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반정, 나는 이렇게 본다 보리 한국사 2
김용심 지음 / 보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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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는 개혁군주로 이름 높다. 특히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탕평책을 실시하는 등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려 했던 정조의 시도는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역사학자들은 1800년에 갑작스레 사망했던 그가 좀 더 왕위를 지켰다면 조선후기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거라 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조는 결국 유교적인 사회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던 봉건 군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정조가 그런 의도가 엿보이는 정책들을 시행한 것도 사실이다. 바로 나라의 문체(文體)를 바로잡겠다는 문체반정이 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정조가 등극할 당시 조선에는 청에서 넘어온 소설과 소품체 글들이 크게 유행했다. 고전 문체와는 달리 당시 유행하던 패관소품들은 가볍고 쉽게 읽히기 때문에 유생과 양반들 사이에 널리 읽히고 있었다. 정조는 스스로 군사(백성을 가르치는 임금)라고 부를 만큼 학문에 뛰어났고, 유학의 가르침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 정조의 입장에서 당시 유행하던 패관소품은 몹시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정조는 요즈음 나오는 시문은 모두 급하고 빠른 데다 가볍고 얄팍하기만 하다. 그리하여 두텁고 후하며 깊디깊은 뜻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비판하며, 급기야 중국 소설의 수입을 금하고 패관체를 금지하는 문체반정을 일으키게 된다.


이제 막 불꽃을 피우기 시작한 민중문예의 흐름에 반대하고 전통 문체를 내세웠던 문체반정은 어느 정도 수구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개혁 정책을 내세웠던 정조가 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려고 했는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정조 자신의 수구적인 성향 때문일까?


김용심 작가는 문체반정 나는 이렇게 본다를 통해 문체반정을 면밀히 분석한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비롯해, 정조의 인간적 면모와 그 배경을 살펴보고 그가 어떤 왕이었는지 재평가한다. 그리고 문체반정이 일어날 당시 조선의 정치상황을 살펴봄으로써, 문체반정이 단순히 문예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복합적인 배경에 자리 잡고 있음을 설명한다. 특히 작가는 박지원과 이옥이라는 당대의 문장가와 정조의 대립을 통해 문체반정의 전개과정과 결과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짚어본다.


호학군주인 정조는 누구보다 문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정조는 문체에 세상과 통하는 도가 담겨 있다고 믿었다. 비록 문체반정은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후대 사람들에게 문체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시켰고, 결과적으로 이런 교훈을 남겼다. 평범한 민중이야말로 문체 혁명의 주체라는 사실을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보리 한국사는 오늘날 젊은이를 위한 새로운 역사서를 표방한 책이다. 그 둘째 권인 문체반정 나는 이렇게 본다에서 작가는 비교적 쉬운 문체로 문체반정이라는 주제로 역사를 서술하여 정조대를 새롭게 평가한다. 앞으로 계속 출간될 이 시리즈가 한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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