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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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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후반, 추락하는 소음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일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다른 길을 모색하고자 했고 내 성에 안 찬다고 남을 헐뜯고 이용했다. 또한 회사의 경영난으로 자연 퇴사를 했었고 또 다른 직장을 얻었다. 지금은 전과는 조금 다른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이런 반복적인 일과 자유롭지 않은 직장에 얽매여 하루하루 간신히 견디면서 지쳐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아니 지금 추락 중에 있는 헬리곱터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 중에 있다. 프리랜서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안착을 해야 하는 데, 그것을 잘 준비해야 하는 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돌파구는 분명이 있다. 그건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렇지만 실상은 먹구름처럼 뿌옇다는 게 문제이다. 추락하는 시간동안 준비를 해야 함에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설에는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공동체의 비극과 맞물려 추락해가는 개인의 삶과 사랑이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남자의 죽음과 그 남자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또 다른 남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콜롬비아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 그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개인의 운명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 소설은 젊은 법학 교수 안토니오 얌마라가 부모 나이 대의 남자 리카르도 라베르데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안토니오는 리카르도가 거리에서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살해당할 당시 그와 함께 있다 총에 맞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범상치 않은 이력을 지닌 리카르도의 과거를 밝혀내는 일에 매달린다. 그리고 뛰어난 파일럿이었던 리카르도는 경비행기로 마약을 운반하다 체포되어 이십 년간 감옥살이를 했는데, 갓 출소한 그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콜롬비아로 오던 일레인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고 만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한 블랙박스에서 들리던 소음은 일레인이 추락하는 소음인 동시에 리카르도의 삶이 무너지는 소음 그리고 마야와 안토니오의 삶이 무너지는 소음, 한 시대의 공동체가 추락해가는 소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죽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상처는 더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책임은 공중분해 되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 피해가족에겐 씻을 수 없는 기억을 주고도 모자라 두 번 죽이는 행위를 서슴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이게 우리의 현 모습이고 소설의 사건과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다. 우리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수수께끼의 의문사들이 즐비하다. 크게는 세월호부터 작게는 묻지 마 살인까지. 이런 휘몰아치는 광풍에서 빠져나오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 답을 듣고 싶다. 과연 강자와 약자 간, 갑과을 간의 연대만이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타협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하루 빨리 어떤 영웅이 나타나 단 칼에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념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용장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끝까지 밝힘과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똑바로 응시하고 넘어서보려는 시도를 했다. 이게 영웅의 출현을 돕는데 일말의 씨앗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게 꼭 선동적인 달변가가 아니더라도 이런 소설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그들에게 의식을 심어주는 일이야말로 참되고 진실 된 영웅의 모습일 것이고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은 꼭 그렇게 하라고 등을 떠밀어주는 것 같아 용기를 얻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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