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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911912380

 | 엘리 위젤 강의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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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작고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의 수업을 제자가 기록했다. 소크라테스의 대담을 기록한 플라톤을 보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고민했던 엘리 위젤을 엿볼 수 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면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학살을 체험한 엘리 위젤이 학생에게 전하는 교훈과 지혜를 배운다. "기억과 공감이 상처를 치유하고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한다."고 한 엘리 위젤에게서 인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과거를 잊지 마되, 여기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엘리 위젤의 지혜를 배워보자.
엘리 위젤은 학생에게 이론적인 지식보다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수업을 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학생 간 토론과 엘리 위젤의 대답이 책의 주된 구성이다. 따라서, 어려운 내용이 없다. 철학이나 인문학 기초 개념조차 다루지 않는다. 한국에서 생소한 개념이라면 역자가 역주를 달아 독자를 배려했다. 번역도 깔끔하다.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자.
 | 역사와 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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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이다. 나라의 기록이자, 인간 삶의 기록이다. 에드워드 카가 이야기 했듯,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여러 시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살아온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삶의 기록이다. 따라서, 역사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는 거울이다. 광기에 물든 사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사람 등 온갖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놓치는 게 있다. 그건 우리의 삶도 역사라는 거다. 우리가 행복할 때 짓는 미소, 슬플 때 흘리는 눈물, 모든 게 역사다. 그렇기에,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 '개인'을 망각한다. 제국주의 같은 침략과 약탈을 찬양·묵인하면서 그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 상류층의 권력 다툼을 공부하면서 그로 인해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수많은 '인생'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다보면,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 자신을 인지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일기는 역사다. 역사는 기록이면서 교훈이다. 살아가며 수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지만, 그 소중한 교훈을 세상에 남기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기록하지 않으면 잊기 십상이다. 일기가 있다면 지난 과거를 반성하며 새로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그뿐일까, 개인의 일기가 먼 훗날 역사를 재평가하는 자료로 쓰인다. 일기가 감춰진 역사적 사실을 밝혀낸다. 위안부 할머니의 기록이 아니었으면, 일제의 만행은 감춰졌다.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기록이 아니었으면, 나치의 만행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귀찮더라도 오늘부터 시작하자. 역사를 잊지 않는 첫 번째 발걸음은 나 자신의 기록, 일기를 남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