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들 - 우리의 시간에 동행하는 별빛이 있다 들시리즈 3
이주원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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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의 수필

어떠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인 에세이답게, 천문학 교양서이면서 회고록이다. 지난 과거를 회상하면서, 어떻게 천문학자의 길을 걷게 됐는지 이야기한다. 자신의 경험과 연관된 천문학 지식을 설명하기도 한다. 잔잔히 천문학자의 인생이 책에 녹아들은 느낌이다.

귀납의 학문, 천문학과 경제학

과학자가 무언가 실험하려 할 때, 제일 먼저해야 하는 확인해야 할 건 '통제변수'다. 실험하고자 하는 부분과 관련 없는 통제변수로 무엇이 있는 지 확인하고, 실험에서 배제해야 한다. 실험 목적과 관련 없는 다른 변수가 실험에 영향을 주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제변수를 배제한 상황에서 도출된 결과(종속변수와 독립변수 간의 차이)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 연역법은 오랜기간 여러 학문에서 활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학문에서 연역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역법은 실험 환경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유효한 방법이지, 실험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면 연역법은 무용지물이다. 천문학과 경제학, 두 학문 모두 실험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학문이다. 태양과 행성을 자유자대로 움직일 수 없다. 국가와 세계 경제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이 귀납법이다. 여러 현상, 수치 등을 종합하여 공통된 하나의 현상을 밝혀낸다. 귀납법은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겪었던 여러 경험을 종합해 '일반화'를 하는 거다. 귀납법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아주 유용한 도구다.

은하의 MBTI, 사람의 MBTI

귀납법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기에, 경제학과 천문학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활용한다. 노하우, 짬, 연륜, 경력은 귀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이 쌓였다는 걸 말해주는 단어다. 경험이 풍부할수록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근저에는 '귀납적 판단 능력'이 전제돼있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건, 데이터가 많다는 거고, 그만큼 판단의 정확도가 높다. 또한, 판단 속도도 빨라져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한다. 일의 효율이 높다. 기업이 괜히 신규 채용보다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을수록 고지식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경험과 연륜이 많을수록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일반화의 오류'는 귀납법이 내포한 문제다. 지금까지 관찰된 백조는 모두 흰색이었으므로,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검은 백조도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실제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 '예외와 반론의 여지'가 존재하는 게 귀납법이다. 문제는 귀납법을 자주 활용하다보면, 이를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그간 경험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주지만, 사실, 당연한 게 아니었던 거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의 톡톡 튀는 변칙과 임기응변에 호되게 당하는 이유랄까.

저자는 은하의 MBTI 편에서 천문학이 타원은하와 나선은하 등 은하를 모양에 따라 분류하지만, 우주에 정말 다양한 형태의 은하가 있어서 완벽한 분류법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주에는 타원은하와 나선은하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분류가 애매한 은하들이 많으며, 분류법에 해당되지 않는 예외도 많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가 유행이지만,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 MBTI는 하나의 분류일 뿐이지, 그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경제학은 아직도 정말 다양한 사람을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로 단정짓는 게 대세이지만, 경제학계의 깊은 반성으로 이에 벗어나, 다양한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성격 유형인 INFJ만의 한계효용이론 등 MBTI 16가지 성격 유형에 따른 경제 이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현 MBTI에서 더 세분화된 성격 유형 분류법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완전히 새로운 경제 이론이 제시될 수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귀납법과 일반화의 편의에 속아 사람과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쉽지 않겠지만, 항상 열린 사고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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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원의 백 투 베이직 - 운동만 30년, 레전드 보디빌더의 가장 기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가이드
강경원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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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트레이닝

초보를 위한, 초보에 의한, 초보의 책

우리나라 최고의 보디빌더 강경원이 웨이트 트레이닝 초보를 위한 책을 선보였다. 책 구성, 내용, 모두 초보에 맞췄다. 운동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하나 있으면 충분하다. 여러 책 읽을 필요 없다. 딱, 이 책 하나 들고 헬스장에 출석 도장 찍으면 된다.

책은 제일 중요한 식단부터 시작한다. 단순히 운동이 좋아서 하는 사람보다, 몸매라는 목적성을 갖고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고려했다.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하지 않으면, 건강한 근육 돼지가 되는 거다. 힘(Strength)은 늘어도, 외형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식단 관리에 필요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치팅 데이는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어도 되는 날이 아니라, 평소 식단에서 조금 더 먹어도 되는 날이라며, 잘못된 일반 상식을 꼬집는다. 맛이 강한 음식을 한번 맛보면, 다시 식단 관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왕 식단 관리를 할 거면 끝까지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팅 데이라며 마라탕 실컷 먹었는데...)

본문은 가슴, 등, 팔, 어깨, 하체, 각 부위의 핵심 운동 설명이 담겨있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 핵심 운동만을 다루기 때문에 운동 종류는 많지 않다. 초보는 다양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근육과 코어근육이 다져지지 않았고, 어떤 부위를 자극해야 하는지 모르는 초보자가 세밀한 부위 타깃 운동을 한다면 부상당하기 십상이다.

이 책의 백미는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를 "잔소리 한번 할게요."라는 친근한 표현으로 설명한다. 중·상급자도 자주 놓치는 부분을 짚기 때문에, 꼭 읽어봐야 한다. 운동 좀 했다고 헬스장에서 거들먹거리는 사람 중 정자세로 운동하는 사람 많지 않다. "Back To Basic"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겸손하게 기초부터 다시 다진다는 마음으로 읽어보자.

운동을 즐겨라!

독일 심리학자 롤프 메르클레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운동을 즐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저 쇳덩어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걸 지겹도록 반복해야 하는데, 얼핏 보면, 정말 재미없어 보인다. 이걸 증명하듯, 많은 사람이 멋진 몸매를 향한 열정으로 헬스장 회원권을 결제하지만, 헬스장 출석 목록은 깨끗하다. 재미없다며 투정 거리는 사람 중 정말 열심히 쇳덩어리를 들었다 놓은 사람이 있을까? 다른 사람 운동 못하게 헬스장 기구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태반이다.

쇠질의 진정한 재미는 성취감이다. 솔직히, 운동이 즐겁기만 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하루만 쉬고 싶은 마음이 매일 헬스장 앞에서 충동질한다. 그런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5년 동안 꾸준히 헬스장에서 쇠질을 했다. 나를 헬스장에 출석하게 만드는 건, 딱 하나 성취감 때문이었다. 성취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느낀 성취감은 근육질 몸매로 변해가는 내 몸을 거울로 바라보며 느끼는 성취감 따위가 아니다.


매일 나를 충동질하는 게으름을 이겼다는

'자기 극복'이라는 성취감이었다.


물론, 운동이 끝나고 샤워하면서 근육질 몸매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더 기쁘게 하는 건, "오늘 하루도 정말 힘든 걸 해냈구나! 고생했다!"라는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다. 운동 후 엔드로핀 증가로 상쾌한 기분인 건 더할 나위 없다. 이 긴 글의 결론은 "열심히 운동하자!"다.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천연 마약이자, 우울증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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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체력 -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돈의 방정식
닥터마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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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경제를 공부하자!

저자는 일반 직장인이면서, '부동산스터디' 카페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투잡(?)인이다. 투자 카페의 유명 칼럼니스트로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가 어려운 경제 이론의 정수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복잡한 경제 이론이 책에 적혀있는 순간, 독자는 흥미를 잃는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경제 입문서로 최고다.

아파트 가격이 왜 오를까?, 간단하다. 시장에 나와있는 아파트 매물보다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강남 불패 신화는 왜 생겼을까?, 간단하다. 교육, 직장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강남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경제 이론의 정수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머릿속에 꽂히게 한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잘못 설명하고, 비트코인을 금과 동일한 화폐로 설명하는 등 잘못된 부분도 있다. 다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무시해도 될 정도다. 위의 부분만 주의해서 읽으면 된다.


특히, 부동산을 새와 둥지로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다.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할 때, 암컷은 수컷의 외모만을 확인하지 않는다. 수컷이 가진 재산과 능력, 수컷의 주변 동료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즉, 자신과 자식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둥지를 갖추고 있거나, 그러한 둥지를 갖출 능력을 가진 수컷을 찾는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남자가 가진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강남과 벤츠가 인기 많은 이유다.


저자의 요지는 지금부터 경제를 공부하고, 동시에 투자를 시작하라는 거다. 저자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절대 무시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무작정 주식이나 부동산에 뛰어들라는 게 아니다.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마치, 양명학의 지행병진(知行竝進)을 보는 것 같다.

빈부격차의 원인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우리나라는 경제 문맹국이다.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우리의 생활양식인 경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요 선진국은 학교에서 경제 수업을 받으며, 투자도 해본다. 아예, 경제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나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교육 인프라도 빈약하고, 학부모의 경제 교육, 학생의 학습 의지도 없다.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소득'보다 '자본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즉,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본에 투자해서 번 돈이 더 많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돈을 버는 사회다. 자본에 무지할수록, 돈의 흐름을 읽지 못할수록, 빈층에 머무르게 된다. 부층에 오르려면, 자본 소득을 높여야 한다. 월급을 차곡 모은 적금이든,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든, 출처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건, 상류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녀에게 투자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상사의 비위를 열심히 맞추며 돈을 벌고 있을 때, 누군가는 똑같은 돈을 가만히 앉아서 벌고 있다. 평생 뼈 빠지게 일만 하다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경제 입문서를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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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비법과 명인의 술
조정형.조윤주 지음 / 다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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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입문

잊혔던 전통주를 간략히 소개한다. 전통주의 특징과 종류뿐만 아니라,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 세계 여러 술을 같이 소개한다. 달리 말하자면, 내용이 책의 핵심 주제인 전통주에 집중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전개된다. 덕분에,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다. 편집과 내용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각 전통주의 고유한 맛과 어울리는 음식,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주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도되는 전통주를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으면 좋았을 책이다.

우리나라 전통주

우리나라 전통주는 가정에서 양조하는 가양주 형태로 발전했다. 가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양조되니, 똑같은 막걸리라고 하더라도 양조법이나 맛이 천차만별이었다. 현대 편의점에 진열된 다양한 맥주처럼,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가 현대로 이어지지 않게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 일제의 양조 허가제였다. 허가된 사람만 양조할 수 있도록 한 일제의 정책은 전통주를 밀주로 만들었다. 가정에서 그저 손님 접대용으로 빗던 술일 진데, 억지로 밀주가 된 술을 빗을 이유가 없었다. 걸리면 곤욕만 치를 뿐이다. 문제는 구전을 통해 대대로 이어지던 우리나라 전통주의 특성상, 양조법을 세세하게 기록한 경우가 많지 않았는 점이다. 결국, 다양한 전통주가 서서히 잊혔다. 현재,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홍보하는 전통주 중 실제 대를 거쳐 전수된 경우는 많지 않다. 면밀히 살펴보면, 후대에 의해 복원된 술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고급화 역사는 길지 않다. 거의 현대에 들어와서 고급화됐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전통주가 가양주라, 대중화·산업화의 유인이 적었기 때문이다. 고급화되지 않았는데 단절된 역사까지 있기 때문에, 맛도 뛰어나고 가격도 합리적인 양주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세월의 풍파에 간신히 살아남은 전통주라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현대화에 성공한 막걸리와 소주를 제외하고, 다른 전통주는 제사상에 올릴 때나 찾을 뿐이었다. 웬만한 술은 다 있는 대형마트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있더라도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전통주는 전통주 한 병을 맛보기 위해 기꺼이 먼 양조장까지 찾아가는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술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전통주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전통주에 한하여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면서, 전통주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면서 홍보만 잘하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언제든 주문하여 맛볼 수 있는 술이 되면서 소수의 마니아나 즐기는 술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이 됐다. 맛만 있으면, 대박 나는 건 예삿일이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통주 시장에 활기가 띠기 시작한 거다. 시장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전통주의 질도 어떤 외국 고급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나날이 높아졌다. 맛없고 숙취 심한 술이 아니라, 맛있고 고급진 전통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통'과 관련되면 항상 붉어지는, 무엇이 전통이냐에 대한 논란이 전통주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나름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기존 전통주 양조인의 눈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양조인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전통주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들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한복처럼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거고, 새로운 시도와 발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는 전통주도 사실, 오로지 우리나라에서 기원한 술은 몇 없다. 막걸리 정도뿐이다. 역사가 있는 전통주라고 자랑하는 많은 술이 중국, 몽골, 일본, 아라비아 등지에서 들어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술로 발전했다. 따라서, 위스키 같은 양주의 양조법을 따른다고 전통주가 아니라며 배척할 이유가 없다. 먼 훗날 그 술도 전통주가 될 테니까. 전통주 업계가 개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전통주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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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에 관하여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장진영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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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계가 놓치고 있는 것

이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 경제와 유리돼가는 주류 경제학계를 향한 경고다. 고도로 정밀한 수학을 이용한 경제학 이론은 여러 가능성 중 최선의 결과를 제시한다. 따라서,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이론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즉, 이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현실 경제가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을 따라가지 않았다. 경제학은 합리적 인간(Homo economicus) 전제를 토대로 논리적 철옹성을 쌓았지만, 경제 예측에 매번 실패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측에 실패하는 건 예삿일이고, 사후 원인마저 정립하지 못하는 경제학계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인다. "인간이 합리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라는 거다. 때로는 심사숙고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며, 인지 오류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인간은 비합리적일지라도, 양심과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는 분들이야말로, 합리적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꿈꾸는 경제학을 향해 '인간'이 몸소 보여주는 반박이다.

물론, 경제학도 눈먼 장님 마냥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도 합리적 인간의 문제를 명확히 알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Ceteris Paribus)', '오컴의 면도날' 등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하지만, 그 장치는 경제학자들이 쌓아온 합리적 인간 전제를 지키기 위한 도구였다. 경제학이 '인간'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장치는 아니었다.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처럼 주류 경제학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데 주력했다.

경제학이 합리적 인간을 고집하는 건, 이를 포기하는 순간 과학으로 경제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아닌, 과학으로 경제학은 경제학자의 오랜 이상이다. 경제학은 통계와 논리의 힘으로 불변의 진리를 연구하는 과학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면, 예측·정립·법칙화는 불가능해진다. 논리와 통계가 무의미해진다. 과학이 아니게 되는 거다따라서, 경제학은 윤리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인문학과 거리를 뒀다. 인문학의 방법론과 경제학의 방법론은 다르다며, 경제학은 과학이라고 인문학을 차별했다.

하지만, 과학의 탐구 대상인 '자연'과 경제학의 탐구 대상인 '인간'은 성질부터 다르다. 자연은 자유 의지가 없다. 인간처럼 신념과 문화 등 무형의 정신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학이 인간을 연구하는 이상, 인문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완전한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저자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경제학이 다시 인문학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거다. 주류 경제학이 완전히 틀렸다는 게 아니다. 인간의 합리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때로는 누구보다도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게 인간이다. 합리적 인간도 인간이다. 반대로, 비합리적 인간도 인간이다. 따라서, 경제학이 온전한 인간을 이해하려면, 비합리적인 인간도 받아들여야 한다.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 윤리, 문화 등 정신적 가치도 경제 이론에 반영해야 한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연구하는 여러 인문학과 활발히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

저자의 주류 경제학을 향한 비판이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숱한 사람들이 제기했고, 그에 대한 반향으로 행동경제학 등 수정·보완된 경제학이 등장했다.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휩쓸리며, 때로는 경제학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가며, 경제학의 영역은 나날이 확장하고 있다.

여러 전문 용어와 번역체는 이 책을 어렵게 한다. 합리적 인간, 공동체 이론, 제도학파, 마르크스주의 등 쏟아지는 경제 담론은 비전공자를 버겁게 만든다. 하지만, 여러 주장과 반박으로 점쳐진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사이의 담론을 잘 담겨있다. 어렵지만, 독파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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