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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주떼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2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눈길이 간 것은 얼마전에 접했던 기사 때문이다. 테이크 아웃 소설이라는 주제로 작성되었던 기사였는데, 일상의 호흡이 점점 빨라지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출판사들이 얇은 책들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그 기사 중에 소개되었던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의 두번째 권이다. 일년에 0.8권의 대한민국평균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런 책들이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궁금해 집어보았다.
가벼운 책 무게와 가격과는 달리 , 내용은 무거웠다. 주인공 예정은 발레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여자이다. 평범한 발레학원 강사의 일상인듯 전개되던 이야기는, 기억에서 과거를 들추어 내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성폭력을 당했던 두 번의 기억과 왕따. 오히려 그냥 덮고 사는게 편할 과거들이지만. 신발끈을 묶을 때나, 학원 아이들을 맞이할때 이 기억들은 조금씩 기어나와 예정을 괴롭힌다. 단편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억을 끄집어낸듯 했지만, 몇몇 기억을, 예정은 항상 되살려냈을 것 같다. 눈으로 본 기억이 아닌 몸의 기억들이기 때문에.
기억을 되살려도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정은 그냥 담담히 과거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발등을 바라본다. 처음 발레의 세계로 이끌었던 동그란 발등 고. 신체적으로는 타고났어도 춤을 추지 못해 절망했던 예정은 용기를 내어 춤을 춘다. 소설은, 발등을 길게 뻗어 늘리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끝난다. 어떠한 마무리도 없었지만 주인공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춤춘 장면이 남은 희망을 뜻한다고 믿고싶다.
짧은 중편소설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작가의 말은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라는 말을 보고. 그제서야 비로소 생생히 느껴졌던 묘사가, 피해자의 언어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감추고 싶었던 일을 풀어낸 작가의 용기에 고맙고, 바람대로 많은 이들의 내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