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식 -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이정진 옮김 / 알마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크리스토프 코흐는 DNA 나선구조를 밝혀낸 프랜시스와 함께 당대에 외면받고 있었던 ‘의식’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이다. 철학분야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 설명하는 일의 어려움을 ‘난제’라 부른다고 한다. 코흐 박사는 철학자가 ‘난제’라고 선을 그어놓고 탐구하려는 태도를 멈춘것에 대해, 철학적 허세이며 자연 과학자라면 그런 태도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철학자들이 포기했던 '의식'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던 과정을 밝히는 교양서이며, 그 과정을 위해 20년간 노력했던 코흐박사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부제가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이어서, 책을 읽고 나면 의식의 매커니즘과 본질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한가지는 나의 무식함 때문이고 다른 한가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파편화된 실험으로 밖에 '의식'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인듯 하다. 속시원한 무언가를 얻지는 못했지만 일주일간 읽으려고 고군분투한 소득은 있다. 미지의 분야에 대한 과학자의 태도, 종교에 대한 생각, 의식과 뇌 분야에 대한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뿌듯했던 것은 의식에 대한 과학탐구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 중 한가지는 왜 코흐박사나 프랜시스 박사같은 개척자들이 20년을 연구에 매진했음에도 계속 의식은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이야기 하는가였다. 이 질문은 책을 넘길수록 사라졌는데, 각 장을 거듭할수록 의식에 대해 알게된다기 보다는 의식연구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의식'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문제에서부터 무의식까지,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정신활동이 얼마나 복잡한 우연과 필연으로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을 그려볼 수 있다.
무의식을 통해 의식을 규명하고자 하는 실험들은 가장 흥미로웠다. 무의식에 대해서는 그간 몇 개의 이야기를 흘려들었지만, 이 책에서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의식과 무의식의 기능면에서, 내가 정말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 볼 수 있다. 무의식 중에는 사회적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의 상호작용은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갈망, 동기, 두려움과 같은 힘에 좌지우지 된다고 한다. 선택에 문제에 관해서도 이런 주변의 환경과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면 진짜 자유의지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는 우주 속으로 던져졌다. 훌륭하고, 이상하며, 두렵고, 외로운 그곳에 말이다. 이 우주 안의 사람, 개 , 나무, 산, 별이 내게 들려준 떠들썩한 현상들을 통해 영원한 '천체의 음악'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315p-
물리학자로서 사람의 의식, 천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설명하고자 했던 코흐. 과학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열정때문인지 2장과 10장의 회고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과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지만, 이런 탐구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자기자신이 아니었을까. 실험결과들에 대한 사유와 내적통찰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코흐박사의 전작 '의식의탐구'를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