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법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기에, 경제학과 천문학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활용한다. 노하우, 짬, 연륜, 경력은 귀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이 쌓였다는 걸 말해주는 단어다. 경험이 풍부할수록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근저에는 '귀납적 판단 능력'이 전제돼있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건, 데이터가 많다는 거고, 그만큼 판단의 정확도가 높다. 또한, 판단 속도도 빨라져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한다. 일의 효율이 높다. 기업이 괜히 신규 채용보다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을수록 고지식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경험과 연륜이 많을수록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일반화의 오류'는 귀납법이 내포한 문제다. 지금까지 관찰된 백조는 모두 흰색이었으므로,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검은 백조도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실제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 '예외와 반론의 여지'가 존재하는 게 귀납법이다. 문제는 귀납법을 자주 활용하다보면, 이를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그간 경험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주지만, 사실, 당연한 게 아니었던 거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의 톡톡 튀는 변칙과 임기응변에 호되게 당하는 이유랄까.
저자는 은하의 MBTI 편에서 천문학이 타원은하와 나선은하 등 은하를 모양에 따라 분류하지만, 우주에 정말 다양한 형태의 은하가 있어서 완벽한 분류법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주에는 타원은하와 나선은하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분류가 애매한 은하들이 많으며, 분류법에 해당되지 않는 예외도 많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가 유행이지만,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 MBTI는 하나의 분류일 뿐이지, 그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경제학은 아직도 정말 다양한 사람을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로 단정짓는 게 대세이지만, 경제학계의 깊은 반성으로 이에 벗어나, 다양한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성격 유형인 INFJ만의 한계효용이론 등 MBTI 16가지 성격 유형에 따른 경제 이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현 MBTI에서 더 세분화된 성격 유형 분류법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완전히 새로운 경제 이론이 제시될 수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귀납법과 일반화의 편의에 속아 사람과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쉽지 않겠지만, 항상 열린 사고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