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작가님의 책을 다섯권째 읽게 됐다니.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렇게 됐다.한창 <이끼숲>을 읽으며 슬퍼하다가 신간 소식을 접했다. 제목을 보자마자 반가웠다. 나도 디지몬 세대였기 때문이다. 작가님과 같은 작품에 대한 기억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디지몬이 SF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나도 SF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거였구나.어릴 적 내게 포켓몬 동료가 있기를 바랐고, 파트너 디지몬이 있기를 바랐다. 특히 디지몬은 언어로 대화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만나기를 기다려왔다는 파트너 디지몬. 오직 나를 지키려고 싸우는 파트너 디지몬.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잊고있었던 디지몬 어드벤처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디지몬 어드벤처 정주행이었다. 어릴 때 처음 봤던 짜릿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디지몬 세계가 좋았다. 나는 파워 디지몬과 디지몬 테이머즈도 좋아했다. 어떤 이야기든 아이들이 디지몬과 함께 세계를 지켜낸다는 게 좋았다. 파워 디지몬이었나? 전 세계 선택받은 아이들이 힘을 모아 세계 지키는 장면이 아직 강렬하게 남아있다.작가님이 사람들을 잘 울렸을까? 궁금해하셨는데, 일단 나는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면서 울었다...(<이끼숲>도 울었다...)음악극도 꼭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보고싶다(보지못해서 너무 아쉬웠다)나는 여전히 애니메이션 작품을 좋아한다. 소설도, 만화도, 영화도 좋아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도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하며 살 것이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작은 것들은 강해, 그 어느 것보다." - P203
끝까지 읽고 5장을 생각하니 더없이 씁쓸했다.도시로 사람이 모여들고 지방은 점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실감난다. 역시 일본도 비슷하구나.사회파 미스테리라고 해서 분위기가 무거우려나 싶었는데생각보다 가볍고 우스운 분위기가 있었다.호노부의 일상 미스테리는 역시 재밌다.눈 덮인 일본 작은 마을의 잔상이 남았다.비극이자 희극인 이야기.
"천 년도 넘게 살아오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리 시시해 보여도, 의미가 없는 순간은 없습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반드시 강해집니다." - P290
처음 책에서 늑대를 만난 건 어릴 적 읽었던 <시튼 동물기>였다. 늑대 로보의 이야기를 읽고 늑대를 더 좋아하게 됐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숙제로 읽었던 <울지 않는 늑대>를 너무 재밌게 읽었다. 한국에도 늑대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샀던 책, 몇 년이 지난 지금에야 펼쳐서 다 읽었다.처음부터 늑대를 찾아서 자세히 관찰하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늑대를 찾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의사소통이 어긋나서 늑대굴을 찾아놓고도 촬영할 수 없게되기도 하고, 흔적을 찾아 헤매도 늑대를 구경도 못해보기도 하고, 설상가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늑대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 세세했다. 그러던 중에 목격한 새와 동물들의 이름이 반가웠다. 어쩌다보니 떠안게된 새끼 늑대 두 마리의 이야기도 재밌으면서도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다. 특히 먹을 것을 매번 구해야 할 때...다큐멘터리는 정말 긴 고생 속에서 건진 영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책에서도 다큐멘터리의 환상을 보고 늑대를 찾아 떠났던 이야기가 나왔다. 꿈꾸던 풍경이 눈앞에 나타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도. 늑대를 현실로 마주한 느낌이었다. <울지 않는 늑대>를 읽었을 때의 나도 늑대를 환상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현실로 존재하는 늑대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진다. 한국에서 늑대를 보존하려던 시도도 그 과정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일찍 떠난 늑대들이 안타깝다. 인간이 또 실수를 딛고 나아가기를.
그렇게도 늑대와 여우를 보려고 애썼지만, 어떻게든 녀석들의 사진을 찍으려고 발버둥을 첬지만, 그 사진들이 다 무슨 의미일까. 사진 속의 동물들은, 사진이 담고 있는 것들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아무 생명이 없다. 그것들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내가 녀석들을 찾아 헤매는 그 시간 속에, 그 체험 속에 녹아 있다. - P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