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부의 원칙 - 행동투자학의 최전선에서 밝혀낸
대니얼 크로스비 지음, 조성숙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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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그리고 투자학


 행동경제학에서 파생된 행동투자학을 소개한다. 인간의 행동과 밀접한 관련 있는 심리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행동투자학의 요지는 간단하다. 겸손이다. 저자는 말미에 모멘텀 투자와 가치 투자 모두 각각의 장점이 있다며, 이 둘의 결합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장은 재귀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 흐름에 타기 위해서는 모멘텀 투자와 가치 투자를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최종 결론이다. 재귀성을 간파하고 두 투자 기법을 결합하는데 필요한 게 행동투자학이다. 


 심리학, 경제학과 투자 이론, 미국 시사가 책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에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내러티브와 회화체를 사용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한 게, 미국 시사에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더 어렵다. 그래도 핵심은 명확히 전달하기 때문에 일반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무엇을 투자해야 할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가르쳐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원칙만 지킨다면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을 거다. 주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행동투자학? 겸손이 답이다!


 저자는 투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간 심리로 에고, 보수주의, 주의집중, 감정의 지배, 네 가지를 소개한다. 행동투자학은 심리가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통제하면서 투자하는 걸 의미한다.


 자아와 자존감을 뜻하는 에고는 삶에 필수 불가분한 요소지만, 투자에서는 다르다. 에고는 자기 자신을 과신하는 확증 편향을 일으킨다. 자기 생각에 맞는 근거만 찾고, 반대되는 근거는 거부한다.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확증 편향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는 주된 원인이다.


 수주의는 익숙한 것만 추구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보수주의는 생존에 중요한 요소였다. 익숙하지 않은 건 피하는 건, 위험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 보수주의는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지난 투자의 매몰비용을 신경 쓰느라 손실을 키운다. 손실이 두려워 중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나서지 못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도 하는 주의집중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정보가 아닌 쉽게 떠오르는 정보에 의존해서 의사결정 하는 걸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이 주의집중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공포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공포 영화를 본 뒤 밤거리를 피하고 불을 켜고 자는 등의 행위는 인간의 행위가 휴리스틱에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다. 많은 사람이 휴리스틱에 의한 투자 결정으로 손해를 본다. 


 인간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감정의 영향에 벗어날 수 없다. 감정은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지만, 투자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강한 감정은 휴리스틱 의존도를 높인다. "이성을 잃었다."라는 말이 모든 걸 설명한다. 좋은 기억이 강하게 남을수록, 나쁜 기억이 강하게 남을수록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저자는 위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디세우스의 세이렌 일화를 소개한다. 자신을 돛대에 묶었던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흔들려도 세이렌을 따라가지 못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로 행동을 제한하는 투자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에 맞게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편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투자 규칙은 '가치 투자와 모멘텀 투자 전략'이다. 그리고 두 투자 전략의 근저에는 행동투자학 핵심인 '겸손'이 있다. "잘 모르겠습니다."와 "내가 틀렸습니다."라고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자신의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자신이 아는 게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견을 경청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 제삼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봐야 한다고 한다. 가치 투자든, 모멘텀 투자든, 재귀성이든 겸손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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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경제학 - 강성진 교수의 고쳐 쓰는 경제원론
강성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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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25159095

포퓰리즘을 저격하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우리나라에 만연하는 포퓰리즘을 저격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분배와 성장 등 경제 전반을 다룬다. 경제에 대한 세간의 여러 주장을 검토하고 반박한다. 정파(政派)를 떠나, 우리나라에 만연하는 포퓰리즘이 저격의 대상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자유방임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보수 정권, 근원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경제 이론(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하는 진보 정권, 모두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검증된 이론과 명확한 통계 데이터로 우리나라 포퓰리즘을 들춰낸다.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는 등 친기득권 성향이 보이지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여러 경제 이론과 통계 자료를 다루기 때문에 경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은 어려울 거다. 최소한 <경제학원론>은 들여다봤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여러 첨부 자료로 꼼꼼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만하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수업 하나 듣는다고 생각하자. 특히,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포퓰리즘에 휩쓸렸던 지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


 포괄적 성장을 위해 시장과 정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완전한 시장 자유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시장과 정부, 각자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저자는 민간 주도형 경제로 생태를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성장 시대를 이끌었던 정부 주도 성장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가 직접 경제를 이끄는 건 강력한 중앙집권이 필요한 저개발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효과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정부는 강력히 시장에 개입한다.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우리나라 정부가 시장을 강력히 통제한다는 증거다. 혁신이 없다는 비판에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구역(규제 샌드박스 3법, 규제자유특구)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규제가 많은 나라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사회의 반기업가 정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없어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재벌의 부도덕한 행동은 부의 축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사회에 조성했다. 부의 축적이 존중받는 게 아니라,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득권이 썩었다. 따라서, 저자는 반(反)기업정서를 조장하는 재벌과 기득권의 부패를 비판하며, 친(親)기업정서를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미래를 북유럽형 사회민주주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견한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사회주의와 다르다. 자본주의 안에서 사회주의다. 자본주의의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게 사회민주주의다. 자본주의의 큰 틀 안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고 국민 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게 사회민주주의다. 우리나라 헌법의 가치 규범인 자유민주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효과가 미비한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 강화를 주장한다. 무상복지가 반드시 포퓰리즘인 건 아니다. 북유럽 국가의 무상복지가 포퓰리즘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이 뒷받침되어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재정건전성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처럼 국가 채무를 늘려가며 시행하는 무상복지는 소득재분배 효과도 의문일뿐더러,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토요일 휴무(주 5일제 근무)가 한때 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었다. 중간 단계로 토요일 격주 휴무(2005년부터 2011까지 시행)로 했을 때부터 사회에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토요일에 영업해야 하는 서비스업의 반발이 제일 심했다. 휴일에 근무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특근수당 때문에 인건비가 오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를 들며,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반강제 하던 기업들도 결사반대를 외쳤다. 토요일 휴무 시 직원의 삶의 만족도 증가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주말 내수 진작 효과가 크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토요 휴업제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경제인연합을 비롯한 기업들은 언론까지 동원해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에서 1930년대 도입한 토요 휴업제를 2000년대까지 유지했으니 우리나라 근로조건이 얼마나 후진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주 40시간 근무제'가 논란이다. 토요휴업제 반대 때와 똑같은 이유를 들며 우리 기업과 언론은 강력히 반발 중이다. 일 8시간 주 5일 근무가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무시한다. 프랑스처럼 과도하게 주 28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주 40시간 근무제는 당연시 될 거다. 문제는 메카시즘(McCarthyism)다. 주 40시간 근무제는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세계노동기구) 핵심 협약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이상을 초과하면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뿐이다. 근로시간을 강제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미국 같이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도 비준한 협약이다. 그럼에도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수 언론은 사회주의 프레임을 열심히 사회에 전파한다. 끈 떨어질 걸 걱정하는 기득권과 이에 편승하는 정치인과 언론의 포퓰리즘은 198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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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움직이는 손 - 나스닥 CEO겸 회장 로버트 그리필드의 미래를 위한 10년의 기록
로버트 그리필드 지음, 강성실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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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 NASDAQ CEO의 회고록


 이 책은 나스닥(NASDAQ 미국 장외주식시장; 우리나라 KOSDAQ의 원형)을 이끌었던 CEO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면서 경영서다. 경영 실무나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인사관리, 인수합병, 위기관리 등 나스닥 CEO로 역임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일화를 접한다. 저자는 자신이 깨달은 교훈을 이야기 속에 버무린다. 각 단락 마지막에 경영 노하우를 요약해 독자를 배려한다. 다만, 정치, 증권 등 실무적인 이야기가 많아 미국 증권과 시사에 약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책이다.


경영 노하우와 겸손


 저자는 "사람이 우선이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의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의미가 아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사람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새로운 그릇에는 새로운 물을 담아야 한다는 거다. 과감한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조직이 바뀔 리 없다.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인재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재는 내부에서 먼저 찾으라고 조언한다.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방법보다 기업 내부 인재를 승진시키는 이점이 크다는 거다. 승진은 직원에게 동기 부여되고 열정을 갖게 한다. 내부 인재 활용은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없다. 외부 인재가 면접에서 아무리 좋게 보여도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다. 빛 좋은 개살구다. 하지만, 내부 인재는 같이 일해왔기 때문에 매일 면접을 본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고, 인사 이동 시 적응도 빠르다. 외부 인재처럼 속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저자는 외부 인재 영입을 고려할 때 항상 적합한 내부 인재가 있는지 먼저 고려하라고 한다. 


 저자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걸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와 관련되지 않은 잔가지는 쳐야 한다. 다이어트처럼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가치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브랜드, 상징, 역사 등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것들도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니 신중해야 한다는 거다.


 위에 설명한 것 이외에도, 고객관리, 인수합병 등 다양한 저자의 교훈을 배운다. 저자의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 속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겸손이었다. 저자는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줄 알았다. 자만하지 않고 경쟁사의 장점을 볼 줄 알았다. 부하 직원의 고언(苦言)을 흘려듣지 않았다. 벼는 익을수록 숙인다. 역사가가 이야기하는 '안목'의 근원은 겸손이다. 다른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자세가 안목을 만든다. 겸손으로 안목을 갖춘 자가 '결단'을 내릴 때, 세상은 뒤흔들린다. 근세까지 '정복'으로 나타난 결단이 현대에는 '혁신'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좀 더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혁신의 실마리는 기존의 '나'를 깨뜨려야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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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후원자 벤처캐피털 - 스타트업의 파트너, 모험 자본주의의 주역
권오상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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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입문서


 이 책은 벤처캐피털의 역사부터 작동 원리까지 벤처캐피탈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전반부는 벤처캐피털의 정의와 역사, 후반부는 벤처캐피털의 작동 원리를 다룬다. 벤처캐피털을 깊게 살펴보기보다, 벤처캐피털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내부수익률 등 일반인에게 어려운 이론은 친절히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 한 권으로 벤처캐피털이 무엇인지 감 잡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투자 이론이나 재무 이론은 그 자체가 어렵고 복잡하다. 쉽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강 훑으면서 읽지 말고 검색을 병행하며 정독하는 걸 권장한다.


모험자본 벤처캐피털


 금융투자에서 불변의 진리는 'High Risk, High Return'이다. 투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을수록 수익이 크다. 반대로, 안전할수록 수익은 적다. 안전하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 없다. 벤처캐피털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형편없는 은행 예금과 달리, 벤처캐피털은 고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모험자본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안전한 안타보다는 삼진 아웃의 위험을 감수하며 한 방의 홈런을 노리는 타자다.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과 동반자 관계에 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벤처캐피탈도 성공하고, 그들이 망하면 같이 망한다. 벤처캐피털의 수익 구조는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 분포의 형태다. 소수의 생존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곧 망하는 스타트업의 생태 때문이다. 일반 금융 이론이 가정하는 정규분포의 상황에는 평균을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 안에 데이터값이 분포한다. 그래프로 보면 좌우대칭 형태다. 따라서, 평균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작다. 멱함수 분포의 상황에는 대부분 평균보다 못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데이터값이 많다. 그래프로 보면 미끄럼틀 형태다. 따라서, 평균에 벗어나는 극단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벤처캐피털은 평균보다 못한 수많은 경우를 감내하며 평균을 상회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노린다. 실제로, 벤처캐피털의 자금을 지원받은 수많은 스타트업 중 대다수는 폐업한다. 살아남는 회사는 극소수다. 성공한 극소수 회사에 얻은 막대한 수익으로 나머지 손실을 메꾸는 게 벤처캐피털의 수익구조다.1


 벤처캐피털이 활발하면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해진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보육하는 게 벤처캐피털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돈만 주고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 하나만 보고, 창업자의 의지 하나만 보고 자금과 경영을 지원하는 게 벤처캐피털 업계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회사가 벤처캐피털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다. 혁신의 상징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혁신에 목말라하면서, 혁신을 일으키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키우지 않는다. 벤처캐피탈 규모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처량하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과 주식만 바라볼 뿐, 벤처캐피털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벤처캐피털 홍보 및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1. 벤처캐피탈은 어떻게든 고위험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위험을 낮추면서 홈런을 정확하게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게 벤처캐피탈 역사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이익을 얻기까지 과정이 긴 특성상 벤처캐피털은 투자자가 중간에 자금을 빼지 못 하도록 투자금을 묶어둔다.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며 경영에 참여해 스타트업의 미숙한 경영을 돕는다. 대출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의 형태로 자금을 지원한다.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이나 청산 시 우선권이 있는 우선주 위주로 취득한다. 이 외에도, 투자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이나 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할 때 벤처캐피털도 같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참여권, 회사의 청산 수익을 먼저 가져갈 수 있는 청산우선권, 새로운 주식 발행 시 먼저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설정한다. 전환권을 설정해 창업자의 경영권을 제한한다. 벤처캐피털이 주식을 매각할 때 창업팀의 보유 지분도 같이 강제로 매각하게 하는 동반매도요구권을 설정해 좀비 기업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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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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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 수업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헌법을 강론한다. 헌법에 숨어있는 이치를 배울 수 있다. 헌법 조항을 나열한 뒤 해석하는 게 아니라, 헌법과 관련된 국민주권,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평화로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된 여러 이론과 시사를 설명한다. 법학자의 입장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를 바라본다. 자유주의, 직선제와 대의제, 자본주의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다. 따라서, 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고역이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법률 용어 때문에 더 어려울 거다. 얼핏 보면 비슷한 두 단어가 헌법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취급된다. 저자가 독자를 배려해 각 용어의 용례와 차이를 꼼꼼히 설명한다는 걸 위안 삼아야 한다.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방임을 강조하는 자유 지상주의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의 기본원리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복지의 원리도 포함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특정 단체의 주장과 달리 사회민주주의를 포용하는 개념이다. 이때 중요한 건 자유와 사회복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다. 함부로 사유재산권 같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에서 무제한으로 자유를 용인하면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적절한'이라는 모호한 단어가 예고하듯, 균형점에 대해 각계각층이 피 터지게 싸운다. 이 싸움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될 거고, 합의점은 시대마다 달라질 거다.


 저자는 법치를 '국민에 대한 준법'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야기한다.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법의 통치'가 법치라는 거다.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가 법치의 핵심이다. 법치주의의 법은 국가권력의 통제 수단이지, 국민을 향한 국가권력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니다. 법으로 명시된 입법 기한을 어기는 국회, 판결 선고 기한을 무시하는 법원 등 국가권력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만 준법 의식을 강조하는 걸 문제 삼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대의제에서 대표자는 소속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익 집단인 여당을 대변하고 그들에 불리한 정치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자유위임 원칙에 따라 대표자의 정치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근본 원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대의제가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국민이 거리에 나와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가 잦은 건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는 거다. 특히, 정치인이 국민과 함께 거리에 나오는 건 대의제를 포기하는 거라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꼬집는다. 심각한 건, 가장 확실한 문제 해결책인 '국민소환제'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거다.


파사현정(破邪顯正)


 아마르티아 센이 <정의의 아이디어>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는 추상적인 선을 추구하기보다 명확한 악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걸 깨뜨려 올바른걸 드러낸다는 사자성어만큼 현대 정의론을 표현하는 용어가 없을 거다. 옳고그른 걸 나누는 기준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명확한 부정의(不正義)는 존재한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정의(正義)를 찾을 게 아니라, 현존하는 부정의를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저자는 명확한 부정의를 찾기 위한 준칙으로 황금률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당하기 싫은 걸 남에게 하지 않는', '남이 대접받고 싶은 걸 하는' 윤리를 언급한다. 황금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수양과 겸손이 필요하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착각을 버리고, 겸손하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봐야 한다. 오늘도 겸손하게 귀 기울일 줄 모르고 나만 옳다며 목에 핏대를 세웠던 과거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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