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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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의 전작인 『디케의 눈』이 실화를 바탕으로 법과 사회의 이면을 살펴봤다면, 신작인 『확신의 함정』은 사회를 문제 삼되, 그 수단으로 현실이 아닌 문학작품을 내세웠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의 글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날것 그대로의 실화가 아닐까. 하지만 저자는 현실의 문제를 구태여 소설에서 빌려 오기로 작정한 듯 하다. 문학이 현실을 보는 창이라는 생각이 타당하긴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부류에 속할 법조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좀 이채롭긴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법조인은 현실적이고 냉정하기만 할 거라고 믿는 것이, 우리가 가진 '확신의 함정'이 아닐까?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틀릴 수 있다. (...)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다양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고' 이 글을 썼다고. 

따라서 이 책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다양한 선입견에 시비를 건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마땅한 범죄, 이를테면 어린이 성폭행범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차라리 그들을 거세하자는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런 과격한 처벌이 과연 옳은가 되묻는다. 그리고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억압과 고통을 살인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구원받는 살인자들, 그들에 대한 통념과 법의 잣대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보여준다. 

확신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특히 법과 도덕에서 출발한 확신은 그걸 가진 사람이 일종의 우월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런 확신조차 상황에 따라서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는 것으 저자의 생각이다. 그가 소개하는 대부분의 소설은 그런 논쟁적인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 개중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월리엄 골당의 『파리대왕』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도 있지만, 존 그리샴의 『고백』, 조디 피콜트의 『마이 시스터즈 키퍼』처럼 우리가 한 번도 진지하게 다뤄보지 않은 작품들도 많다. 

어떤 작품을 다루고 있던, 저자가 딜레마를 보여주는 이유가 우리의 확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데 있지는 않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방점 찍는 것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과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능성과 양면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논리와 통찰로써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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