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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조선 2 ㅣ 슬픈조선 2
가타노 쓰기오 지음, 정암 옮김 / 아우룸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73721122
| 일본의 양심이 쓴 독립운동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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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를 이야기한다. 1편은 운요호 사건부터 을사늑약 이전까지, 2편은 을사늑약부터 광복까지 다룬다. 일본인이 썼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독립운동을 다룬다. 평소 근현대사를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내용은 없다. 양심적인 일본인이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일본 사회에 알렸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회화체로 독자를 독립운동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든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저자의 깔끔하게 정리된 문장은 눈을 편하게 한다. 분명, 저자의 매력적인 서술에 끌려, 이 책을 읽고 지난 일본의 과오를 반성하는 일본인이 있을 거다.
일제의 만행보다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의 비중이 크다. 일제의 만행을 깊이 있게 설명하지 않아서 독립운동의 정당성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위안부, 강제노역, 학살, 고문 등 일제가 한반도에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 일제의 잔인한 행적을 모르는 일본인이라면, 독립운동을 정당한 투쟁 행위가 아니라 테러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일본 독자에게 반일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 암군 고종과 명성황후, 그리고 군사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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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역사 평론과 문학에서 고종과 명성황후를 비운의 인물로 조명한다. 고종의 자녀인 순종과 영친왕, 의친왕, 덕혜옹주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다. 일본 깡패에게 암살당해서 그런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왕조의 왕이었다가 처참하게 허수아비 신분으로 전락해서 그런지, 비참한 말년을 보내서 그런지, 대중에게 동정을 많이 받는다. 저자에게도 고종과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동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구한말 대표 슈퍼빌런이 고종과 명성황후다. 일제강점기의 시작을 순조의 세도정치, 더 거슬러 올라가 정조대왕까지 보는 사람도 있지만, 확실하게 문을 열어젖힌 건 고종과 명성황후다. 헤이그 특사 등 일제에 저항한 모습과 말년의 초라한 모습만 대중에 부각돼서 그렇지, 고종과 명성황후의 패악질은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 하늘을 찔렀다.
명성황후는 철저히 개인의 이권을 추구했다. 흥선대원군이 겨우 막은 삼정문란과 세도정치를 부활시킨 사람이 명성황후다. 제국주의의 이권 침탈로 국력이 소모되는 와중에도 여흥 민씨 외척과 명성황후의 사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고종도 마찬가지다. 군인들이 가난으로 반란을 일으킨 임오군란을 해결하기는커녕 자녀 결혼식에 사치를 부렸다. 무엇보다, 고종에게 중요한 건 나라가 아닌 자신의 권력이었다. 고종은 정세를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급급했다. 동학농민운동을 수습하려고 외국 군대를 본토에 불러들이는 상상할 수 없는 패악질을 나서서 추진한 게 고종이다.
국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의 침략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 이권을 침탈당하더라도 주권은 유지할 수 있다. 일본도 미국과 영국에 각종 이권을 침탈당했지만,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에 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동학농민운동과 임오군란으로 조선의 군사력을 스스로 약화하고, 외국의 군대를 한반도에 진주시켜 주권을 상실한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조약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존 해이 국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에 썼다.
"한국인은 자신을 위해 주먹 한 번 휘두르지 못하는 등 스스로 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 등 어느 나라가 한국을 위해 나서겠는가. 전혀 독립할 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준 한국을 일본이 보호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외교와 정치는 명분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물리적 힘만 있다면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게 국제관계고 정치다. 평화라는 명목 아래 군사력 감축이 좌파 사이에서 제기되고, 우파는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지금, 구한말 조선을 돌이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