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 경제와 유리돼가는 주류 경제학계를 향한 경고다. 고도로 정밀한 수학을 이용한 경제학 이론은 여러 가능성 중 최선의 결과를 제시한다. 따라서,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이론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즉, 이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현실 경제가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을 따라가지 않았다. 경제학은 합리적 인간(Homo economicus) 전제를 토대로 논리적 철옹성을 쌓았지만, 경제 예측에 매번 실패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측에 실패하는 건 예삿일이고, 사후 원인마저 정립하지 못하는 경제학계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인다. "인간이 합리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라는 거다. 때로는 심사숙고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며, 인지 오류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인간은 비합리적일지라도, 양심과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는 분들이야말로, 합리적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꿈꾸는 경제학을 향해 '인간'이 몸소 보여주는 반박이다.
물론, 경제학도 눈먼 장님 마냥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도 합리적 인간의 문제를 명확히 알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Ceteris Paribus)', '오컴의 면도날' 등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하지만, 그 장치는 경제학자들이 쌓아온 합리적 인간 전제를 지키기 위한 도구였다. 경제학이 '인간'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장치는 아니었다.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처럼 주류 경제학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데 주력했다.
경제학이 합리적 인간을 고집하는 건, 이를 포기하는 순간 과학으로 경제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아닌, 과학으로 경제학은 경제학자의 오랜 이상이다. 경제학은 통계와 논리의 힘으로 불변의 진리를 연구하는 과학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면, 예측·정립·법칙화는 불가능해진다. 논리와 통계가 무의미해진다. 과학이 아니게 되는 거다. 따라서, 경제학은 윤리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인문학과 거리를 뒀다. 인문학의 방법론과 경제학의 방법론은 다르다며, 경제학은 과학이라고 인문학을 차별했다.
하지만, 과학의 탐구 대상인 '자연'과 경제학의 탐구 대상인 '인간'은 성질부터 다르다. 자연은 자유 의지가 없다. 인간처럼 신념과 문화 등 무형의 정신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학이 인간을 연구하는 이상, 인문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완전한 과학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