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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쇄신 -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제시하다
네이선 가델스.니콜라스 베르그루엔 지음, 이정화 옮김 / 북스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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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250091859
| 질서잡힌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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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SNS의 등장으로 차별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건 좋지만, 무분별한 자유로 인해 공화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역사 속 모든 공화제는 무질서로 인해 무너졌다. 따라서, 저자는 거버넌스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금, 사회 통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거다. 체계적인 질서를 갖춘 '숙의 민주주의'를 향해 민주주의를 '쇄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숙의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여러 사회 제도(상원과 하원의 명확한 역할 분담, 심의기구 등)를 설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기업이 스스로 자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현 민주주의의 위기는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하는 차별과 편향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 4차 산업혁명과 불평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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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좌파의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깊어질 불평등을 어떻게 통제할지 고민한다. 마르크스부터 슬라보예 지젝, 피케티 등 유명한 사회주의 학자의 이론을 참고한다. 현 자본주의는 생산(노동자)과 소유(자본가)가 분리돼있어,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기계가 기존 노동자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주식과 자본의 소유권을 중대한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현 자본주의 분배 방식으로는 불평등을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기본 소득 같은 선분배 정책과 기업을 사회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보편적 기본 자본과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산주의는 틀림없이 실패했지만, 불평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현재, 사회주의 이론도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본다.
| 미국과 중국의 대립, 투키디데스 함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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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지금, 저자는 중국을 압박하는 건 오히려 중국 공산주의 정권에 명분을 줄 뿐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유교적 질서와 공산주의 통제에 길들여 있는 사회다.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은 오히려 서구의 압박을 빌미로 통제를 더욱 강화한다. 비록, 중국의 체제에 문제가 있더라도, 미국과 유럽이 해야 할 건, 중국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따라서, 저자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중국에 강요할 게 아니라, 현재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사상보다 두 사상이 더 낫다는 걸 증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어두운 세계화와 개방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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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이론이 설명하듯, 세계화는 불평등과 경제적 혼란을 야기했다. 상호 호혜를 목적으로 시작된 세계화가 타국을 희생시켜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일방 이득의 관계로 변질했다. 서로 이익을 얻기 위해 체결한 자유무역 관계가 착취하는 국가와 착취당하는 국가로 나뉘었다. 저자는 긍정적 민족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즉, 자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세계의 통합이 필요하다. 무조건 개방할 게 아니라, 보호무역도 필요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조건 없이 개방된 사회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합리적인 순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민자에게 무조건적인 자유를 허용할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룬 다양성', 기존 사회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으로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 중요한 건, 균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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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주제를 살펴보지만,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균형'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극단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타인을 차별하는 사상이 대두되고, 인기영합주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재 정치·경제 제도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이의 균형,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균형,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균형, 다원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의 균형, 개방주의와 폐쇄주의 사이의 균형, 각각의 균형점을 찾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저자는 중국이 어떤 방향을 채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중국이 안 좋은 선택을 할 것을 우려한다. 세계도 마찬가지다. 각 나라가 어떤 해결책을 채택할지,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좋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 두려울 뿐이다. 아무리 올바른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강제하는 순간 올바른 선택이 아니게 된다. 세계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강제할 게 아니라,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보여주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