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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제멋대로 한다 - ‘할 수 있다’의 과학
이토 아사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2월
평점 :

제목부터 눈을 잡아 끄는 책. 몸은 제멋대로 한다. 뇌과학과 몸에 대한 이야기 인것 같기도 하고,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한 이 책은 사실은 과학과 몸과 뇌 세가지의 관계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주제는 기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현재 이공계에서 진행중인 연구의 성과를 참조하면서 '기술의 힘을 빌려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라는 경험에 주목한다.
이 책은 '기술과 신채의 관계' 라는 오래된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와 동시에 '할 수 있게 되다.'라는 매우 흔한 상황에 주목하여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기 위해 쓰여졌다.
우리가 아무리 의식적으로 '현실'과 '가상' 사이에 선을 그어 놓는다 해도 몸은 경계선을 쉽사리 넘나든다. 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자유분방하다. 몸의 자유분방함은 어떻때는 위험에 처하게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은 '속고 있다' 라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의식이 몸을 지배한다'라는 말은 처음부터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 실재로 우리의 의식은 자신의 몸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일을 습득할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피아니스트와 기술, 그리고 뇌의 관계를 말하는 챕터였는데, 기술이 피아니스트의 몸을 남김없이 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기술의 역할이라고 이 연구에 참여한 후루야씨는 말한다. 그 말은 몸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품고 있다. 피아노 연주든 무엇이든 지속 가능한 표현이란 개개인의 몸에 지닌 한계와 가능성 안에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술은 '내가 모르는 내 몸'을 일깨워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이야기는 야구와 기술과의 관계를 말해주는 챕터였는데, 야구를 하는 구와타씨와 실험을 함께 한 이야기였다. 그는 본인이 공을 던질 때 인간이라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흔들림을 의식하지 않는다. 당사자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자세를 조정하지 않는다. 전부 똑같은 감각으로 던진다. 그렇다고 구와타가 둔감한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음직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신기한 것은 손의 감각과 운동의 엇갈림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을 기술로 둔갑시키는 것이 기술자의 몫이다. 여기서 몸의 자유분방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의식을 추월하는 몸의 자유분방함은 몸의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몸의 자유분방함을 뇌로 제어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법과 윤리가 그것을 잡아줄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책은 조금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몸과 기술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흥미를 준다. 집중해서 읽어보면 아 이게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