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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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현 작가의 '수상한 퇴근길'을 읽었다. 이 소설은 문체는 가볍게 느껴지는데 주제와 내용은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작가는 가족에 대한 소설에 강점을 가진 사람인데, 이번 소설에서도 그것이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은 고대리. 회사에서 짤린 가장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끌족에 보통 회사원. 하지만 회사에서 퇴사를 당하고 나서는 보통사람들안에 들어가 있던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닫게 된다.


'온통 대출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내가 사는 그 아파트에서 정말 내 몫이 있기나 한가? 신발장 바닥 한 칸? 아니, 화장실 변기 정도는 내 몫이려나? 아 그러고 보니 이자 빠져나갈 때가 된 것 같은데. 은행 선생님들은 내가 잘리든 말든 매몰차게 이자를 빼가시려나?'

본문 43페이지


고대리는 회사에서 잘리고 나서야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후회하게 된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을 위해 한 몸 바치는 것이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회사에서 내뱉어지고 보니 모두 의미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착하고 부지런한 아내, 귀엽고 구김살 없는 딸에게 자신이 백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에 또 고민을 한다.


희망퇴직으로 직장에서 잘리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검은 정장에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척을 한다. 그리고 갈곳없이 길거리를 헤매며 돌아다닌다. 야속하게도 구두 속 발가락은 답답하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집 대출 걱정에 한숨이 나온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도서관에 숨어 컵라면으로 한끼를 떼우기도 했다. 그러며 젊은 시절 자신의 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더라...?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며 서로 비밀이 생기다보니 부부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은 가족이다. 서로를 생각하고, 위해주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 바로 옆 사람의 이야기 같다. 또한 내 얘기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의 힘은 이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 있음직해서 슬퍼지는 그런.

이 책의 또 한가지 특징은 챕터가 많고, 한 챕터당 장수가 적어서 빨리빨리 읽을 수 있다. 속도감이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코끝이 찡해졌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 남편이, 우리의 아들들이 겪을 수 있는 마음 아픈 이야기. 하지만 가족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우리들. 따뜻하고 가족애가 한껏 느껴지는 책을 읽고 싶다면 강력추천 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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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펼침 (주책공사 5주년 기념판)
이성갑 지음 / 라곰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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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부산에 '주책공사'라고 하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요즘 동네책방, 독립서점 등이 유행처럼 생겨났다 사라지고 있지만 주책공사는 오랜 세월동안 운영되었고, 한권도 못팔고 그냥 문닫는 경우가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저자는 서점 운영에 진심이다. 나가는 손님들을 문앞에서 마중하고, 손님들과 삼십분씩 책 이야기를 나누는 그는 책에 관해서는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잇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어떠한 서점을 만들고 싶습니까?

혹자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저 책을 좋아해서 책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한 사람. 그 몫을 다하는 서점이라고요.

본문 42페이지


그가 처음부터 책을 팔거나 만드는 일에 종사했었던 것은 아니다. 신학대학을 나와 목회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피자헛에 취직을 하게 되고 5년간 일했다. 그 이후 차린 게 주책공사 책방이다.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서점 주인. 자신이 알던 것을 버리고 몰랐던 것을 찾아나간다는 사실이 대단하고 멋있다. 보통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하던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 수 있다면.

어딘가 머물 수 있다면.

어디에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썩 괜찮은 삶입니다. 그곳에는 힘과 쉼이 있으니까요.

본문 55페이지


주책공사는 연중무휴로 운영 된다. 원래는 일요일 하루 쉬는 날이 있었지만, 노인과의 일화(책에서 확인해 보세요.)도 있었고 어차피 일요일에 문을 닫아도 자신은 서점에 항상 출근 했기 때문에 연중 무휴로 운영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누구나 예의를 갖출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마주 할 때면 그들은 늘 일의 대상에 예의를 갖추었음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본문 64페이지


주책공사의 주인은 어떤 책을 팔 때 꼭 먼저 자신이 읽어보고 판다고 한다. 자신이 읽어본 후 팔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면서 간을 보지 않고 음식을 내어놓는 일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말이다.


서점을 운영한 지 5년 정도가 되자 이제는 단골손님도 생겼고, 재방문율이 좋아져 아는 얼굴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의 재산처럼 느껴진다는 그. 책과 책을 읽는 것, 그리고 그것을 파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진심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어떤 사람보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보통 프로 라고 부른다.


이 책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도 자신의 길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서점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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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그림동화 발도르프 그림책 14
그림 형제 지음, 한미경 엮음, 다니엘라 드레셔 그림 / 하늘퍼블리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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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그림동화는 신비한 일을 맞이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어릴 적 동화는 우리에게 동심을 심어주었지만, 어른이 되어 읽은 동화는 삶과 욕심, 의리 그리고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 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를 지켜 주시기를 밤마다 일어나서 기도하마. 너희가 겨울에는 불 옆에서 따뜻하기를! 여름이면 더위에 몸이 여위지 않기를!"

본문 89페이지

왕은 왕비에게 아무 죄가 없다는 말을 듣고 몹시 기뻐했고, 그들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자요. 나쁜 시어머니는 끓는 기름과 독사로 가득 찬 통에 들어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였답니다.

9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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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그림동화 발도르프 그림책 15
그림 형제 지음, 한미경 엮음, 다니엘라 드레셔 그림 / 하늘퍼블리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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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은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내가 읽기는 읽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동화책을 읽고, 나도 어릴 적 동화를 읽으며 자랐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여기에 실린 동화 중에서 기억하고 있는 동화가 많았는데 디테일한 부분은 기억이 안나지만 큼직한 사건은 기억 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읽어본 동화책은 어릴 적 읽어본 동화책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어릴 적 읽어본 동화책은 맑기만 했는데, 지금 읽어본 동화책은 삶의 어두운 부분까지 적어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림형제가 그냥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쓴 것이 아니라 이 동화를 읽었을 때 나이에 따라 다른 부분들을 느낄 수 있도록 써 놓은 것 같았다.


동물들의 그림동화는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엮여 있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은 고양이였다. 그림형제도 나처럼 고양이에 빠져 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단연 장화신은 고양이. 방앗간 주인의 세 아들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이 동화는 셋째 아들의 성공담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당연히 장화신은 고양이가 그의 성공을 이끌어 주었다. 첫번째, 두번째 형은 도움이 되는 동물을 물려받았지만, 아버지에게서 고양이를 물려받은 셋째는 상심에 빠진다. 고양이는 농사에 아무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말하는 고양이였고, 셋째아들에게 장화를 하나 사다달라고 말한다. 아들은 장화를 사다주었고, 그길로 왕에게 가 꿩고기를 바친다. 꿩고기를 바친 임금님은 감동을 해서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는데, 고양이는 기지를 발휘해 그 마을의 최고 부자인 마술사를 찾아가 그를 처치(?)하고 셋째 아들을 왕에게 어필 해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마법사님! 아주 작은 짐승, 그러니까 예를 들어 쥐로 변신할 수도 있으실까요? 그렇다면 정말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대단한 경지가 분명합니다. 정말 마법사님께선 어떤 마법사보다도 실력이 대단하지만, 아마 그것까지는 무리겠지요?

본문 26페이지


장화신은 고양이가 마술사를 쥐로 만들어 잡아먹기 위해 부리는 술수인데, 장화신은 고양이가 말을 참 예쁘게 해서 마술사가 꼬임에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예의있고 조심스레 이야기 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말을 예쁘게 해서 누군가가 내게 마음이 빼앗겨 도움을 준다면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동화의 주제는 말을 예쁘게 하자가 아니긴 하다.

이 책은 우리의 동심을 자극해서 옛날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한 번 읽어보면 다시 어린 시절로, 그것도 아주 어릴 때로 돌아가는 신비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와 채성모의 손에잡히는 독서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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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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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필 스터츠' 박사가 쓴 마음과 우리 내면에 관한 책이다.

처음에는 정신과 진료 규정집을 놓고 환자를 대했다면 나중에는 내담자를 모종의 유전적, 정신적 이상 징후의 집합체로 보지 않고 그저 한사람의 인간으로 보아주기를 시도했다.


그 후 내담자들은 자신의 길을 향해 갈 수 있었고, 필 스터츠도 우주의 거대한 순환과 진리를 통해 내담자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매일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세계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는 망상의 영역에나 있지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문 34페이지


우리가 우리의 결정이 모두 맞는 것이고, 그럼에도 틀린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우리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처럼 힘들어한다. 하지만 우주는 그렇게 멈춰있지 않다. 우주는 항상 바뀌기 때문에 상황도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 하게 되면 다소 불행할 수 있다.


자신이 옳다는 걸 포기하는 데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에고는 자부심에 중독되어 있거든요. 평가 하려는 그 순간 평가를 방해하세요.

본문 38페이지


우리는 세상이나 사람에 대해 쉽게 평가한다. 평가를 놓아버리면 우리 정신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열리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마음을 더 활적열어 그 안으로 밀려드는 즐거움을 느껴본다. 마음을 열어두고 살아갈 때 인생은 한결 나아진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에서 태도를 분명히 하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자신에게 겨누어지기 마련인 증오와 오해를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지요.

본문 54페이지


사람들은 자신에게 씌워진 증오와 오해를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면 고통은 더 심해진다. 그 대신 고통에서 더 높은 차원의 의미를 찾고, 증오와 오해를 우리의 진정한 개인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남들에게서 독립적인 자아를 발견해야만 우리는 진실로 어른이 된다.


생각함으로써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위안 하지만, 그 위안은 거짓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의 모든 면모를 파악하고 분석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입니다. 그런 일은 움직이지 않는 세계에서만 가능할 테니까요.

본문 76페이지


모든 걸 알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망상에는 강렬한 매력이 있다. 만일 고정된 세계에 살고 있어서 세계를 완전히 알 수 있다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합당할 것이다. 그러면 참 좋겠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원히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은 오히려 나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좋든 나쁘든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훌륭한 결정을 내려서 그 다음부터는 불확실성에서 면제되고 무언가를 다시 결정할 일도 없어지리라는 믿음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구절에 밑줄을 그었다. 이 책은 내가 항상 함정에 빠져 있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하는 생각에는 오류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내면이 흐트러지고 인생이 힘든 것이라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고, 2회독 3회독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책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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