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80대 20’이라는 대립항은 종전까지 우리 사회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계층 간 대립구도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계층 불평등이 지속되더니 80은 99%로, 20은 1%로 그 격차가 더욱 커졌다. 이젠 사회적 불평등과 부당함의 문제가 절대적 다수와 최소수간의 문제로 악화된 것이다. 2011년 미국과 세계 경제 시장을 충격에 몰아넣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대의 구호가 실지로 문제 삼은 것도 이런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였다. 특히 미국은 1%가 국가 연간소득의 52%를 차지하는 나라다. 결함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라 느껴질 지경이다. 사회의 총체적인 불평등이 단순히 윤리적 불쾌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불공정한 부의 문제는 사회 전반에 불안과 위험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바로 서평작인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오! 당신들의 나라』는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미국사회에 내재된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한 책이다.

 

미국 칼럼니스트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국내에 『긍정의 배신』이라는 자기계발서의 비평서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비판이 어우러진 칼럼으로 잘 알려졌다. 일종의 칼럼 모음집인 『오! 당신들의 나라』은 주로 미국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열하고, 비정상적인 세태를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문제를 점잔빼고 분석하는 기존의 칼럼과는 거리가 멀다. 에런라이크는 주로 상대방을 비웃고 조롱하는 것으로 비평의 지형을 획득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를 꼬집으면서 그녀는 이렇게 주장한다. “동물 의료보험을 모든 어린이들에게 개방하라!”고. 이 허황된 주장의 근거로 그녀는 애완동물과 미성숙한 아이의 사회적·생물학적 유사함을 나열한다. 물론 그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곤란하다. 항상 사회적 비용의 효율성, 경제성을 문제 삼는 보수 정치를 비웃을 요량으로 꺼낸 말이니까. 이처럼 에런라이크는 책의 곳곳에서 촌철살인의 유머감각을 발휘한다. 그러나 엄연히 그 유머는 사회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되었음이 알 수 있다. 그녀가 취한 방식을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세상의 부자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이라고 할까.

 

월가의 시위가 있기 2년 전에 나온 이 책의 말미에 에런라이크는 이런 말을 한다. “(빈곤층과 중산층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었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지금 시점에서 이 예언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1%의 부자들은 여전히 사회의 부를 향유하고 있고 변혁은 미온해 보이지만, 그 앞에 절대다수인 99%의 우리가 서 있다. 그렇다면, 변혁도 머지않았다.

 

-1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