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증언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0
이병수 외 지음, 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 씽크스마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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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910021003

분단 문학 평론


 분단 문학 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시대적 비극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태백산맥>같이 분단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다룬 분단 문학을 소개·비평한다. 저자들의 요지는 분단의 시대적 비극을 이해하려면 반공주의(反共主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닌 '삶'의 측면에서 분단을 바라봐야 한다는 거다. 프롤레타리아가 뭔지 모르면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소작제의 불평등, 일제로부터 해방되고도 다시금 친일파에게 억압받게 한 미군정, 공산주의자를 박멸한다고 공산주의의 ㄱ자도 모르는 민간인을 학살한 이승만 정부 등 민중을 대상으로 한 국가의 폭력은 이데올로기 대립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빨치산부터 이산가족까지 주제는 다양하지만, 배경은 우리나라에 한정했다. 북한 정권의 실상과 만행을 주제로 한 분단 문학은 다루지 않는다집권을 위해 분단을 이용한 우리나라 독재 정권의 폭력을 고발하는 데 집중한다. 분단 문학의 반쪽만 다룬 느낌이다.


 다른 문학 비평과 달리 어려운 내용이 없다. 쓸데없는 인용과 은유, 전문용어를 써가며 허례허식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과 실제 역사를 확실히 구분해서 서술하지 않아 독자가 헷갈릴 수 있다. 목차에서 개하는 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한다. 독자의 자유로운 해석이 아닌, 해설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작품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


 북한 사회주의 정권은 미제(美帝), 반동분자로 국가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독재 권력을 유지한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인 학살에 거리낌 없다.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남한 자유주의 정권도 반공주의를 내세워 '똑같이' 독재 권력을 유지했다.


 이승만과 전두환 같은 독재자와 끄나풀들은 권력을 위해 반공 사상을 이용했다. 국민의 시선을 북한과 간첩에 돌려 독재로 인해 발생한 내부 모순을 감췄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설만 봐도, 우리나라 집권 세력이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의 간첩과 추종 세력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해체된 통합진보당만 봐도 우리나라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는 분명하다. 하지만, 독재 정권은 이들의 위협을 기회로 이용했다. 전 국가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독재를 향한 국민의 반발을 억눌렀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주의자를 박멸한다고 관련 없는 사람까지 학살했다. 제주 4.3 사건, 여수·순천 사건 등 반공 사건 때마다 민간인 학살이 뒤따랐다. 벼룩 잡겠다고 외양간을 태웠다. 명백한 국가의 폭력이다. 우리나라 독재 정권의 통치 방식은 북한의 통치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름만 다를 뿐, 극에 서 있는 자의 극악한 행위는 다를 게 없다. 아직 그들이 청산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있다는 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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