이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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