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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경제학 - 강성진 교수의 고쳐 쓰는 경제원론
강성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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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25159095

 | 포퓰리즘을 저격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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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우리나라에 만연하는 포퓰리즘을 저격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분배와 성장 등 경제 전반을 다룬다. 경제에 대한 세간의 여러 주장을 검토하고 반박한다. 정파(政派)를 떠나, 우리나라에 만연하는 포퓰리즘이 저격의 대상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자유방임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보수 정권, 근원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경제 이론(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하는 진보 정권, 모두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검증된 이론과 명확한 통계 데이터로 우리나라 포퓰리즘을 들춰낸다.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는 등 친기득권 성향이 보이지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여러 경제 이론과 통계 자료를 다루기 때문에 경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은 어려울 거다. 최소한 <경제학원론>은 들여다봤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여러 첨부 자료로 꼼꼼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만하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수업 하나 듣는다고 생각하자. 특히,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포퓰리즘에 휩쓸렸던 지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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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성장을 위해 시장과 정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완전한 시장 자유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시장과 정부, 각자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저자는 민간 주도형 경제로 생태를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성장 시대를 이끌었던 정부 주도 성장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가 직접 경제를 이끄는 건 강력한 중앙집권이 필요한 저개발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효과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정부는 강력히 시장에 개입한다.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우리나라 정부가 시장을 강력히 통제한다는 증거다. 혁신이 없다는 비판에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구역(규제 샌드박스 3법, 규제자유특구)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규제가 많은 나라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사회의 반기업가 정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없어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재벌의 부도덕한 행동은 부의 축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사회에 조성했다. 부의 축적이 존중받는 게 아니라,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득권이 썩었다. 따라서, 저자는 반(反)기업정서를 조장하는 재벌과 기득권의 부패를 비판하며, 친(親)기업정서를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미래를 북유럽형 사회민주주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견한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사회주의와 다르다. 자본주의 안에서 사회주의다. 자본주의의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게 사회민주주의다. 자본주의의 큰 틀 안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고 국민 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게 사회민주주의다. 우리나라 헌법의 가치 규범인 자유민주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효과가 미비한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 강화를 주장한다. 무상복지가 반드시 포퓰리즘인 건 아니다. 북유럽 국가의 무상복지가 포퓰리즘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이 뒷받침되어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재정건전성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처럼 국가 채무를 늘려가며 시행하는 무상복지는 소득재분배 효과도 의문일뿐더러,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토요일 휴무(주 5일제 근무)가 한때 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었다. 중간 단계로 토요일 격주 휴무(2005년부터 2011까지 시행)로 했을 때부터 사회에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토요일에 영업해야 하는 서비스업의 반발이 제일 심했다. 휴일에 근무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특근수당 때문에 인건비가 오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를 들며,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반강제 하던 기업들도 결사반대를 외쳤다. 토요일 휴무 시 직원의 삶의 만족도 증가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주말 내수 진작 효과가 크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토요 휴업제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경제인연합을 비롯한 기업들은 언론까지 동원해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에서 1930년대 도입한 토요 휴업제를 2000년대까지 유지했으니 우리나라 근로조건이 얼마나 후진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주 40시간 근무제'가 논란이다. 토요휴업제 반대 때와 똑같은 이유를 들며 우리 기업과 언론은 강력히 반발 중이다. 일 8시간 주 5일 근무가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무시한다. 프랑스처럼 과도하게 주 28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주 40시간 근무제는 당연시 될 거다. 문제는 메카시즘(McCarthyism)다. 주 40시간 근무제는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세계노동기구) 핵심 협약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이상을 초과하면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뿐이다. 근로시간을 강제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미국 같이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도 비준한 협약이다. 그럼에도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수 언론은 사회주의 프레임을 열심히 사회에 전파한다. 끈 떨어질 걸 걱정하는 기득권과 이에 편승하는 정치인과 언론의 포퓰리즘은 198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