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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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의식, 마음은 무엇일까?

심리학과 뇌과학의 불완전한 연결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신경세포의 집합인 두뇌에서 어떻게 마음과 의식이 창발했는지 고민했다. 저자는 이 책을 대중서로 썼다지만,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전문적이라 일반 대중에게 쉽지 않은 책이다.

저자는 '마음'이라는 틀 내에서 '감각 기관으로부터 느낀 지식의 축적'이 '의식'이 된다고 봤다. 무수한 시냅스의 연결 속에 마음이 존재하며, 마음 내의 정신 작용을 의식으로 봤다. 마음이 물병이라면, 지식은 물 분자고, 물병에 가득 채워진 물이 의식이다. 저자에 따르면, 감각기관으로부터 전달된 느낌이 없고 지식이 축적되지 않으면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느낌과 의식은 상호보완관계로 서로를 증명하면서 강화한다. 마음 내 의식이 있기에 느낄 수 있고, 느낌이 모여 의식이 된다. 저자의 이론에서 의식은 존재의 성격보다 축적의 성격이 강하다. 의식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인,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 무기물이 아니다. 축적하고 성장하며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체다.

따라서, 저자는 인공지능도 의식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인공지능도 단순히 알고리즘에 의한 정형화된 지능이 아니라,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며 그러한 감정을 축적하고 처리할 수만 있다면 인공지능에게도 의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거다.

저자의 이론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음이다. 저자는 마음의 존재를 전제할 뿐, 어떻게 마음이 존재하는지 밝히지 못했다. 신경세포의 작용과 마음 사이 연결이 불완전하다. 뇌와 신경세포를 탐구하지만, 신경세포 간 전기 신호 전달이 어떻게 마음이 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이론이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며, 마음의 존재를 전제하고 자신의 이론을 펼쳐나간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마음이 생성되고 작용하는지 밝혀내는 건 후학의 몫으로 남겨둔다.

저자는 지능을 명시적 지능과 비명시적 지능으로 나눈다. 저자에 따르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은 명시적 지능이다. 명시적 지능이 감각과 지식의 축적에 의한 의식이다. 반대로, 비명시적 지능은 숨쉬기 같은 생존을 위한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다. 저자는 미생물과 인간의 차이를 명시적 지능의 유무로 봤다. 미생물에게는 비명시적 지능만 있을 뿐, 명시적 지능이 없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한다며 책을 맺는다. 저자는 우리 인간 단독으로 살아갈 수 없다며, 인간 또한 거대한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명시적 지능의 보유가 다른 생명체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명시적 지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른 동물도 명시적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명시적 지능을 보유하는데 뛰어날 뿐이다. 까치, 돌고래, 카푸친 원숭이 등 다양한 고지능 동물들이 명시적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 지능을 다양한 동물들도 갖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카푸친 원숭이는 인간 다음으로 '석기시대'에 진입했다.

마음이 있는 곳, 마음이 가는 곳

성숙한 사람이 되는 여정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은 기억세포의 유기체적 연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의 축적이 의식이라면, 마음이 존재하는 곳은 기억을 담당하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간질 환자 중 뇌량 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의 분리뇌 현상과 외계인 손 증후군이 떠올랐다. 뇌량이 제거된 상태에서 좌뇌와 우뇌 각각 의식이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의식을 각각 동일한 의식으로 해석하는 현상이 분리뇌 현상이다. 분리뇌 상태에서 우뇌가 좌뇌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는 게 외계인 손 증후군이다. 눈앞에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보라는 요청에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는 피자가 좋다고 하지만, 왼손이 담당하는 우뇌는 햄버거를 고르는 식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좌뇌와 우뇌의 판단과 행동이 다르지만, 서로 반대편 두뇌의 행동 또한 자신의 의지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런 실험 결과를 생각하면 마음은 신경 세포의 종합적인 유기 관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아리송한 문제이다.

저자는 지식의 축적이 의식이라고 했다. 이를 돌려 생각하면, 의식과 자아는 지식이 축적될수록 강해진다는 뜻이다. 지식이 많을수록 의식과 자아가 뚜렷해진다고 볼 수 있다. '지식'이 많다는 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느낌과 감정의 자극을 많이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즉, 다양한 경험이 우리를 느끼게 하고 자아를 찾게 한다. "여행은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질적인 환경과 문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의 교류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다양한 느낌이 주는 지식의 축적으로 한청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다. 한곳에 머무르며 똑같은 것을 반복해 봤자 얻는 건 없다.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보자.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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