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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
이길환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4월
평점 :

이길환 작가의 『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는 중년의 혼란과 회의, 번아웃과 자기 상실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철학적 나침반이다. 장자의 사상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단순히 고전을 해설하거나 사변적으로 풀어내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철학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안내서이며, 동시에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게 해주는 성찰의 창이기도 하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흔히 "인생의 반환점" 혹은 "고비"로 불린다. 젊음의 기세가 서서히 꺾이고, 사회적 역할은 무거워지며, 삶은 점점 단조롭고 피로해진다. 많은 이들이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깊은 자기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이길환 작가는 바로 이 시점을 ‘장자’라는 동양 고전을 통해 관통해 나간다. 장자의 이야기 속에는 시대를 초월한 통찰이 있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잠시 멀리서 삶을 바라보게 하는 여백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장자의 핵심 개념들은 독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예를 들어 '무위(無爲)'는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오해되지만, 작가는 이를 ‘억지로 하지 않음’으로 풀어낸다. 자연의 흐름에 맡기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 무리하게 성취를 좇지 않고 자기 호흡을 지키는 삶의 자세가 바로 무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중년의 삶에서 이런 태도는 의외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미 충분히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필요한 건 ‘더 열심히’가 아니라, ‘조금 내려놓기’일지도 모른다.
‘소요유(逍遙遊)’ 역시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장자는 물고기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을 빗대어 진정한 자유를 이야기했다. 작가는 이 개념을 오늘날의 삶에 적용하면서, 외부의 평가나 기준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자유’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직장에서의 성공, 가족 내 역할, 사회적 책임 등에 짓눌려 자신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소요유는 단순한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로 다가온다.
이길환 작가의 글은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다. 장자의 철학을 단순히 인용하거나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의 삶 속에서 체득한 깨달음을 통해 독자와 진심으로 소통한다. 그는 철학자가 아니라, 같은 고비를 지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편안하고, 때로는 묘한 위로를 건넨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나도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동시에 생긴다.
또한 이 책은 중년뿐 아니라, 삶에 지친 누구에게나 유용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청년에게는 미리 알아두면 좋을 삶의 내공을, 노년에게는 돌아보며 정리할 지혜를 건넨다. 장자의 말이 시대를 초월하듯, 이 책도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울림을 지닌다.
『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는 단순히 철학책도, 자조서도 아니다. 이 책은 독자 스스로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하는 쉼표이다. 치열한 경쟁과 소진의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나는 누구였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모든 걸 놓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이 책 한 권이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장자를 만나면서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간. 그 여정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분명히 가치 있는 여정이다.
*본 리뷰는 이길환작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