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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비밀 - 가능성과 번영의 시장질서
러셀 로버츠 지음, 김태훈 옮김 / 연암사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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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850537919

 | 신자유주의와 경제학원론을 소설에 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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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메이슨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의 논리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소설로 각색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시장을 움직이는지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입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 성질은 무엇이며, '가격 통제'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설명한다. "가격과 시장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가 저자의 요지다. 후기에 "사회주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저자는 미국의 자유주의 체제와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를 대립시킨다.
스토리는 주로 학생과 교수의 대담으로 전개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생필품 가격 상승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쿠바 출신 학생과 저자 자신을 빙의한 경제학과 교수 간 질문과 대답이 전부다. 소설의 대표적인 구성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재미없다. 이 소설은 재미를 위한 게 아니라,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원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취지로 쓰였다.
 |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는 경제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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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에게 '노동'이라는 신이 있다면, 우파에게는 '시장'이라는 신이 있다. 신자유주의자가 생각하는 사회는 합리적인 사람(Homo economicus)이 모인 시장의 원리로 모든 게 조화롭게 움직인다. 부정의와 부질서가 시장 원리로 해소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딱 한 번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은 절대적 진리다. Ceteris Paribus(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 변수 한정 전제)의 마법 아래 논리와 통계로 무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Ceteris Paribus의 세상이 아니다. 상상하지도 못한 변수가 산재한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거리낌 없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좌파 마르크스주의는 '노동가치설'이라는 빈약한 근거 위에 세운 논리 때문에 현실 증명에서 실패했다. 우파의 '효용가치설'이 진실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우파 신자유주의 또한 'Ceteris Paribus'라는 빈약한 근거 위에 논리를 세웠다. 그들도 현실 증명에 실패했다는 걸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 위기가 만천하에 알렸다.
버나드 쇼는 "모든 경제학자를 드러눕혀 이어본다면, 결론이라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사실이다. 정말 경제학자들을 이어놓는다면,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그런 경제학의 특징이 잘못됐거나 무의미한 게 아니다.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은 자연의 법칙처럼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변수가 인간의 삶에 개입하기 때문에 쉽사리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좌파 경제학도, 우파 경제학도 무의미한 게 아니다. 인간은 비합리적이면서 합리적이다. 인간은 비논리적이면서 논리적이다. 가치는 노동과 효용 양쪽의 영향을 받는다. 중요한 건 한쪽을 배척할 게 아니라,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이념과 사상을 종교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