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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지수신 - 상
류정식 지음 / 물병자리H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65243088

 | 백제 부흥운동 역사소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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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멸망 이후 흑치상지, 사타상여 등 많은 백제인이 등을 돌릴 때, 마지막까지 백제부흥운동을 펼쳤던 영웅 지수신을 소설로 각색했다. 소설의 플롯은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따르나, 부여율 등 가상의 인물이 추가됐다. 검으로 하늘을 나는 새를 베어 가르는 등 판타지 요소가 섞여 있어 완벽히 역사 고증을 따르는 소설은 아니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사건과 인물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고 역사적 사건을 따라가기 급급하다. 소설의 백미인 인물 간 긴장과 갈등이 뚜렷하지 않다. 백강 전투 등 백제부흥운동의 중요한 사건을 가볍게 서술하고 넘긴다. 고증 오류는 역사 사료 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소설이 너무 무미건조하다.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정도 몰입도를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 있다. 소외당하던 백제 영웅 지수신과 백제부흥운동을 대중에게 선보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 부흥 운동과 권력 공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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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 중 외세에 의해 나라가 망하면 부흥 운동이 항상 뒤따랐다. 기록이 부족한 고조선을 제외하고 외국에 의해 망한 백제, 고구려, 발해, 조선 모두 부흥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고구려 부흥 운동으로 건국된 발해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조선 부흥 운동인 독립운동도 일본 패망 후 남북분단을 생각하면 성공한 부흥 운동이라 보기 힘들다.
실패한 부흥 운동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내분이 실패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하나로 뭉쳐서 대항해도 모자랄 상황에 내분이 발생한다. 적국이 내분을 의도한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내분에 빠진 경우도 많다. 내분 때문에 제대로 된 항전 한번 하지 못하고 와해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내분에 시달렸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대 등 별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부흥 운동이 내분에 쉽게 휩쓸리는 이유는 권력의 공백 때문이다. 강력한 권력을 쥐고 부흥 운동을 주도하는 인물이나 세력이 없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의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 여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핵심 권력에 반발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내분이 발생한다. 핵심 권력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부흥 운동은 무조건 실패했다. 반대로, 발해 건국 등 성공한 부흥 운동을 보면, 확실한 권력의 존재가 성공의 요소였다.
부흥 운동의 성공은 내부의 안정에서 비롯됐다. 안정적인 권력은 국가 번영의 토대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라는 격언이 있다. 내환으로 강대한 제국이 스스로 무너진다. 내분으로 주변국의 침략을 불러왔다. 민주주의는 내분에 취약한 제도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해소한다면, 안정적인 권력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협력과 타협을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보면, 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