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
제랄드 브로네르 지음, 김수진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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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동에 휘둘리는가?


 사람을 선동과 유사과학, 그리고 사이비종교에 빠지게 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프랑스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예시로 그것이 어떻게 선동이고 유사과학인지 증명해간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라는 격언처럼, 선동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선동의 메커니즘을 일반화해서 설명하지 않고, 특정 사건이 선동이라는 걸 증명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선동에 휘말리는지 보인다. 


 우리나라에 생소한 여러 프랑스 시사가 책을 어렵게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 있었던 여러 논란과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 많아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 프랑스 시사를 통해 우리나라 시사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선동의 기제, 편향


 저자는 인지 편향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인다. 대표적인 인지 편향은 '확증 편향'이다. 사실로 믿고 싶은 것을 증명하는 근거만 수용하는 편향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근거는 여러 이유를 들며 거부한다. 확증 편향은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반증은 거부했지만, 참이라는 근거는 지속해서 쌓여가기 때문이다. 한번 사이비종교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가 확증 편향이다.


 인간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마주하면,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쪼개서 보려고 한다. 쪼개진 조건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들을 종합한다. 결국, 특정 조건에서만 참인 문제를 모든 조건에서 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반화의 오류, 맹인모상(盲人摸象; 장님 코끼리 만지기)으로 알려진 '분할 편향'은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저자는 인지 시장의 경쟁이 집단으로 인지 편향을 확산시키고 강화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신문사나 방송사의 무분별한 경쟁이 사회를 바보로 만든다는 거다. 정보를 먼저 전달할수록 큰 이익을 얻는 인지 시장의 경쟁 체계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킨다. 확산된 정보는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근거가 된다. 잘못된 정보가 참이라고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풍기 괴담을 생각해보자.


 막힌 댐이 터지듯, 한번 확산된 정보는 바로잡기 힘들다. 진실을 아는 사람의 목소리는 매스컴과 SNS를 통해 전파되는 쓰나미에 묻힌다. 바로 잡으려는 전문가는 음모론과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교정하는데 필요한 노력과 비용이 그렇게 함으로 얻게되는 이익보다 적기 때문에 침묵하게 된다. 반대로, 음모론으로 이익을 얻는 선동자의 목소리는 강해진다. 진실을 전달하기보다 선동을 계속 부추기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외부효과', '특수 이익집단의 역설'이라고 한다.


어떻게 바로 잡을까?


 저자는 교육을 통한 사회의 '체계적인 비판적 사고 능력' 강화가 해답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이 지적 능력을 함양한다고 인지 편향에 벗어나는 게 아니다. 지식의 전달에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해야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체계'란, 과학적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저자는 과학적 접근 방식을 갖춘 비판적 사고만이 인지 편향을 벗어날​ 수 있다며, 단순히 비판적 사고 능력만을 키우면 안 된다고 한다. 과학적 접근 방식을 갖추지 못한 비판적 사고는 지적 허무주의와 인지 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거다. 쉽게 말해, 사회 구성원이 합리적인 이성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인간의 불완전성으로 '체계적인 비판적 사고'도 완전히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기계처럼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모든 순간을 판단할 수 없다. 완벽히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실을 알려주는 반론을 매번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과학적 접근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민주 사회 구성원에게 필요한 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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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바디프로필 지침서 - 운동과 식단, 바디프로필의 모든 것
박지헌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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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로필 입문서


 운동과 식단관리, 그리고 촬영까지 바디프로필을 계획하고 있는 '남성 초보자'1를 위한 책이다. 거짓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속에서 길을 헤매는 헬린이에게 필요한 정보만 담겨있다. 전문적인 내용은 없다. 어디까지나 운동을 막 시작한 초보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더 전문적인 책을 원한다면, 수피의 <헬스의 정석>을 읽어보자. 


 저자의 경험이 곳곳에 녹아있다. 저자는 보디빌딩을 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직장인이다. 일반인이라 이론상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양해를 구하며, 자신이 직접 겪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험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책은 운동법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3대 운동이 무엇인지, 분할 운동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설명한다. 맨몸운동, 머신운동, 그리고 프리웨이트의 장단점을 다룬다.


 운동법 다음으로 영양학을 간략히 설명한다. 3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특징과 기능을 웨이트 트레이닝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바디프로필의 핵심은 근육(단백질)은 유지하면서 지방은 제거하는 식단관리다. 저자는 식단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식단관리를 하면서 마주쳐야 했던 식욕과의 내적 갈등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바디프로필 촬영 과정을 설명한다. 스튜디오 예약, 메이크업, 태닝, 등 전반적인 바디프로필 촬영 과정이 담겨있다. 꾸준히 운동한 웨이트 트레이닝 중급자 이상이라면, 막장만 발췌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자가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먹은 식단을 보면, 중도포기가 괜히 많은 게 아님을 뼈저리게 느낀다. 운동보다 몇 배로 어려운 게 식단관리다. 미국에서 어학 연수할 때 몸 좋은 미국 친구에게 자극받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다. 4년 동안 꾸준히 운동했다. 자세며 중량이며, 초보 딱지는 뗐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바디프로필 계획은 쉽사리 잡지 못했다. 식단관리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 정도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욕심에 2020년 12월 촬영을 계획(COVID-19 확산으로 2021년 2월로 미룸)했는데, 금연할 때와 똑같은 강도의 내적 갈등과 싸우고 있다. 운동은 재미라도 붙일 수 있지만, 식단관리는 정말 답이 없다. 의지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훌륭한 결과를 만든 저자가 정말 대단하다.


  1. 저자가 남성이라, 내용 대부분이 남성 바디프로필 위주다. 여성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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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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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인이 마주한 빈곤


 대한민국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인 폐지 줍는 노인의 빈곤을 깊게 살펴본다. 노인들이 겪은 이야기를 풀고, 그와 관련된 현 복지 체계와 대응 방안을 평론한다. 저자가 노인들과 인터뷰하며 얻은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백미다.


 리어카 끄는 노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통계와 수치에서 보이지 않는 빈곤을 마주한다. 생활에 필요한 소득은 전혀 없지만 행정상 재산이 잡혀있어 기초생활수급에서 제외된 노인법적으로 부양할 가족이 존재해 지역 복지 사업에 제외되지만 가족에게 외면받는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가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노인 기초연금만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없고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위험하고 고되면서 소득은 적은 폐지와 재활용품 수거로 몰리는 노인들을 만난다. 


 노인들이 재활용품과 폐지를 줍는 시간은 심야, 강력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 간 치열한 경쟁은 상황을 더욱 심화한다. 완력이 강한 남성 노인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 노인이 폐지를 빼앗기고 외진 골목으로 내몰린다. 길 양쪽의 폐지와 재활용품을 다른 노인이 채가기 전에 수거하려고 무단횡단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모아둔 폐지를 독점하는 대가로 주차장을 청소해야 하는 등 비공식적인 노동행위가 발생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폐지를 모아도 받는 돈은 법정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복지 사각지대, 리어카 끄는 노인


 노인들이 원하는 건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안정적인 소득과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여가 활동이다. 경로당은 노인들이 모여 외로움을 해소하는 사교의 장이자, 여가 활동 장소다. 뚜렷한 소득 원천이 없는 노인들은 경로당의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지를 줍는다. 핵심은 소득이다.


 저자는 폐지 줍는 노인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회'를 지목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재산 또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가난과 노화로 인한 노동력 감퇴이지만, 노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나 복지 제도의 부재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거다.


 현재 국민연금과 노인 기초연금만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걸 지적하며, 노인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본 소득을 보장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제도가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노인은 계속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라는 거다. 저자는 2020년 현재 추진 중인 '노인 일자리 사업'이 폐지 수거를 대체하는 데 기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일시적인 방편이고, 대부분의 수혜자가 경로당에 집중돼 경로당에서 소외된 노인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노인이라는 잉여 노동력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여 노인과 사회가 공존할 방법을 찾는 건 좋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전제가 필수임을 강조한다.



 노인이 왜 폐지·재활용 수거로 몰리게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평소 리어카를 대신 끌어본 적은 많지만,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사적인 질문이 실례이기도 하고, 아픈 곳을 건드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름의 소득이 있기에 하시는 거라며 합리화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그건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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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꾸는 왕따였습니다
김윤관 지음 / 인재교육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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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한 책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으로 분량이 많지 않다. 어려운 내용도 없다. 방황하는 청소년을 격려한다. "열심히 꿈꿔라! 그럼 이루어지리라!"가 요지다.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론다 번의 <더 시크릿>과 맥락이 같다. 새로울 게 없다. "꿈을 간직한 채, 꾸준히 책 읽고, 넓은 마음으로 남들에게 베풀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가 핵심이다.


 영감을 얻은 아이가 까먹지 않고 바로 기록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게 특징이다. 챕터마다 독자가 직접 자신의 꿈과 목표, 신념을 적어볼 수 있도록 메모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경험담보다 자기 계발에 대한 내용이 많고,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한 서술이 많다. 자신의 왕따와 가난 경험, 그리고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니 독자 입장에서 저자의 주장이 와닿지 않는다. 현실성 없이 붕 뜬 느낌이다.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허구한 날 꿈꾸고 바라기만 해봐라, 아무것도 못 한다.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건 없다. 이 세상은 신과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가 아니다. 열심히 도전하면 이루어진다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해도 될까 말까다. 죽을 때까지 수백 번 실패하다 그대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죽고 나서야 꿈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운 좋게 한 번의 시도로 꿈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세상 참 다양하다. 핵심은 염원과 노력만으로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다. '운'도 필요하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죽하면, 옛사람들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남겼을까. 이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생은 글렀다고 손을 놓아야 할까? 그것도 아니다. 진인사대천명의 의미를 해석해보자. 진인사(盡人事),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만히 손 놓지 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는 거다. 盡(다할 진)의 의미를 검색해보자. "다하다, 완수하다, 그리고 '극치에 달하다'"이다. 대천명(待天命), 하늘의 부름을 기다린다는 의미만 생각해선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그때 필요한 게 운이라는 거다. 운이 있을지 없을지는, 진인사(盡人事)를 하고 나서 일이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인사(盡人事) 하지도 않았는데 대천명(待天命)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미래는 우리에게 열려있다. 우리 삶은 소설의 열린 결말이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삶이 기적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데, 잘 안 될 때, 뒤를 한번 돌아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무식하게 맨땅에 헤딩했던 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꿈은 모두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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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 -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니얼 클라인.토마스 캐스카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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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철학


 어렵고 고리타분한 철학이 아닌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인생 교훈을 가르쳐주는 철학을 만난다. 어려운 철학 이론을 단 몇 장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담아내는 저자들의 필력에 감탄했다. 어려운 철학을 설명하면서 지식을 뽐내는 게 아니라, 철학이 어려운 건 저자 본인들도 매한가지라는 걸 담담히 인정하면서 독자를 배려한 게 돋보인다. 주제마다 삽화를 추가해서 독자의 사색을 유도하는 게 백미다. 삽화를 먼저 본 뒤, 그 삽화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 다음 책을 읽어나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퀴즈를 풀 듯, 재미있는 독서 시간이 될 거다.


인생과 철학


 저자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인생 고민을 독자 혼자서 고민하도록 두지 않는다. 같은 주제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그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다며 인생이라는 여정의 무거운 짐을 덜어준. 사랑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 나는 왜 살아가는가? 등 쉽지 않은 문제의 완벽한 답을 저자와 철학자들이 찾아주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져 있음을 가르쳐준다.


 여러 철학자의 사색을 소개하면서 저자들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모두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지만, 살아가면서 잊어버린 중요한 사실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깜깜한 밤에 썩은 해골 물을 시원하게 들이킨 뒤 '모든 건 마음 먹기 달렸다는 걸' 깨달은 원효대사의 가르침이다.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인생 교훈은 서양 철학을 통해서 전달할 뿐, 원효대사의 깨달음과 전혀 다르지 않다.


 모든 건 모름지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웃으면 세상이 밝아 보일 거고, 울면 세상이 어두워 보일 거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거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쁜 거다.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는 과거에 내가 했던 판단과 선택의 결과물이다. 미래는 현재 내가 한 판단과 선택의 결과물이 될 거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절대신 덕화(육성재역)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너희들이 찾아라." 철학자들의 결론도 다르지 않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그저 우리에게 질문하는 존재다.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운명은 신이 우리에게 한 질문이고,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진정한 삶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신이 주인이 되는, 그리고 그걸 깨달은 삶이다. 다시 한번 중요한 인생 교훈을 깨닫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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