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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움직이는 손 - 나스닥 CEO겸 회장 로버트 그리필드의 미래를 위한 10년의 기록
로버트 그리필드 지음, 강성실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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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23182450

 | 전(前) NASDAQ CEO의 회고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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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스닥(NASDAQ 미국 장외주식시장; 우리나라 KOSDAQ의 원형)을 이끌었던 CEO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면서 경영서다. 경영 실무나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인사관리, 인수합병, 위기관리 등 나스닥 CEO로 역임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일화를 접한다. 저자는 자신이 깨달은 교훈을 이야기 속에 버무린다. 각 단락 마지막에 경영 노하우를 요약해 독자를 배려한다. 다만, 정치, 증권 등 실무적인 이야기가 많아 미국 증권과 시사에 약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책이다.
 | 경영 노하우와 겸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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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람이 우선이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의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의미가 아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사람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새로운 그릇에는 새로운 물을 담아야 한다는 거다. 과감한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조직이 바뀔 리 없다.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인재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재는 내부에서 먼저 찾으라고 조언한다.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방법보다 기업 내부 인재를 승진시키는 이점이 크다는 거다. 승진은 직원에게 동기 부여되고 열정을 갖게 한다. 내부 인재 활용은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없다. 외부 인재가 면접에서 아무리 좋게 보여도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다. 빛 좋은 개살구다. 하지만, 내부 인재는 같이 일해왔기 때문에 매일 면접을 본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고, 인사 이동 시 적응도 빠르다. 외부 인재처럼 속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저자는 외부 인재 영입을 고려할 때 항상 적합한 내부 인재가 있는지 먼저 고려하라고 한다.
저자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걸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와 관련되지 않은 잔가지는 쳐야 한다. 다이어트처럼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가치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브랜드, 상징, 역사 등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것들도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니 신중해야 한다는 거다.
위에 설명한 것 이외에도, 고객관리, 인수합병 등 다양한 저자의 교훈을 배운다. 저자의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 속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겸손이었다. 저자는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줄 알았다. 자만하지 않고 경쟁사의 장점을 볼 줄 알았다. 부하 직원의 고언(苦言)을 흘려듣지 않았다. 벼는 익을수록 숙인다. 역사가가 이야기하는 '안목'의 근원은 겸손이다. 다른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자세가 안목을 만든다. 겸손으로 안목을 갖춘 자가 '결단'을 내릴 때, 세상은 뒤흔들린다. 근세까지 '정복'으로 나타난 결단이 현대에는 '혁신'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좀 더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혁신의 실마리는 기존의 '나'를 깨뜨려야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