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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의 계절 ㅣ 고정순 그림책방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OO의 계절
난독의 계절/고정순/ 길벗어린이2024
고정순 작가의 [난독의 계절]을 만났다.
고정순 작가의 책을 몇 년전에 만났을 때, 약간은 어두운 색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나서 그런지 좀 어둡다고 느꼈다. [최고 멋진 날]같은 밝은 색감의 가족과 주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는 작가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고정순 작가의 [난독의 계절]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밝혔다.
[난독의 계절]은 추운 겨울이 지난 어느 봄날 바깥세상이 궁금해 태어난 고구마는 쪽방촌에서 태어났지만 뭐든지 잘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였다.받아쓰기를 할 때면 배가 아픈 고구마였지만 아무도 무엇이어렵고 어떤 것이 곤란한지 묻지 않는 주변이었다. 그런 고구마에게 갑자기 할머니 집에 맡겨졌던 언니가 오고 언니는 고구마의 비밀을 아는 첫번째 사람이다. 언니는 고구마의 글읽기를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첫번째 사람이 된다. 고구마의 비밀을 아는 또 다른 사람은 친구인 상숙이다 .학교에서 고구마의 글읽기를 도와주고 함께 해주는 친구다. 고구마는 언니와 상숙이의 도움으로 글을 읽게 될까? 과연 언제쯤? 이들은 과연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인가?
고구마의 주인공 시점에서 자기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의 그림책이다 보니 5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이야기르 전개한다. 요즘은 만화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작가의 최근을 반영하듯 그림책 치고는 107쪽의 상당한 양의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그동안 만났던 고정순 작가의 그림책과 다른 밝은 색감과 내용도 다소 가볍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그동안 고정순 작가의 글을 보면 주변의 이야기는 하지만 자기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난독의 계절]은 자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자리잡은 고정순 작가가 글이랑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글을 읽지 못하는 건 분명히 힘든 학교 생활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지만 고구마는 씩씩하게 그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라면서 나는 무수한 '나'를 만날 것이다.
먼 훗날 나는 이 시절을 '난독의 계절'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
자라면서 만나는 무수한 '나' 중 분명 부족한 '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절이 변하듯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계절에 힘이 들 듯 자신이 힘든 시기를 '난독의 계절'이라 이름붙인다. 계절은 변한다. 더위가 지나면 가을이 찾아오고, 추위가 지나면 봄이 찾아오듯 힘든 지금을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고정순 작가가 자기의 이야기를 해 줌으로써 작가도 글과 친해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위로가 된다. 나는 지금의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름붙일까? "자라면서 만나는 무수한 나. 그리고 힘들었던 이 시절을 'OO의 계절'이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귀여운 고구마는 마지막 이렇게 말한다.
"기다려! 인기가 식기 전에 돌아온다."
귀여운 고구마의 이야기, 고정순 작가의 다른 이야기는 무엇일지 기다려진다.
딱 좋은 '지금'이 모여 나는 자랐다.
우리라는 이름 있어 가능한 찰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