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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마스터
이상진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870845656

 | 블록체인을 소개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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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분야 행정가로 일했던 저자가 블록체인을 소개한다. 블록체인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어떤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블록체인의 대표적 사례인 가상화폐(또는 암호화폐)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비트코인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떤 이점이 있는지 강론한다. 저자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던 화폐가 블록체인을 통해 탈중앙화된다고 이야기한다. 블록체인이 권력을 분산해 더 투명한 자유시장이 될 거라는 게 저자의 요지다. 금권정치의 수단으로 이용되던 화폐가 권력자의 손을 떠난다는 거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IT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세심히 고려하지 않았다.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교양서라면 사례보다 개념에 치중했어야 한다. 교양서인데 독서 시간보다 인터넷 검색 시간이 더 길다. 그만큼, 전문용어와 외래어를 순화하지 않았다. 노드, 프로토콜 같은 IT 전문용어를 알고 있어야 책을 이해할 수 있다. 개념을 이해하느라 바쁜데, 불필요한 사례 나열이 더 머리 아프게 한다. IT 문외한이라면 두통을 느낄 거다.
 | 화폐와 비트코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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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예찬자는 가상화폐의 보안과 투명성, 탈권력적 특성이 새로운 경제 생태를 만들어 낼 거라고 강론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에, 그들의 전망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는 투기 수단일 뿐이었다. 가상 화폐는 전혀 화폐로 기능하지 않았다.
경제학은 화폐의 특성을 3대 기능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교환의 매개수단
화폐가 없다면, 판매자가 원하는 대가와 구매자가 원하는 지불 수단을 맞추기 위한 거래를 추가로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물물 교환 경제에서는 물건 하나 구매하기 위해 판매자가 원하는 온갖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하지만, 화폐 경제에서는 화폐만 있으면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다.
두 번째, 가치의 저장수단
화폐가 없다면,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엄청나게 큰 창고가 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화폐가 있다면 금고 또는 은행 계좌에 간편하게 쌓을 수 있다. 은행 계좌 잔액이 늘어나는 걸 보고 기뻐한 기억이 있다면, 가치의 저장 수단이라는 기능을 이용한 거다.
세 번째, 가치의 척도(계정 단위)
화폐는 가격이라는 숫자를 통해 가치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빵 하나의 가치는 껌 2개와 같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빵 하나의 가치는 1,000원이라고 표현하는 화폐의 특성을 가치의 척도라고 한다.
이제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가상 화폐를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확실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일부 가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 대신 지불해도 좋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다.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집을 사고, 음식을 살 수 없다. 가치의 척도와 가치의 저장수단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이 매우 심하다. 1비트코인으로 쌀 한 가마를 살 수 있다면, 투기 과열 때 쌀 200 가마는 살 수 있었다. 가치 변동이 심해서 가치의 척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뿐더러, 투기꾼을 제외한 일반인은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부풀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모은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기술이 발전하고 가상화폐가 안정화되어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비트코인 가격 변동만 봐도 그 길은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