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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97750253

 | 조선시대 경찰, 포도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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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경찰 제도인 포도청을 소개한다. 포도청의 구조와 제도, 역사를 상세히 배울 수 있다. 도적 소탕을 목적으로 등장해 사회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 기구로 발전한 포도청의 역사를 만난다. 현대 경찰의 역할은 물론, 현대 사법부의 역할인 형(刑)의 확정, 행정부의 역할인 형의 집행까지 수행했고, 군인 신분으로 헌병대의 역할도 맡았던 지역 사회 통제 기구로 작동한 포도청 제도를 배운다.
부제를 보면, 포도청을 통해 조선인의 삶을 조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선 시대 형법 등 포도청과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과 포도청의 역사 비중이 크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사실관계의 나열로 서술한다. '기록 요약'의 느낌이 강하다. 저자가 조선 시대 한자 어휘를 현대어로 순화하지 않아 더욱 어렵게 한다. 포도청의 제도와 역사는 간략히 소개하고, 포도청과 관련된 사건·사고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여러모로 아쉬운 책이다.
 | 경찰의 딜레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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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제도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은 '치안'이다. 치안은 안정적인 사회 유지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포도청이 설립된 이유도 당시 횡횡하던 도적을 근절하는 거였다. 경찰 제도가 얼마나 확실하게 작동하냐에 따라 사회 구성원 삶의 질이 달라졌다. 따라서, 사회는 무력을 통한 사회 통제라는 권력을 경찰에게 부여했다.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를 확실하게 제압할 무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 치안 유지에 무력은 필수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경찰이다.
무력과 권력은 멀지 않다. 권력자는 권력 유지 방법으로 경찰의 무력과 사회 통제력을 이용했다. 군대보다 민중에 가까이 있으면서, 즉각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 경찰이기 때문이다. 정적과 반사회 인사를 제거하거나, 독재와 부정부패로 인한 사회 반발을 억누르는 데 경찰을 동원한 역사는 세계 보편적이라 할 정도다. 경찰은 권력에 충성하는 대가로 그들의 지위를 보장받았다. 권력의 개로서 경찰이다.
민주주의가 성사된 이래로 무력의 사용은 상당히 제한됐고, 이에 비례해 사회 통제력도 약해졌다. 독재 편에 서서 민중을 잔인하게 탄압한 대가였다. 하지만, 경찰의 통제력이 약한 만큼 치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범죄자를 제압하지 못하거나,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한 사례가 등장했다. 어떤 사람은 지시에 불응하면 바로 발포하는 미국 경찰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딜레마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유지되는 사회에서 미국 경찰 같은 통제력은 과하다. 반대로, 통제력이 약할수록 치안에 공백이 생긴다.
끊임없이 범죄의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지금, 우리나라 경찰의 적정한 통제력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