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
김태웅.김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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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항거: 유관순 이야기>라는 영화를 모처럼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 지루하다는 표현을 아내는 “감옥만 나오네”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관람평을 일갈했다. 그런 아내와는 달리, 영화를 보면서 시종일관 눈시울을 적시며 가련함, 분노, 적개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일본하면 생각나는 갖은 부정적인 잣대와 함께 뒤섞여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책의 목차를 보자마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막연하게 사극을 통해, 또는 학생 때 국사교과서를 통해 알던 흐릿한 기억이 전부인 나를 나무라듯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29개의 질문을 봤을 땐,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다. 시간 및 시대별로 되어 있는 일반 역사책과는 달리 질문방식을 채택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킨 게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질문을 던졌으니 그 해답을 찾고자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어느새 책의 중심부에 가닿는 신기한 체험은 물론이거니와 방대한 역사의 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저자의 의도가 시의적절함을 알 수 있다. 한 번 그 심연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이 책은 고종이 즉위한 1863년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까지, 50여 년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시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는 점도 있지만 한국전쟁 이전 역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거나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격변시기를 겪었던 이 땅의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다양한 시각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또한 개항이 시작된 1860년대에서 대한제국시기를 거쳐 주권을 상실하게 된 1910년과 1919년의 3.1운동까지, 한국의 근대라고 불리는 이 시기를 치밀하게 다룬다. 즉, 한국 근대사는 강력한 힘의 논리와 그에 저항하는 움직임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한국의 지배계급과 지식인, 민중 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 격동의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고 변화에 대응했는지, 외세의 침입에 국가는 어떻게 반응했으며 무엇을 우선시했는지, 일제의 경제·정치·문화적 침략에 우리 민중들은 어떻게 저항하고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한국 근대의 동학을 큰 그림으로 다루면서도 각 사건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대답함으로써 당대의 복잡성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반세기를 겨우 넘은 이 짧은 기간에 왕조에서 제국으로, 민주공화국을 선포했지만 이 시기를 한국 근대사는 망국을 초래한 어둠과 아픔의 역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 책은 “봉건과 외세라는 이중의 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으며, 무엇을 이루려 했나?”라는 질문에 답함으로써 한국의 근대가 품고 있던 많은 가능성들을 최대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조선은 왜 닫힌 빗장을 열었을까?(2장)’, ‘김옥균, 혁명가인가 반역자인가?(3장)’, ‘대한제국은 어떤 나라를 꿈꾸었는가?(10장)’ 등의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개방과 쇄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당대 개혁 세력의 복잡성, ‘망국’이라는 결과로부터 소급하여 근대사를 바라보는 결과론적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근대를 이해하는 폭넓은 관점을 제시했다.

29개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의 답변도 훌륭하지만 나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해답을 정리하면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사는 흐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저주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지금이 그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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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공부 -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핼 스테빈스 지음, 이지연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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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칼과 같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언어의 중요성을 느껴지는 문구이기도 하죠. 저 또한 언어의 유희에 흠뻑 빠져 있는 한 사람으로서 ‘카피 문구‘에 눈독이 가는군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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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안녕주정뱅이 읽었습니다. 음치에 있는 사람들의 고뇌를 잘 들어내는 소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가장 아픈 부분을 실랄하게 그려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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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정
조너선 프랜즌 지음,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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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결말은 희망의 말로 끝난다.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표현한 이 짧은 문장이 해탈의 경지를 느끼게끔 해준다. 소설을 읽고 나서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터. 그것이 소설이 주는 강력한 힘임을 다시 한 번 깨달게 해준다.


하지만 어머니인 이니드의 마지막 말에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그녀가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은 것은 어떤 것일까. 첫 번째 가정은 가부장적인 남편인 알프레드가 죽음으로써 생기는 해방감일 수도 있고, 두 번째 가정은 고난을 극복한 자녀들이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을 본 후의 안도감일 수도 있다. 마지막은 살고 있던 집이라든가, 남편의 연금으로 인한 안정적인 경제적 뒷받침이 큰 작용을 한 듯하다. 어찌됐든 그녀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아니 부럽기보다는 과거보다 미래를 향한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 책은 저자가 긴 세월 동안 8년 동안이나- 퇴고를 거쳐 완성된 작품인지라 밀도가 굉장히 높고 잘 읽혀지지가 않는다. 특히 과한 비유법을 사용한 게 눈에 띄었고 이것이 흠이라면 흠이겠다. 그것이 읽는 독자에게 의미전달이 어렵게 하는 역할을 초래했다. (무슨 의미인지 한참 생각해야 되는 문장들이 많이 보였다. 지적인 내용도 많았지만.)


반면에 한 가족의 삶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엮었기 때문에, 그 방대함(하나의 장이 하나의 소설이 될 만큼)에 놀랐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책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꿰뚫는 장치저자의 의도는 과히 대가의 솜씨라고 할 만하다. 단지 끝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게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독자들에게 그들의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를 궁금증으로 남겨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게 소설의 본질에 더 충실한 끝맺음이 아닐까 싶다.


반면에 저자의 세밀한 묘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알프레드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벽에 똥칠하는 장면은 사실 이 책에서는 똥과 대화를 나눈다.- 세밀함도 세밀함이지만 소설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이 소설은 현대인들의 감정에 많이 맞닿아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알프레드), 치매라는 병에 걸려 병과의 사투를 벌이는 장면 그리고 가정적인 지고지순한 어머니의 모습(이니드)과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고부갈등, 그 속에서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남자(개리)의 가련함을 보고 있노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같구나 하는 통찰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부모의 단점이 자식들에게 대물림이 되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나에게도 반성을 하게끔 만들었다. 부부싸움을 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겠다, 는 생각 (싸우지 않을 수는 없기에, 아이들이 있을 때는 눈치를 봐야 하지 않을까.)을 하게 했다.


결국 어머니의 바람대로 가족이 크리스마스 때 한 자리에 모이기는 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가족 간의 유대감이 많이 결여된 상태에서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바람을 자기주장만 하다가 화목한 크리스마스의 식사는 초라하고 썰렁해지고 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측은지심과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 그리고 자식들 간에 그나마 남아있던 우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들도 명절 때 많은 가족들이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잘 나가고, 어떤 이는 못 나가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오지 않는 식구들을 볼 때, 나도 언젠가 저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숙연함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니드의 바람이 통해서일까, 중간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아쉽다고 했는데 그건 소설론으로써 말한 것이고, 이렇게나마 마지막 장을 긍정과 희망으로 넘치게 한 것은 신의 한수라고 본다. 상상보다는 실체가 더 좋아 보이는 까닭이다. 감동적인 드라마를 오랫동안 본 느낌이 들어 울컥도 했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었다는 통쾌함도 맛보게 해준 뜨거운 소설이었다. 가슴 뭉클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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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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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후반, 추락하는 소음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일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다른 길을 모색하고자 했고 내 성에 안 찬다고 남을 헐뜯고 이용했다. 또한 회사의 경영난으로 자연 퇴사를 했었고 또 다른 직장을 얻었다. 지금은 전과는 조금 다른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이런 반복적인 일과 자유롭지 않은 직장에 얽매여 하루하루 간신히 견디면서 지쳐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아니 지금 추락 중에 있는 헬리곱터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 중에 있다. 프리랜서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안착을 해야 하는 데, 그것을 잘 준비해야 하는 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돌파구는 분명이 있다. 그건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렇지만 실상은 먹구름처럼 뿌옇다는 게 문제이다. 추락하는 시간동안 준비를 해야 함에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설에는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공동체의 비극과 맞물려 추락해가는 개인의 삶과 사랑이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남자의 죽음과 그 남자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또 다른 남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콜롬비아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 그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개인의 운명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 소설은 젊은 법학 교수 안토니오 얌마라가 부모 나이 대의 남자 리카르도 라베르데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안토니오는 리카르도가 거리에서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살해당할 당시 그와 함께 있다 총에 맞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범상치 않은 이력을 지닌 리카르도의 과거를 밝혀내는 일에 매달린다. 그리고 뛰어난 파일럿이었던 리카르도는 경비행기로 마약을 운반하다 체포되어 이십 년간 감옥살이를 했는데, 갓 출소한 그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콜롬비아로 오던 일레인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고 만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한 블랙박스에서 들리던 소음은 일레인이 추락하는 소음인 동시에 리카르도의 삶이 무너지는 소음 그리고 마야와 안토니오의 삶이 무너지는 소음, 한 시대의 공동체가 추락해가는 소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죽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상처는 더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책임은 공중분해 되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 피해가족에겐 씻을 수 없는 기억을 주고도 모자라 두 번 죽이는 행위를 서슴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이게 우리의 현 모습이고 소설의 사건과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다. 우리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수수께끼의 의문사들이 즐비하다. 크게는 세월호부터 작게는 묻지 마 살인까지. 이런 휘몰아치는 광풍에서 빠져나오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 답을 듣고 싶다. 과연 강자와 약자 간, 갑과을 간의 연대만이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타협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하루 빨리 어떤 영웅이 나타나 단 칼에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념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용장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끝까지 밝힘과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똑바로 응시하고 넘어서보려는 시도를 했다. 이게 영웅의 출현을 돕는데 일말의 씨앗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게 꼭 선동적인 달변가가 아니더라도 이런 소설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그들에게 의식을 심어주는 일이야말로 참되고 진실 된 영웅의 모습일 것이고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은 꼭 그렇게 하라고 등을 떠밀어주는 것 같아 용기를 얻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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