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의 종류는 일단 '선물' 이 있는데, 누군가에게서 물건을 건네받는 순간, 그 물건은 더이상 물건이나 상품이 아니게 된다. 선물에는 물건으로서의 가치, 즉 상품 가치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있다고 무의식중에 느낀다. 선물에는 상품가치, 시장 가치에 담기지 않는 '잉여'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잉여가 그저 상품이었던 선물(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산 손목시계 따위) 에 유일무이한 성질,다르게 말하면 고유성을 부여한다.
증여의 특징은 또 있다. 바로 선물을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 즉 발송인이 되는 게 때로 더 기쁨을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연애중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무언가를 선물하려 하는데, 상대가 선물을 거부하는 비극이 벌어질 때가 있다. 증여의 수취거부 바로 관계의 거부다. 왜 증여가 관계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증여에는 반드시 답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감사는 감사를 불러 일으키고 그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불러 일으킨다. 증여를 받아 주었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와 무언가 관계를 맺는 것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부모의 사랑도 증여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부모는 사랑이라는 형태로 아이에게 사랑을 증여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일방적인 증여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적인 사랑'이 아니다.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사랑의 부채의식이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이 된다. 즉 '부채의식'이 시동을 걸어 증여는 차례차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