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30. 읽기 시작
좀비 아포칼립스 소재로 좋아하는 작품은 웹툰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와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다. 이 소설에서도 언급되었듯, 좀비 아포칼립스가 다른 재난보다 끔찍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으나 죽지 않은 상태가 되는 비극‘ 때문인 것 같다.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마땅히 죽여야 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마땅한 것이 마땅하지 않게 된다.
1부를 읽으며...너무 슬펐던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깐 재밌었던 장면을 떠올려본다.
좀비가 되어도 비염은 낫지 않는구나...
1부 현재의 서사가 궁금해서 주인공의 과거 서사가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2026. 1. 31.
2부의 시작은 1부의 시작보다 난해하게 느껴졌었는데, 다 읽고 나니 2부도 좋다...이야기 초반에 소중한 사람이 해준 말이 이야기 끝에서 힘을 발휘하는 순간. 그 순간에 느끼는 울림이 너무 좋다. 나는 그런 것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
세상에 종말이 찾아왔을 때, 이전의 세상에서도 소외받았던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영화 <버드박스>의 결말을 떠올려보며,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그려보게된다.
‘살아있다는 것‘의 힘을 느꼈던 2부였다. 살아있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기억한다는 것...좀비 아포칼립스에서 기억이라는 건 무엇일까. 1부도 그랬지만, 2부는 기억과 사랑이 더 크게 느껴졌다. 2부의 사랑은 고요한 세상을 울리는 총성 같다.
2026. 2. 1. 완독
3부는 세 개의 이야기 중 가장 로맨틱했다. 인간이 떠난 지구에 남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장면이 나올 때는 <천공의 섬 라퓨타>의 엔딩 장면이 떠올랐다. 라퓨타는 사람은 태우지 않았으나, 작은 동물들과 큰 동물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로봇은 태우고 하늘로 끝없이 올라갔었지. 2부의 카카포와 3부의 올리브각시바다거북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3부 역시 슬펐으나, 1부와 2부와 같이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였고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외로움과 절망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멸망했을 때 희망은 희미하더라도 더욱 반짝인다.
작가의 말의 끝까지 읽고, 작가님의 유쾌하고 가녀린 좀비의 이야기도 기다리게 된다.

책임감은 공포에서 온다. 살아가며 느낀 공포가 책임감을 키운다. - P193
"태어난 게 벌이 될 수는 없어. 살아 있는 게 죄인 사람은 없어. 오해하지 마. 가끔 벌처럼 느껴질 땐, 등을 봐. 그 사람의 노윤이의. 한참 동안 바라보면 햇살에 반짝이는 털들이 보여. 특히 뒷덜미에 숨을 쉴 때마다 그것들이 움직여. 광대에도 털이 나있어. 반짝여. 어깨가 미세하게 위로, 아래로, 또 위로, 다시 아래로… 숨을 쉴 때마다 바뀌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어서더 편하고 때로는 슬퍼. 얇은 옷에 앙상하게 튀어나온 척추가 보여. 오돌토돌, 가녀리지만 단단함이 느껴져. 뼈로 이루어진 몸. 당장 죽을 것 같고, 가끔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몸에도 이토록 단단한 뼈가 있구나. 무너지지 않겠구나. 나약하지 않구나.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걸 마음에서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는데 미리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다는 것만 생각해야지." - P195
낭만적인 멸망을 맞이하자. 지구를 독차지한 기념으로.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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