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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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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학 수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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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헌법을 강론한다. 헌법에 숨어있는 이치를 배울 수 있다. 헌법 조항을 나열한 뒤 해석하는 게 아니라, 헌법과 관련된 국민주권,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평화로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된 여러 이론과 시사를 설명한다. 법학자의 입장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를 바라본다. 자유주의, 직선제와 대의제, 자본주의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다. 따라서, 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고역이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법률 용어 때문에 더 어려울 거다. 얼핏 보면 비슷한 두 단어가 헌법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취급된다. 저자가 독자를 배려해 각 용어의 용례와 차이를 꼼꼼히 설명한다는 걸 위안 삼아야 한다.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방임을 강조하는 자유 지상주의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의 기본원리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복지의 원리도 포함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특정 단체의 주장과 달리 사회민주주의를 포용하는 개념이다. 이때 중요한 건 자유와 사회복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다. 함부로 사유재산권 같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에서 무제한으로 자유를 용인하면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적절한'이라는 모호한 단어가 예고하듯, 균형점에 대해 각계각층이 피 터지게 싸운다. 이 싸움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될 거고, 합의점은 시대마다 달라질 거다.
저자는 법치를 '국민에 대한 준법'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야기한다.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법의 통치'가 법치라는 거다.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가 법치의 핵심이다. 법치주의의 법은 국가권력의 통제 수단이지, 국민을 향한 국가권력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니다. 법으로 명시된 입법 기한을 어기는 국회, 판결 선고 기한을 무시하는 법원 등 국가권력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만 준법 의식을 강조하는 걸 문제 삼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대의제에서 대표자는 소속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익 집단인 여당을 대변하고 그들에 불리한 정치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자유위임 원칙에 따라 대표자의 정치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근본 원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대의제가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국민이 거리에 나와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가 잦은 건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는 거다. 특히, 정치인이 국민과 함께 거리에 나오는 건 대의제를 포기하는 거라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꼬집는다. 심각한 건, 가장 확실한 문제 해결책인 '국민소환제'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거다.
 | 파사현정(破邪顯正)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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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티아 센이 <정의의 아이디어>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는 추상적인 선을 추구하기보다 명확한 악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걸 깨뜨려 올바른걸 드러낸다는 사자성어만큼 현대 정의론을 표현하는 용어가 없을 거다. 옳고그른 걸 나누는 기준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명확한 부정의(不正義)는 존재한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정의(正義)를 찾을 게 아니라, 현존하는 부정의를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저자는 명확한 부정의를 찾기 위한 준칙으로 황금률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당하기 싫은 걸 남에게 하지 않는', '남이 대접받고 싶은 걸 하는' 윤리를 언급한다. 황금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수양과 겸손이 필요하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착각을 버리고, 겸손하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봐야 한다. 오늘도 겸손하게 귀 기울일 줄 모르고 나만 옳다며 목에 핏대를 세웠던 과거를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