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 동양의 애덤 스미스 이시다 바이간에게 배우다
모리타 켄지 지음, 한원 옮김, 이용택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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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석문심학(石門心學)


 일본 중세 철학인 석문심학을 소개한다. 석문심학은 중세 유교의 사농공상으로 천대받던 상인에게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한 사상이다. 애덤 스미스와 비교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경제학과 관련 없는 윤리학이다. 상도(商道), 상인이라면 지켜야 할 지침을 보여준다. 상인이라면 마땅히 이윤을 추구하되,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저자는 석문심학을 소개하면서 법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정당하다고 여기는 약탈적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공정과 정직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석문심학 원전을 그대로 번역한 완역이 아니다. 석문심학을 연구한 저자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해설한 해설본이다. 석문심학의 거두 이시다 바이간의 철학을 통해 자본가와 기업이 견지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재벌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자본주의, 특권과 질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돈으로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부도덕한 행동을 저질러도 돈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수천억을 횡령한 재벌의 형량보다 가난으로 편의점에서 빵을 훔친 사람의 형량이 더 많다는 걸 보며 자랐다. 경제라는 명목으로, 고용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재벌의 부정행위에 주어지는 면죄부를 보며 우리는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을 학습했다. 지배층인 재벌에게 기울어진 사회에 분노하면서도 자본주의와 재벌이 구축한 질서에 순응한 채 살아간다.


 이건 자본주의만의 문제라 보기 힘들다. 자본주의가 발흥하기 전부터 지배층은 질서를 통해 특권을 누려왔다. 신분이었던 차별의 수단이 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배층은 자신의 특권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고민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라 여겼다. 특권은 억압받는 피지배층을 희생에서 유래했다는 걸 자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한 질서와 특권은 없다. 피지배층의 분노가 쌓이고 쌓여 지배층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역사적 흐름으로 나타나면, 지배층이 구축해 놓은 특권과 질서를 철저히 파괴했다. 영원할 것 같던 봉건주의도, 절대왕정도, 신분제도 그렇게 무너졌다.


 지배층이 구축한 기존 질서에 저항한 피지배층이 부딪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은 보편적으로 나타난 역사였다. 통찰력이 뛰어난 철학자 마르크스는 이런 역사 발전 과정에 변증법적인 규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인 자본주의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겼다. 지배층인 자본가(부르주아)가 구축한 질서에 저항한 피지배층인 노동자(프롤레타리아)가 부딪혀(프롤레타리아 혁명) 새로운 질서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 나아갈 것이라 예견했다.


 우리나라 재벌이 구축한 질서도 언젠가 무너진다. 새로운 질서가 마르크스의 예견대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물질만능주의도 극복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우리나라 지배층인 재벌은 자신의 특권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이미 많은 철학자와 윤리학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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