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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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발전사


 미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특정 경제 이론 또는 이념을 역사적으로 증명하기보다, 미국의 발전 동인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건국부터 현대까지 미국 경제가 어떠한 변화를 거쳤는지 알 수 있다. 물 흐르듯, 과열과 진정 단계를 반복하며 발전하는 미국 자본주의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변방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성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과감하게 이탈하는 미국인의 도전정신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거다. 치열한 경쟁을 유인하고 실패한 기업을 빠르게 정리하는 자본주의가 혁신의 동력원이다. 경제 위기에도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던 역동적인 자본주의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2020년 현대 미국은 창조적 파괴 정신을 잃고 정체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복지 포퓰리즘이 등장하는 등 혁신이 아닌 안정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저자는 다시금 혁신에 뛰어드는 미국 사회를 꿈꾼다. 


 학자 출신이고 오랜 기간 미 연방준비은행(FRB; Federal Reserve Bank)의 의장으로 역임해, 통계자료나 인용문의 명확한 출처가 신뢰를 준다. 무엇보다, 문장이 깔끔하다. 온갖 수식어를 붙이며 문장을 길게 만들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했다. 독자의 눈과 머리가 편하다. 하지만, 경제학을 모르는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내용이 많다. 일반인에게 미국 경제 발전 과정을 소개하는 교양서가 아니라, 미국 지식층에게 지금 잊고 있는 게 무엇인지 경고하는 책이다. 경제와 경영, 통계 이론에 아는 게 없다면 이 책은 매우 읽기 힘든 책이 될 거다.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혁신이 없는 정체된 국가는 도태된다. 청동기 시대, 주변국이 철기를 도입할 때 청동기를 고집하는 거다. 혁신을 못 하면 따라가기라도 해야 하는데, 거부하거나 뒤늦은 국가의 결말은 항상 처참했다. 구한말 조선이 그랬고, 동구권과 소련이 그랬다. 북한은 현재진행형이다. 역사적 경험에 의해 많은 사람이 혁신이 필요하다는 건 인지한다. 하지만, 혁신에는 막대한 비용이 따른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혁신은 공짜가 아니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 고통을 감내하는 거다. 


 '혁신'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거다. 혁신이 '창조적 파괴'라고 달리 불리는 이유는 '파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혁신이 파괴하는 대상에는 문화만이 아니라, 일자리 같은 생활도 포함된다. 혁신에 의해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많은 마부가 일자리를 잃었다. 혁신에 의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했을 때, 많은 아날로그 회사가 파산했고 직원은 갈 곳을 잃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혁신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막상 혁신이 다가오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많은 혁신가가 사회의 멸시와 적대를 견뎌야 했다. 많은 혁신이 사회의 반발에 좌절했다.


 좌절된 혁신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가는 혁신이 창출하는 경제 효과를 얻지 못한다. 국민은 외부 경제(더 편리한 생활, 새로운 일자리 등)를 상실다. 더 위험한 건, 좌절된 혁신은 언젠가 더 큰 청구서를 들고 다시 찾아온다는 거다. 혁신으로 강력한 신무기를 무장한 주변국의 군대가 침략한다. 혁신으로 대항하기 힘든 거대 자본이 되어 국내에 들어온다.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약탈이 뒤따랐다. 혁신을 거부한 대가는 혁신의 비용을 아득히 넘어선다. 더 힘든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게 된다.


 우리나라는 혁신에 대한 저항이 어마어마하다.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집단과 선거를 앞두고 눈치를 본 국회와 정부에 의해 혁신은 좌절된다. 정치의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사회 갈등을 적절히 조율하는 데 있다. 혁신을 장려하고 혁신가를 보호하면서, 혁신에 의한 피해를 완화하는 게 정치가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혁신을 말만 외치고 외면한 채 집권을 위해 근시안적으로 기득권의 손을 들어주는 정치계가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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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마스터
이상진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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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소개하다


 IT 분야 행정가로 일했던 저자가 블록체인을 소개한다. 블록체인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어떤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블록체인의 대표적 사례인 가상화폐(또는 암호화폐)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비트코인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떤 이점이 있는지 강론한다. 저자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던 화폐가 블록체인을 통해 탈중앙화된다고 이야기한다. 블록체인이 권력을 분산해 더 투명한 자유시장이 될 거라는 게 저자의 요지다. 금권정치의 수단으로 이용되던 화폐가 권력자의 손을 떠난다는 거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IT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세심히 고려하지 않았다.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교양서라면 사례보다 개념에 치중했어야 한다. 교양서인데 독서 시간보다 인터넷 검색 시간이 더 길다. 그만큼, 전문용어와 외래어를 순화하지 않았다. 노드, 프로토콜 같은 IT 전문용어를 알고 있어야 책을 이해할 수 있다. 개념을 이해하느라 바쁜데, 불필요한 사례 나열이 더 머리 아프게 한다. IT 문외한이라면 두통을 느낄 거다.


화폐와 비트코인


 블록체인 예찬자는 가상화폐의 보안과 투명성, 탈권력적 특성이 새로운 경제 생태를 만들어 낼 거라고 강론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에, 그들의 전망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는 투기 수단일 뿐이었다. 가상 화폐는 전혀 화폐로 기능하지 않았다.


 경제학은 화폐의 특성을 3대 기능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교환의 매개수단

 화폐가 없다면, 판매자가 원하는 대가와 구매자가 원하는 지불 수단을 맞추기 위한 거래를 추가로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물물 교환 경제에서는 물건 하나 구매하기 위해 판매자가 원하는 온갖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하지만, 화폐 경제에서는 화폐만 있으면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다.


 두 번째, 가치의 저장수단

 화폐가 없다면,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엄청나게 큰 창고가 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화폐가 있다면 금고 또는 은행 계좌에 간편하게 쌓을 수 있다. 은행 계좌 잔액이 늘어나는 걸 보고 기뻐한 기억이 있다면, 가치의 저장 수단이라는 기능을 이용한 거다.


 세 번째, 가치의 척도(계정 단위)

 화폐는 가격이라는 숫자를 통해 가치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빵 하나의 가치는 껌 2개와 같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빵 하나의 가치는 1,000원이라고 표현하는 화폐의 특성을 가치의 척도라고 한다.


 이제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가상 화폐를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확실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일부 가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 대신 지불해도 좋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비트코인을 받지 않는다.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집을 사고, 음식을 살 수 없다. 가치의 척도와 가치의 저장수단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이 매우 심하다. 1비트코인으로 쌀 한 가마를 살 수 있다면, 투기 과열 때 쌀 200 가마는 살 수 있었다. 가치 변동이 심해서 가치의 척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뿐더러, 투기꾼을 제외한 일반인은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부풀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모은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기술이 발전하고 가상화폐가 안정화되어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비트코인 가격 변동만 봐도 그 길은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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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 성과를 내는 조직 문화의 비밀
랜디 로스 지음, 김정혜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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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견지해야 할 마음가짐


 경영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경영자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구체적인 경영 기법을 소개하기보다는 여러 사례를 들어 어떤 게 경영에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성과 통계, 조직 관리 기법보다는 '감정'에 의존하는 리더십을 선호한다. 기계적인 경영을 하지 말고, 부하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라는 게 저자의 요지다. 윗사람이 인간적일수록 조직이 바로 선다는 거다. 비즈니스 관계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적 관계를 쌓으라고 한다. 완벽한 상사의 모습을 보여 부하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겸손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즉, 자존감이 높은 리더일수록 조직이 건강하다고 한다.


 회화체를 사용해서 책이 어렵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 사례나 이론이 아닌 자신의 경험이나 비유와 은유를 활용한다. "이런저런 경험을 해봤는데(다른 사람이 겪었는데), 그 방법이 효과적이더라." 형태가 많다. 경험을 주장의 근거로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경험' 자체가 배울 게 많다는 걸 생각하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호감의 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고 있다면, 불가능할 것 같던 일도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좋은 대학교에 가려는 이유는 더 나은 교육 서비스도 있지만, 뛰어난 동급생과 함께 공부하면서 인간관계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벌이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학벌이라는 '인적자본'이 가진 힘은 강력하다. 연고주의의 상징인 '혈연, 지연, 학연'은 모두 강력한 인적자본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다르지 않다. 어떤 인간관계를 쌓아왔는지에 따라 업무능력이 달라진다.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영자가 직원을 인간적으로 대우할수록 조직은 더 끈끈해진다. 조직의 충성도는 높아진다. 가고 싶은 직장은 연봉이라는 변수 하나가 결정하지 않는다. 연봉이 낮아도 사람대우해주는 직장이 선호된다. 상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을수록 직언하기가 쉽다.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조직에 형성되고 혁신이 발생한다. 경영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는 거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조직을 바꾸고 싶으면 직원을 바꿀 게 아니라 경영자 본인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느 부하가 경영자의 심리를 거스를까. 조직의 특성상 경영자를 닮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조직이 마음에 안 든다면, 조직 자체의 문제보다는 경영자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자아성찰(自我省察)의 자세로 주변을 불평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없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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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강성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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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관리 지침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경영자로서 반드시 견지해야 할 인사 관리법을 소개한다. 사람 볼 줄 안다고 자부하는 경영자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등 경영자가 놓치는 부분을 바로잡는다. 저자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성과가 숫자로 바로 나타나지 않는 투자, 즉,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시대가 변했다. 이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가 골자다.


 지금까지 상하 체계가 확실한 관료제로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지만,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일관적인 관료제는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 관료제를 넘어 관료주의가 팽배해지면 발전은커녕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구축해 제도에 맞는 사람을 고용하고, 기(旣)성원에게 제도에 따르도록 하는 방식은 비현실적이면서 잘못된 정책을 양산한다. 따라서, 제도가 아닌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구성원이 역량을 개발하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선 기업이 처한 상황에 주목한다. 네 가지로 인사 관리법을 나누고 각 기법의 장단점을 소개한 뒤, 적절한 인사 관리법을 택해야 한다고 한다. 완벽한 인사 관리법은 없으며 상황에 맞는 인사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경영학 이론을 학술적으로 다루지 않고 쉽게 설명한다. 최대한 일반인 독자를 배려했다. 깔끔한 설명이 독자를 편하게 한다. 교수답게 명확한 출처가 신뢰를 준다. 책을 읽는 내내 실제 강의를 듣는 느낌을 받았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배울 게 많다. 인사 관리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배워보자.


유연한 기업, 그리고 국가


 급변하는 시대에 경직된 기업은 망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던 시대, 아날로그 필름을 고집하던 코닥(Kodak)은 결국 파산한다. 수직적인 계층 구조에서는 기업 내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적인 사고가 기업을 지배한다. 윗사람이 개방된 사고를 하고 있으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상사의 권한이 막강한 상태에서 상사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부하 직원이 반대하기 쉽지 않다. 독선적인 상사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시장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고 기업은 점점 쇠락한다. 재미있는 건, 이런 일이 비단 기업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국가는 망했다. 기업보다 규모가 거대해 쉽게 망하지 않았을 뿐이지, 변화를 거부한 국가는 결국 망했다. 구한말 조선을 생각하면 그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조선은 1800년대까지 고립 정책을 펼쳤다. 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참패를 겪어도 국가적인 반성과 변화는 없었다. 정조 때 개혁을 시도하지만, 정조의 이른 붕어(崩御)로 실패한다. 정신차렸을 때는 이미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한 뒤였다.


 조선은 제도의 나라였다. 철저한 유교와 성리학에 따라 국가가 운영됐다. 오죽하면, 예송논쟁이 발발했을까. 성리학에서 벗어난 다양한 사상은 배척됐다. 조선에도 발전된 유럽의 문물에 관심을 기울인 소수가 있었지만, 그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선에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생각이 아닌 앞선 성현(聖賢)의 가르침에 따라야 했다. 결국, 획일적인 사고가 조선을 지배해 변화에 소극적으로 된다.


 제도가 나쁜 건 아니다. 극심한 혼란기 또는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이 중요한 시기에는 제도 구축만 한 게 없다. 제도 하나만으로 조선은 600년 역사를 이었으며, 경제개발 시기 우리나라 유수 대기업들은 관료제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는 상황이 다르다. 시대적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한다. 민첩하게 진화하는 생물이 살아남는다. 기업이나 국가나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도적 안정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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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비밀 - 가능성과 번영의 시장질서
러셀 로버츠 지음, 김태훈 옮김 / 연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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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와 경제학원론을 소설에 담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의 논리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소설로 각색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시장을 움직이는지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입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 성질은 무엇이며, '가격 통제'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설명한다. "가격과 시장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가 저자의 요지다. 후기에 "사회주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저자는 미국의 자유주의 체제와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를 대립시킨다.


 스토리는 주로 학생과 교수의 대담으로 전개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생필품 가격 상승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쿠바 출신 학생과 저자 자신을 빙의한 경제학과 교수 간 질문과 대답이 전부다. 소설의 대표적인 구성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재미없다. 이 소설은 재미를 위한 게 아니라,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원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취지로 쓰였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는 경제학


 좌파에게 '노동'이라는 신이 있다면, 우파에게는 '시장'이라는 신이 있다. 신자유주의자가 생각하는 사회는 합리적인 사람(Homo economicus)이 모인 시장의 원리로 모든 게 조화롭게 움직인다. 부정의와 부질서가 시장 원리로 해소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딱 한 번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은 절대적 진리다. Ceteris Paribus(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 변수 한정 전제)의 마법 아래 논리와 통계로 무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Ceteris Paribus의 세상이 아니다. 상상하지도 못한 변수가 산재한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거리낌 없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좌파 마르크스주의는 '노동가치설'이라는 빈약한 근거 위에 세운 논리 때문에 현실 증명에서 실패했다. 우파의 '효용가치설'이 진실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우파 신자유주의 또한 'Ceteris Paribus'라는 빈약한 근거 위에 논리를 세웠다. 그들도 현실 증명에 실패했다는 걸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 위기가 만천하에 알렸.


 버나드 쇼는 "모든 경제학자를 드러눕혀 이어본다면, 결론이라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사실이다. 정말 경제학자들을 이어놓는다면,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그런 경제학의 특징이 잘못됐거나 무의미한 게 아니다.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은 자연의 법칙처럼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변수가 인간의 삶에 개입하기 때문에 쉽사리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좌파 경제학도, 우파 경제학도 무의미한 게 아니다. 인간은 비합리적이면서 합리적이다. 인간은 비논리적이면서 논리적이다. 가치는 노동과 효용 양쪽의 영향을 받는다. 중요한 건 한쪽을 배척할 게 아니라,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이념과 사상을 종교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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