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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914095067

 | 정신병리학 고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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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분석한다. 간략히 증세를 설명하고, 환자의 성장 과정과 생활 등을 면밀히 관찰한다. 동성애부터 사이코패스까지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역겨운 범죄도 다루기 때문에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읽기 힘들 수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사진을 첨부했지만, 잔인한 사진은 없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의학서답게 주관적 견해는 보기 힘들며 가치판단이 빠져있다. 성범죄자의 행위가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분석하는 책이다.
어려운 개념은 주석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국에서 생소한 인물이나 용어는 역주로 간략히 설명한다. 책 자체는 상당한 분량이지만, 대부분이 성범죄자나 환자의 행동과 자라온 배경을 분석한다.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학이 한창 발전 중인 1800년 후반에 쓰인 책이라 이론적으로 완전하지 않을 수 있으나, 현대 의학의 발판을 마련한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봐야 할 고전이다.
 | 성(性)과 윤리(倫理)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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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발흥한 이래로 성(性)에는 항상 윤리(倫理)가 따라왔다. 지금도 부부간 지켜야 할 법적 의무인 정조(貞操)가 모든 걸 설명한다. 특히, 종교계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다. 성생활이 종교적 규범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근 2019년 낙태죄 헌법 재판에 많은 종교인(특히, 기독교)이 참관할 정도다. 문제는 윤리에 정답이 없다는 거다. 기독교 문화나 유교 문화에서 날 선 비판하는 여성 할례를 이슬람 문화에서는 정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성매매를 서비스의 일종으로 보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불법이자 금기다.
성 윤리 판단에서 중요한 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자유다. 상대방과 성교하고 싶다고 상대방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로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의한 성교를 금지하거나 규제해서도 안 된다. 남녀 또는 동성 간 서로 합의에 따라 맺는 어떤 형태의 관계에 개입할 권리를 가진 존재는 없다. 전통과 관습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타인의 권리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 동성애도 개인의 권리다. '어떠한 강요나 부조리 없는 자발적인' 성매매도 개인의 권리다. 자기 생각에 맞지 않는다고 타인의 자유로운 행동에 이리저리 간섭할 권리를 어떠한 신과 국가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 성매매를 강력히 금지하지만 성매매로 이어지는 호스트바와 노래방 도우미, 룸싸롱을 금지하지 않는 우리나라 행정과 법은 여러모로 논란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