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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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사유하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분화했으며,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양하게 분화된 자본주의 각각의 장단점, 그리고 어떤 자본주의를 지향해야 하는지 사유한다.


 북한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두 자본주의로 전환했다. 세계는 형태만 다를 뿐 모두 자본주의 국가다. 저자는 다양한 형태로 분화된 현대 자본주의를 크게 자유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로 분류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이 대표하는 자유자본주의와 중국이 대표하는 국가자본주의는 각각 장단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찬양하는 자유자본주의는 불평등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하고, 국가자본주의는 그들이 비판하는 것과는 달리 자유자본주의만큼의 효과성이 있다.


 저자는 논리적 추론을 통해 각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불평등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든 부정부패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요지다. 저자는 완전한 평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불평등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경제학의 전제가 내포한 문제를 반영하지 않았다. 변수를 한정하는 Ceteris Paribus(다른 모든 조건은 일정하다) 전제와 달리,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나 많고, 변수 간 경중을 가리기도 쉽지 않다. 합리적 인간이 만들어내는 경제학의 균형과 달리, 인간은 합리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저자는 여러 변수(문화, 가치관, 지정학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사회 요소를 단순히 경제학의 균형 논리로 분석한다. 단편적이고 간접적인 통계 자료를 근거로 삼아 반박의 여지를 남겼다. 복잡한 자본주의 생산 양식을 너무 간략히 분석한 점이 아쉽다.


사회주의? 자본주의?


 저자는 사회주의의 의의를 색다르게 바라본다. 마르크스의 역사발전론과 달리,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서 발전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사회주의는 현대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국가적 역량이 부족한 국가가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발판 역할을 했다는 거다. 선진국이 아닌 저개발국가에서 사회주의가 채택됐다가 자본주의로 전환한 역사적 사례가 증거다. 자본주의로 이행하고 나면, 사회주의는 제 역할을 다한 뒤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진다. 북한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세상에 사회주의 국가는 없다. 사회주의를 '일부' 수용한 자본주의 국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사회주의 논란이 불거진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사회주의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론을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거다. 기득권은 정치인과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매카시즘(Mccarthyism)을 이용한다.1


 저자가 지적하듯, 자본주의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불평등을 통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건, 불평등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득권은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불공정과 불평등에 타협하려는 모습이 아닌, 방관과 억제로 대응하고 있다. 술잔에 술이 가득 차면 모든 술이 흘러내리는 계영배(戒盈杯)를 하나씩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1. 대표적인 사례가 주 5일 근무제도(토요휴업제)와 주 40시간 근로제도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토요일 휴일이 200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논란에 휩쓸렸었다. 자본주의 국가 중 진성 자본주의 국가라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근로자의 건강과 업무 효율을 위해 1930년대에 시행한 주 5일 근무제를 전경련을 위시한 보수 진영에서 사회주의 정책이라 비판한 것이다. 사회주의 정책이 아닌데도 사회주의 정책 프레임을 씌운 이면에는 인건비 증가가 있다. 무리한 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료비 등)로 보지 않는다. 최저임금만 주면 된다는 후진적인 사고방식이 우리나라 보수 진영에 박혔기 때문이다. 연구개발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게 아니라, 노동력을 더 많이 투입해 부족한 생산성을 메꾸려던 후진적인 경영 풍토도 한몫했다. 2020년 주 40시간 근로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많은 노동경제학자의 연구 결과, 사람이 건강을 해치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주 40시간이라는 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이를 장려한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까지 사회주의 기구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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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 동양의 애덤 스미스 이시다 바이간에게 배우다
모리타 켄지 지음, 한원 옮김, 이용택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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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석문심학(石門心學)


 일본 중세 철학인 석문심학을 소개한다. 석문심학은 중세 유교의 사농공상으로 천대받던 상인에게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한 사상이다. 애덤 스미스와 비교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경제학과 관련 없는 윤리학이다. 상도(商道), 상인이라면 지켜야 할 지침을 보여준다. 상인이라면 마땅히 이윤을 추구하되,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저자는 석문심학을 소개하면서 법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정당하다고 여기는 약탈적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공정과 정직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석문심학 원전을 그대로 번역한 완역이 아니다. 석문심학을 연구한 저자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해설한 해설본이다. 석문심학의 거두 이시다 바이간의 철학을 통해 자본가와 기업이 견지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재벌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자본주의, 특권과 질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돈으로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부도덕한 행동을 저질러도 돈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수천억을 횡령한 재벌의 형량보다 가난으로 편의점에서 빵을 훔친 사람의 형량이 더 많다는 걸 보며 자랐다. 경제라는 명목으로, 고용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재벌의 부정행위에 주어지는 면죄부를 보며 우리는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을 학습했다. 지배층인 재벌에게 기울어진 사회에 분노하면서도 자본주의와 재벌이 구축한 질서에 순응한 채 살아간다.


 이건 자본주의만의 문제라 보기 힘들다. 자본주의가 발흥하기 전부터 지배층은 질서를 통해 특권을 누려왔다. 신분이었던 차별의 수단이 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배층은 자신의 특권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고민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라 여겼다. 특권은 억압받는 피지배층을 희생에서 유래했다는 걸 자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한 질서와 특권은 없다. 피지배층의 분노가 쌓이고 쌓여 지배층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역사적 흐름으로 나타나면, 지배층이 구축해 놓은 특권과 질서를 철저히 파괴했다. 영원할 것 같던 봉건주의도, 절대왕정도, 신분제도 그렇게 무너졌다.


 지배층이 구축한 기존 질서에 저항한 피지배층이 부딪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은 보편적으로 나타난 역사였다. 통찰력이 뛰어난 철학자 마르크스는 이런 역사 발전 과정에 변증법적인 규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인 자본주의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겼다. 지배층인 자본가(부르주아)가 구축한 질서에 저항한 피지배층인 노동자(프롤레타리아)가 부딪혀(프롤레타리아 혁명) 새로운 질서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 나아갈 것이라 예견했다.


 우리나라 재벌이 구축한 질서도 언젠가 무너진다. 새로운 질서가 마르크스의 예견대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물질만능주의도 극복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우리나라 지배층인 재벌은 자신의 특권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이미 많은 철학자와 윤리학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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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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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경찰, 포도청


 조선 시대 경찰 제도인 포도청을 소개한다. 포도청의 구조와 제도, 역사를 상세히 배울 수 있다. 도적 소탕을 목적으로 등장해 사회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 기구로 발전한 포도청의 역사를 만난다. 현대 경찰의 역할은 물론, 현대 사법부의 역할인 형(刑)의 확정, 행정부의 역할인 형의 집행까지 수행했고, 군인 신분으로 헌병대의 역할도 맡았던 지역 사회 통제 기구로 작동한 포도청 제도를 배운다.


 부제를 보면, 포도청을 통해 조선인의 삶을 조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선 시대 형법 등 포도청과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과 포도청의 역사 비중이 크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사실관계의 나열로 서술한다. '기록 요약'의 느낌이 강하다. 저자가 조선 시대 한자 어휘를 현대어로 순화하지 않아 더욱 어렵게 한다. 포도청의 제도와 역사는 간략히 소개하고, 포도청과 관련된 사건·사고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여러모로 아쉬운 책이다.


경찰의 딜레마


 경찰 제도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은 '치안'이다. 치안은 안정적인 사회 유지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포도청이 설립된 이유도 당시 횡횡하던 도적을 근절하는 거였다. 경찰 제도가 얼마나 확실하게 작동하냐에 따라 사회 구성원 삶의 질이 달라졌다. 따라서, 사회는 무력을 통한 사회 통제라는 권력을 경찰에게 부여했다.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를 확실하게 제압할 무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 치안 유지에 무력은 필수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경찰이다.


 무력과 권력은 멀지 않다. 권력자는 권력 유지 방법으로 경찰의 무력과 사회 통제력을 이용했다. 군대보다 민중에 가까이 있으면서, 즉각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 경찰이기 때문이다. 정적과 반사회 인사를 제거하거나, 독재와 부정부패로 인한 사회 반발을 억누르는 데 경찰을 동원한 역사는 세계 보편적이라 할 정도다. 경찰은 권력에 충성하는 대가로 그들의 지위를 보장받았다. 권력의 개로서 경찰이다.


 민주주의가 성사된 이래로 무력의 사용은 상당히 제한됐고, 이에 비례해 사회 통제력도 약해졌다. 독재 편에 서서 민중을 잔인하게 탄압한 대가였다. 하지만, 경찰의 통제력이 약한 만큼 치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범죄자를 제압하지 못하거나,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한 사례가 등장했다. 어떤 사람은 지시에 불응하면 바로 발포하는 미국 경찰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딜레마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유지되는 사회에서 미국 경찰 같은 통제력은 과하다. 반대로, 통제력이 약할수록 치안에 공백이 생긴다.


 끊임없이 범죄의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지금, 우리나라 경찰의 적정한 통제력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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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조선 2 슬픈조선 2
가타노 쓰기오 지음, 정암 옮김 / 아우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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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심이 쓴 독립운동사


 일본인이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를 이야기한다. 1편은 운요호 사건부터 을사늑약 이전까지, 2편은 을사늑약부터 광복까지 다룬다. 일본인이 썼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독립운동을 다룬다. 평소 근현대사를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내용은 없다. 양심적인 일본인이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일본 사회에 알렸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회화체로 독자를 독립운동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든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저자의 깔끔하게 정리된 문장은 눈을 편하게 한다. 분명, 저자의 매력적인 서술에 끌려, 이 책을 읽고 지난 일본의 과오를 반성하는 일본인이 있을 거다.


 일제의 만행보다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의 비중이 크다. 일제의 만행을 깊이 있게 설명하지 않아서 독립운동의 정당성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위안부, 강제노역, 학살, 고문 등 일제가 한반도에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 일제의 잔인한 행적을 모르는 일본인이라면, 독립운동을 정당한 투쟁 행위가 아니라 테러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일본 독자에게 반일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암군 고종과 명성황후, 그리고 군사력


 많은 역사 평론과 문학에서 고종과 명성황후를 비운의 인물로 조명한다. 고종의 자녀인 순종과 영친왕, 의친왕, 덕혜옹주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다. 일본 깡패에게 암살당해서 그런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왕조의 왕이었다가 처참하게 허수아비 신분으로 전락해서 그런지, 비참한 말년을 보내서 그런지, 대중에게 동정을 많이 받는다. 저자에게도 고종과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동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구한말 대표 슈퍼빌런이 고종과 명성황후다. 일제강점기의 시작을 순조의 세도정치, 더 거슬러 올라가 정조대왕까지 보는 사람도 있지만, 확실하게 문을 열어젖힌 건 고종과 명성황후다. 헤이그 특사 등 일제에 저항한 모습과 말년의 초라한 모습만 대중에 부각돼서 그렇지, 고종과 명성황후의 패악질은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 하늘을 찔렀다. 


 명성황후는 철저히 개인의 이권을 추구했다. 흥선대원군이 겨우 막은 삼정문란과 세도정치를 부활시킨 사람이 명성황후다. 제국주의의 이권 침탈로 국력이 소모되는 와중에도 여흥 민씨 외척과 명성황후의 사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고종도 마찬가지다. 군인들이 가난으로 반란을 일으킨 임오군란을 해결하기는커녕 자녀 결혼식에 사치를 부렸다. 무엇보다, 고종에게 중요한 건 나라가 아닌 자신의 권력이었다. 고종은 정세를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급급했다. 동학농민운동을 수습하려고 외국 군대를 본토에 불러들이는 상상할 수 없는 패악질을 나서서 추진한 게 고종이다.


 국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의 침략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 이권을 침탈당하더라도 주권은 유지할 수 있다. 일본도 미국과 영국에 각종 이권을 침탈당했지만,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에 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동학농민운동과 임오군란으로 조선의 군사력을 스스로 약화하고, 외국의 군대를 한반도에 진주시켜 주권을 상실한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조약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존 해이 국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에 썼다.


"한국인은 자신을 위해 주먹 한 번 휘두르지 못하는 등 스스로 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 등 어느 나라가 한국을 위해 나서겠는가. 전혀 독립할 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준 한국을 일본이 보호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외교와 정치는 명분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물리적 힘만 있다면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게 국제관계고 정치다. 평화라는 명목 아래 군사력 감축이 좌파 사이에서 제기되고, 우파는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지금, 구한말 조선을 돌이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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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지수신 - 상
류정식 지음 / 물병자리H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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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부흥운동 역사소설


 백제 멸망 이후 흑치상지, 사타상여 등 많은 백제인이 등을 돌릴 때, 마지막까지 백제부흥운동을 펼쳤던 영웅 지수신을 소설로 각색했다. 소설의 플롯은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따르나, 부여율 등 가상의 인물이 추가됐다. 검으로 하늘을 나는 새를 베어 가르는 등 판타지 요소가 섞여 있어 완벽히 역사 고증을 따르는 소설은 아니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사건과 인물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고 역사적 사건을 따라가기 급급하다. 소설의 백미인 인물 간 긴장과 갈등이 뚜렷하지 않다. 백강 전투 등 백제부흥운동의 중요한 사건을 가볍게 서술하고 넘긴다. 고증 오류는 역사 사료 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소설이 너무 무미건조하다.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정도 몰입도를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 있다. 소외당하던 백제 영웅 지수신과 백제부흥운동을 대중에게 선보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부흥 운동과 권력 공백


 우리나라 역사 중 외세에 의해 나라가 망하면 부흥 운동이 항상 뒤따랐다. 기록이 부족한 고조선을 제외하고 외국에 의해 망한 백제, 고구려, 발해, 조선 모두 부흥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고구려 부흥 운동으로 건국된 발해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조선 부흥 운동인 독립운동도 일본 패망 후 남북분단을 생각하면 성공한 부흥 운동이라 보기 힘들다.


 실패한 부흥 운동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내분이 실패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하나로 뭉쳐서 대항해도 모자랄 상황에 내분이 발생한다. 적국이 내분을 의도한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내분에 빠진 경우도 많다. 내분 때문에 제대로 된 항전 한번 하지 못하고 와해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내분에 시달렸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대 등 별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부흥 운동이 내분에 쉽게 휩쓸리는 이유는 권력의 공백 때문이다. 강력한 권력을 쥐고 부흥 운동을 주도하는 인물이나 세력이 없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의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 여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핵심 권력에 반발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내분이 발생한다. 핵심 권력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부흥 운동은 무조건 실패했다. 반대로, 발해 건국 등 성공한 부흥 운동을 보면, 확실한 권력의 존재가 성공의 요소였다. 


 부흥 운동의 성공은 내부의 안정에서 비롯됐다. 안정적인 권력은 국가 번영의 토대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라는 격언이 있다. 내환으로 강대한 제국이 스스로 무너진다. 내분으로 주변국의 침략을 불러왔다. 민주주의는 내분에 취약한 제도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해소한다면, 안정적인 권력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협력과 타협을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보면, 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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