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 - 대한민국 대표 변호사의 승소 전략
이미호 외 지음 / 박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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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의 승리 전략

로펌에게 배우는 교훈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로펌이 승소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 소개하는 르포 모음집이다. 화려한 사진과 변호사 프로필은 로펌을 홍보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치, 신문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광고 기사를 보는 느낌이다. 책의 레이아웃과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각 부분마다 저자가 달라 퀄리티가 다르다는 점도 특징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핵심 논리만 간결하게 전달한 부분이 있는 반면,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맺는 부분이 있다. 일관적이지 않은 점이 아쉽다.

패소했거나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소송을 승소로 이끈 역전극이 책의 대부분을 장식한다. 승소하기 위한 로펌의 전략이 백미다. 로펌의 전략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는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한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

로펌은 먼저 상황에 집중했다. 상대의 의중뿐만 아니라, 재판부의 입장 등 소송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보려 했다. 자신의 위치를 알면 부족한 게 보이기 마련이다. 로펌은 발품을 팔아 승소에 유리한 판례와 자료를 모았다. 외국의 판례, 연구 논문, 비공개 자료 등 가리지 않았고 모았다.

책에 담긴 송사 모두 '논리' 싸움이었다. 성문법에 따른 '법'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송사 당사자의 주장 중 어느 주장이 더 일관되고 합당한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됐다. 특히, 전례가 없는 새로운 사건의 경우에 더욱 강력했다. 어떻게 판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재판부에게 로펌은 유사한 논리를 적용한 판례를 제시하며 설득했다.

로펌은 상대방 논리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상대방의 불리한 부분을 집요하게 짚고 그들의 논리를 파훼했다. 대형 로펌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도 강력하지만,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작은 로펌이라도 결과를 뒤집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역전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모두 상대와 자신을 명확히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격언은 동일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서희의 외교담판

서희가 전쟁을 끝맺을 수 있었던 이유

우리나라 역사에서 외교하면 가장 떠오르는 인물은 외교담판으로 알려진 '서희'다. 서희는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거란의 대군을 물리쳤다. 서희는 어떻게 거란과 협상했길래 지고 있던 전쟁에서 영토까지 얻을 수 있었을까?

서희의 전략은 로펌의 전략과 다르지 않았다. 서희는 우선 전쟁이 발발한 이유, 전쟁이 발발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한다. 만리장성 넘어 북방 시베리아는 기후와 땅이 척박해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서 유목이 발달한다. 유목은 농업에 비해 인구 부양력이 모자라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거란족, 몽골족, 만주족 등 북방에서 발흥한 유목국가의 중원 침략은 국운과 직결된 문제였다. 중원 공략이 성공하면 대제국이 됐고, 실패하면 분열되어 변방의 작은 부족 국가로 쇠퇴했다. 국운이 달린 문제이기에, 거란족 유목국가 요(遼)가 풍요로운 중원국가 송(宋)을 침략하는 건 예정된 일이었다.

요(遼)의 입장에서 송(宋)과 상당히 관계가 좋았던 고려는 후방을 위협하는 나라였다. 고려를 무시하고 송(宋)을 공략했을 때, 고려가 후방에서 요(遼)를 공격한다면, 요(遼)의 전선은 두 개가 되어 중원 공략에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요(遼)는 중원 공략에 앞서 고려를 공략하여 후방의 안전을 도모한다. 고려와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원 공략도 힘들어지기에, 요(遼)는 보급을 포기하고 기마군단으로 빠르게 진격하는 전격전 방식을 선택한다.

겨울에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빠르게 개성을 향해 남하하는 요(遼)의 대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고려는 혼란에 빠진다. 성종과 고려 조정은 대항할 생각조차 못했다. 항복할 때 영토를 어디까지 할양할 것인지가 고려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때 맞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며 고려 조정을 진정시키는 인물이 있었으니, 서희다.

서희는 고려가 농성에 들어가 장기전이 되면 보급이 취약한 전격전 방식을 선택한 요(遼)에 상당히 불리하다는 점, 중원 공략을 원하는 요(遼) 후방의 안전을 확보해 준다면 전쟁의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을 들어 항복을 생각하는 조정을 설득해 장기전에 대비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거란과 협상에 들어간다.

대중에게 곧잘 요(遼) 장군 소손녕이 멍청한 인물로 소개되지만, 절대 아니다. 요(遼)에게 중요한 건 중원 공략이다. 고려가 후방의 안전만 보장해 준다면, 굳이 중원 공략 이전부터 고려와 전쟁하며 기운을 뺄 필요가 없었다. 고려와 전쟁하면서 중원 공략을 위한 병력을 보전하는 것도 요(遼)의 중요한 과제였다. 서희는 이 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서희는 송(宋)과 바다로 교류할 수 있지만 요(遼)는 여진이 가로막고 있어 교류하지 못함을 강조한다. 요(遼)와 직접 교류할 수 있다면 거리가 먼 송(宋)보다 요(遼)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작금 신의주 지역인 강동 6주를 여진으로부터 빼앗는 걸 묵인해달라 요청한다. 요(遼)는 국경을 맞댄다면 고려를 더 통제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고, 고려가 강동 6주를 차지한 뒤 요(遼)에 사대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철군한다.

고려는 이후에도 송(宋)과 친밀하게 지내며 요(遼)의 속을 썩여 전쟁이 4차까지 이어졌고, 이때 고려가 획득한 강동 6주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작용했다는 건 뒷이야기다.

자신과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 건 비단 소송과 외교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협상과 논쟁으로 점쳐져 있다. 그렇기에, 로펌과 서희처럼 매사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하다. 겸손하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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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천재들은 어떻게 기획하고 분석할까? - 직관을 넘어 핵심을 꿰뚫는 데이터 분석의 절대 법칙
조성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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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에 입문해보자!

빅데이터를 소개하기 위해 태어난 책

데이터 전문가들이 일반인에게 빅데이터를 소개한다. 일반인이 빅데이터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려운 통계 이론을 정말 쉽게 설명한다. 이론을 주해하기보다 어떻게 실생활에 이용되는지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이론을 습득할 수 있다. 통계에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빅데이터 입문으로 최적이다.

빅데이터란 무엇인가요?

빅데이터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1장은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케팅, 품질검사, 예측, 정보 조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빅데이터를 소개한다. SNS, 마케팅 광고 등 생활에서 쉽게 접해볼 만한 것들로 하여금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데이터 접근 단계는 '데이터', '인사이트', '가치'로 이루어져 있다. 추출된 데이터에 인사이트를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 데이터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해석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

빅데이터 분석에는 각 단계에 맞는 역할이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는 데이터 이론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데이터 엔지니어(Data Engineer)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개발한 데이터 이론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추출한다. 데이터 애널리스트(Data Analyst)는 데이터 엔지니어가 추출한 데이터로부터 인사이트(Insight)를 도출한다.

데이터 수집 단계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데이터 엔지니어의 영역이며,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건 데이터 애널리스트의 역할이다. 데이터를 해석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통계 지식만 가지고 할 수 없다. 인사이트는 통계 지식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총괄한다. 따라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각계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융복합 인재여야만 한다.

빅데이터의 순간들

머신러닝, 딥러닝, 회귀분석, 데이터 시각화 등 다양한 빅데이터의 기법들

2장은 데이터 시각화를 다룬다. 비즈니스 데이터, 공공 데이터, SNS 데이터, 데이터 시각화에서 자주 활용되는 세 가지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 시각화 방법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접하는 그래프와 분포도 뿐만 아니라, 주식 차트에서 볼 수 있는 박스 플롯 등을 볼 수 있다. 데이터 시각화는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평소에 생활하면서 접하던 그래프나 도표의 명칭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특히, 신문 기사나 PPT,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다섯 가지(시간 시각화, 분포 시각화, 관계 시각화, 비교 시각화, 공간 시각화) 시각화를 설명해 주는데, 대학생 이 조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숱하게 제작하는 PPT에서 이용하는 그래프들이 각각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배운다.

3장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기본 원리를 다룬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핵심인 분류와 예측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독립변수(예측변수)와 종속변수(반응변수)의 관계, 범주형 데이터와 연속형 데이터 등을 여러 사례로 만날 수 있다. 여러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특정 경향성을 나타내는 함수를 찾아 다음 결과를 예측하는 회귀분석의 원리를 상당히 쉽게 설명한다. 특히, 경제학이나 통계학 전공자라면 공식으로만 배운 어려운 이론을 실례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론 위주 강의실 수업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통계를 만나는 계기가 된다.

4장은 여러 데이터를 비슷한 특성끼리 모아 분석하여 비지도 학습 등에 사용되는 군집분석을 소개한다. 군집에서 서로 다른 개체 또는 특징 간 비슷한 정도를 나타내는 유사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유사도를 측정하는 다양한 거리함수를 소개한다. 군집분석에는 '군집'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군집에 따라 같은 데이터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군집끼리는 같은 점이, 다른 군집끼리는 다른 점이 명확해야 잘 구성된 군집이다. 따라서, 여러 선택에도 같은 군집으로 묶인다면 그 군집의 신뢰도는 높다며, 어떻게 군집을 선택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다양한 선택과 결과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5장은 인공신경망으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머신러닝을 소개한다. 직관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사람과 달리, 컴퓨터는 모든 걸 숫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물 사진 등의 데이터를 숫자로 변환하여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수행한다. 다양한 데이터 변환 법과 알고리즘이 존재하는데,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건 사용자의 몫이다. 여기서, 머신러닝은 가중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 논제다. 머신러닝에 있어서 가중치가 설정되면 데이터는 자동으로 결정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 마이닝은 딥러닝의 기초이기 때문에, 목표에 적합한 데이터 마이닝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있어서 적절한 가중치와 데이터 마이닝이 핵심이라는 걸 강조한다.

6장은 데이터와 텍스트 분석을 설명한다. 데이터는 숫자와 같은 정형 데이터와 동영상과 사진 같은 비정형 데이터가 있다. 세상은 비정형 데이터의 세계로 머신러닝과 딥러닝에서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 데이터로 변환하는 게 핵심이다. 비정형 데이터를 크롤링(스크리밍) 작업과 전처리 작업 등 사전 작업으로 정형 데이터로 변환하고, 키워드 분석, 트렌드 분석, 네트워크 분석, 임베딩 분석 등 텍스트 분석에 활용한다. 텍스트 분석은 텍스트의 문맥이나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유인지, 직설인지, 무의미한지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게 사람도 어려운진데 컴퓨터는 더 지옥이다. 저자는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대전제를 이야기하면서, 텍스트 분석에 앞서 명확한 목표와 소스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연금술사와 빅데이터

흥미로운 유사성

한창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아, 애널리스트 과정에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요즘, 데이터 산업이 광산업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느낀다. 채광하기 전에 원하는 광물의 수율에 맞는 광산을 찾고(데이터 수집 및 소스 분석), 불필요한 광물을 걸러내어 제련하고(데이터 전처리), 제련된 광물을 원하는 목적에 맞게 가공한다(데이터 분석). 맨땅(빅데이터)에서 금(가치)을 찾는다는 목표까지 유사하다. 예나 지금이나, 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은 끊임없었고, 빅데이터도 다르지 않다.

과거, 연금술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연금술사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원소를 이용해, 완전무결한 원소 '금'을 연성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로 대중에게 알려진 그들은 금을 연성할 수 있는 물질인 '현자의 돌'을 찾아 일생을 바쳤다. 화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 그들의 도전은 현대인의 시선에선 이그노벨상이나 다윈상이 떠오를 만큼 하찮은 낭비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절대 무용한 게 아니었다. 현자의 돌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화학 물질을 발견하고, 더 효율적인 제련 방법을 발견한다. 연금술사들이 현대 화학의 기틀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산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쓸모없는 데이터에서 유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연금술사가 금과 현자의 돌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 광고 등 돈에 몰두하는 모습이 금을 찾아 헤매던 연금술사와 비슷하지만, 연금술사가 화학을 발전시켜 인류에 공헌했듯이, 빅데이터도 인류 삶에 공헌하고 있다.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청각장애인을 돕거나, 부정부패와 단합 등 불공정 행위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발각되지 않았던 부정행위를 찾아낸다. 이렇듯, 빅데이터 산업은 점점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앞으로 빅데이터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 흥미진진하다. 일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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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우주에게, 우주로부터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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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와 함께하는 킬링타임

우주가 주제인 감성 독서

잔잔한 에세이 느낌을 주는 책이다. 화려한 그림, 길지 않은 문장은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교육보다는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깊게 읽을 필요가 없는, 캠핑장 또는 카페에서 잔잔히 햇살과 별빛을 느끼며 읽기 좋은 감성 책이다.

지식의 전달 측면은 약하다. 함축된 설명이 많아 직관적으로 책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는 저자의 해설을 다시 한번 해석해야 한다. 몇몇 사소한 오류도 보인다. '골디락스 존'처럼 보통 명사화된 단어를 발음 따라 '골딜록스 존'으로 표기했으며, 금성을 태양계 골디락스 존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감성 측면에서 훌륭한 책이지만, 지식의 전달 측면에서 아쉬운 책이다.

우주에게, 우주로부터

제목에서 엿보이는 내용

책의 초반은 '우주'가 주제였다면, 책의 후반은 우주가 내포하는 '인문학'이 주제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우주에게'라면, 우주로부터 비롯된 인문학 이야기가 '우주로부터'다. 어찌 됐든, 핵심은 '우주'와 연관된 무언가이다.

지구온난화와 우주쓰레기 등 환경 오염,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로 서서히 제기되는 테라포밍, 김환기와 고흐 등 우주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예술가,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처럼 우주가 주는 인생 교훈, 인터넷과 전자레인지처럼 우주에서 파생된 신기술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 차별과 실패에 불구하고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 인간 승리 등 다양한 이야기가 파편처럼 모여있다.

우주와 도전정신

끝없는 도전이 가지는 의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 하나를 짚으라 한다면 '도전정신'이다. 우주의 수많은 별빛처럼 인간의 '도전정신'도 빛났다. 현대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과거에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인생을 바쳐야 했고, 누군가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지구에서 달을 넘어 머나먼 심우주로 나아가는데 희생과 역경이 뒤따랐다.

성당에 반하는 이론을 제기했다가 억압받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고체 연료가 대세인 시절에 액체 연료에 개발에 나섰다가 조롱당한 로버트 고티드, 천재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있어도 흑인이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소부 취급받았던 인간 컴퓨터 캐서린 존슨, 이들은 모두 억압과 차별에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며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 차별과 멸시를 견뎌가며 도전했던 순간들이 눈부시게 세상을 밝혔다.

냉전이 격화되던 때 소련과 경쟁하던 미국은 소련의 유인 우주탐사에 큰 충격을 받고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을 추진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미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세계 최초로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 이름은 11호 앞의 1~10호까지의 도전과 실패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까지 승무원이 희생되기도 했고, 쓸모없는 일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첫 시도인 아폴로 1호는 우주로 나아가던 중 폭발해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으며, 아폴로 13호는 달로 향하던 중 우주선이 폭발해 다시 지구로 귀환해야 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로켓 추진체는 ICBM 등 미사일에 응용되기 때문에 군사 핵심기술로 분류된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게 기술 이전을 받기 매우 어렵다. 2013년 우리나라 나로호는 인공위성 등 다른 모든 부분은 우리나라가 개발했어도 로켓 추진체만큼은 러시아의 안가라 로켓을 이용해야 했다. 총 세 번의 나로호 발사 중 단 한 번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숱한 비판과 비난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윽고 자체적인 로켓 추진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에 이르러, 2021년 누리호를 발사하는데 이른다. 인공위성이 궤도 안착에 실패하면서 최종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구성된 로켓이라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KF-21 보라매 전투기도 다르지 않다. 혹자는 우리의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 전투기를 수입하는 게 더 저렴하고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라는 진리를 생각하면, 자주국방을 위해 전투기 개발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실패해도 좋다. 그 실패를 반면교사로 다시 도전하면 된다. 조만간 우리 하늘을 장식할 우리 전투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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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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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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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의식, 마음은 무엇일까?

심리학과 뇌과학의 불완전한 연결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신경세포의 집합인 두뇌에서 어떻게 마음과 의식이 창발했는지 고민했다. 저자는 이 책을 대중서로 썼다지만,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전문적이라 일반 대중에게 쉽지 않은 책이다.

저자는 '마음'이라는 틀 내에서 '감각 기관으로부터 느낀 지식의 축적'이 '의식'이 된다고 봤다. 무수한 시냅스의 연결 속에 마음이 존재하며, 마음 내의 정신 작용을 의식으로 봤다. 마음이 물병이라면, 지식은 물 분자고, 물병에 가득 채워진 물이 의식이다. 저자에 따르면, 감각기관으로부터 전달된 느낌이 없고 지식이 축적되지 않으면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느낌과 의식은 상호보완관계로 서로를 증명하면서 강화한다. 마음 내 의식이 있기에 느낄 수 있고, 느낌이 모여 의식이 된다. 저자의 이론에서 의식은 존재의 성격보다 축적의 성격이 강하다. 의식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인,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 무기물이 아니다. 축적하고 성장하며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체다.

따라서, 저자는 인공지능도 의식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인공지능도 단순히 알고리즘에 의한 정형화된 지능이 아니라,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며 그러한 감정을 축적하고 처리할 수만 있다면 인공지능에게도 의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거다.

저자의 이론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음이다. 저자는 마음의 존재를 전제할 뿐, 어떻게 마음이 존재하는지 밝히지 못했다. 신경세포의 작용과 마음 사이 연결이 불완전하다. 뇌와 신경세포를 탐구하지만, 신경세포 간 전기 신호 전달이 어떻게 마음이 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이론이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며, 마음의 존재를 전제하고 자신의 이론을 펼쳐나간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마음이 생성되고 작용하는지 밝혀내는 건 후학의 몫으로 남겨둔다.

저자는 지능을 명시적 지능과 비명시적 지능으로 나눈다. 저자에 따르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은 명시적 지능이다. 명시적 지능이 감각과 지식의 축적에 의한 의식이다. 반대로, 비명시적 지능은 숨쉬기 같은 생존을 위한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다. 저자는 미생물과 인간의 차이를 명시적 지능의 유무로 봤다. 미생물에게는 비명시적 지능만 있을 뿐, 명시적 지능이 없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한다며 책을 맺는다. 저자는 우리 인간 단독으로 살아갈 수 없다며, 인간 또한 거대한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명시적 지능의 보유가 다른 생명체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명시적 지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른 동물도 명시적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명시적 지능을 보유하는데 뛰어날 뿐이다. 까치, 돌고래, 카푸친 원숭이 등 다양한 고지능 동물들이 명시적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 지능을 다양한 동물들도 갖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카푸친 원숭이는 인간 다음으로 '석기시대'에 진입했다.

마음이 있는 곳, 마음이 가는 곳

성숙한 사람이 되는 여정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은 기억세포의 유기체적 연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의 축적이 의식이라면, 마음이 존재하는 곳은 기억을 담당하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간질 환자 중 뇌량 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의 분리뇌 현상과 외계인 손 증후군이 떠올랐다. 뇌량이 제거된 상태에서 좌뇌와 우뇌 각각 의식이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의식을 각각 동일한 의식으로 해석하는 현상이 분리뇌 현상이다. 분리뇌 상태에서 우뇌가 좌뇌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는 게 외계인 손 증후군이다. 눈앞에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보라는 요청에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는 피자가 좋다고 하지만, 왼손이 담당하는 우뇌는 햄버거를 고르는 식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좌뇌와 우뇌의 판단과 행동이 다르지만, 서로 반대편 두뇌의 행동 또한 자신의 의지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런 실험 결과를 생각하면 마음은 신경 세포의 종합적인 유기 관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아리송한 문제이다.

저자는 지식의 축적이 의식이라고 했다. 이를 돌려 생각하면, 의식과 자아는 지식이 축적될수록 강해진다는 뜻이다. 지식이 많을수록 의식과 자아가 뚜렷해진다고 볼 수 있다. '지식'이 많다는 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느낌과 감정의 자극을 많이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즉, 다양한 경험이 우리를 느끼게 하고 자아를 찾게 한다. "여행은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질적인 환경과 문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의 교류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다양한 느낌이 주는 지식의 축적으로 한청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다. 한곳에 머무르며 똑같은 것을 반복해 봤자 얻는 건 없다.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보자.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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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사회 -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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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614546442


공정을 외치는 사회는 불공정 사회다!

끊임없이 '공정'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지금, 저자는 "불공정한 사회이기에, 공정이 이슈가 된다."라는 역설로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보인다. '현실주의'에 입각해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분석한다. 소위, '뼈 때리는 말'이 책에 가득하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이기에 책이 난해할 것 같지만, 상당히 대중친화적이다. 독자를 세심히 배려하여 어려울 것 같은 전문 용어는 따로 설명한다.

저자는 "공정과 민주주의를 내세워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이후, 우리 사회가 정말 공정해졌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불공정하다며, "합법성의 남용, 능력주의, 학벌주의, 연고주의, 이념 갈등, 세대갈등 등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요소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정을 외칠 수 있냐?"라고 되묻는다.

이 책은 질문으로 끝맺는다. 사유의 학문, 철학답게 독자 스스로 해답을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쩌면, 저자가 찾은 답은 많은 이들이 불공정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바보야! 문제는 정치 문화야!

저자는 '정치 문화'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상부 구조인 경제에 의해 하부 구조인 사회와 문화가 결정된다던 마르크스 이론과 사뭇 다르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상호 관용의 규범은 사라진지 오래됐다.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상대에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르쌍티망'이 팽배하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일단 승리하면 용서받는 사회다. 연고주의로 똘똘 뭉친 이들이 진영논리를 펼치며 다른 이를 배척·오도하고, 이에 피해 입은 또 다른 이들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합리성과 협력은 찾아볼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저자는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사회 풍토에 의해 사회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불공정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우리 사회는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경쟁 사회다. 능력주의에 입각한 경쟁 사회는 얼핏 보면 '공정'해 보인다. 각자 노력한 정도에 따라 우위와 보상이 결정되는걸,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걸 불공정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 이슈가 되는 것은 능력주의와 경쟁에 따른 사회 분배가 공정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이따금씩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원하는 목표를 쟁취한 사례가 사회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그런 사례가 흔치 않기에' 주목받는 거다. 모든 사람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역설이다. 우리 사회는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각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공정한 사회가 절대 아니다.

세상에는 '능력'이라고 할만한 게 수없이 많다. 누구는 손재주가 좋으며, 누구는 달리기를 잘하고, 누구는 요리를 잘한다. 각자의 재능이 다른데, 이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학능력평가만으로 아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다. 우리 사회에서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는 '진짜 평가가 필요한 능력'이 아닌 '학벌'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을 보유한 학생이 수능 성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IT 시설을 갖춘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현실은 우리나라 능력주의가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2021년 말 모 경제신문에 유명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학벌이 업무 수행 능력을 증명하는 건 팩트라며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투고했을 정도다. 정작 사회에선 "공부 머리와 일 머리는 따로 있다."라는 격언이 나도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저자는 경쟁이 공공선과 공익을 증대하는 범위 안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일 때 생산적이지, 죽기 살기의 생존 경쟁이 된다면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진짜 우열을 가리는데 필요한 능력과 전혀 관련 없는 경쟁이 된다. 그런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많은 희생을 치러 얻어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당기고 밑에서 미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연고주의가 형성되는 거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이 사회적 분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흔히,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한다. 외부의 위협에 대처할 때는 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권력이 된다면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경쟁을 장려하며 관용과 여유를 상실한 결과가 지금의 불공정한 사회다.

결국,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관용과 여유가 아닐까. 우리는 성장이라는 명목으로 빼앗긴 관용과 여유를 어떻게 되찾을지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정의로우려면, 사회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사회가 공정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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