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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자르면 ㅣ 라임 그림 동화 39
디디에 레비 지음, 피에르 바케즈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4년 9월
평점 :
판화로 만나는 바닷속
그물을 자르면/디디에 레비 글. 피에르 바케즈 그림/ 이세진 옮김/라임2024
[그물을 자르면]은 프랑스 작가의 디디에 레비와 피에르 바케즈의 작품이다. 디디에 레비는 파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신문사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어린이 책에 글을 쓴 작가이다. 피에르 바케즈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 판화 전시를 하면서 판화 작업을 시작한 작가로 [그물을 자르면]도 판화 작품이다.
[그물을 자르면]은 상어 올로가 바닷속에서 1952년에 침몰한 멜빌호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멜빌 호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올로는 기계실에서 공구들을 보며 다양한 보물이 가득한 알리바바의 동굴 같다고 느낀다. 올로는 기계실 문에다 "올로 박사가 무엇이든 척척 고쳐 드립니다!"라는 간판을 걸고 집게발이 뒤틀린 게, 그물에 걸려 다리가 뒤엉킨 낙지, 뾰족한 빨대가 박힌 농어 등 여러 손님들을 고쳐주자 점점 더 많은 손님이 모이게 된다. 올로는 거대한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을 위해 그물을 싹둑싹둑 잘라구해주기도 했는데 그물을 드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올로를 잡으려는 이야기다.
글 작가 디디에 레비는 [그물을 자르면]을 통해 바닷속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로 고생하는 물고기, 사람이 쳐 놓은 그물에 갇혀 삶을 억압받는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이 오염시킨 환경이 바닷속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여주며 우리가 해나가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말한다. 이야기에 피에르 바케즈의 그림은 깊은 바닷속의 느낌을 더욱 느낄 수 있게 한다. 피에르 바케즈는 메조틴트 기법의 판화로 올로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처음엔 판화가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느낌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메조틴트 판화를 찾아보니 동판 위에 부식시키는 과정이 없는 드라이 판화기법이면서 부드러운 농담의 표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직접 메조틴트 판화를 하는 방법을 찾아보니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판화였다. 피에르 바케즈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판화 작업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사람에 의해 점점 오염되고 피해를 입는 바닷속 생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더욱 정성 들여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바닷속의 생물에게 인간으로 미안함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질문하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올로를 통해 희망을 볼 수 있는 따스한 이야기였다.
"올로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