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혼자인 적 없어 열린어린이 동시집 16
이근정 지음, 우민혜 그림 / 열린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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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을 읽으면서 웃고, 놀라고, 기특하고 다양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발랄하고 재치에 깊은 서정까지 책장을 덮고 나니 참 좋았다.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다시 동시집을 읽고 싶어졌다.

 

나는 햇살 고양이- 마치 낭만 고양이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첫 작품이다.

따끈한 햇살 아래/기지개를 쭉 폈어/유난히 잠이 오더라니/내가 고양이가 되었지 뭐야/나는 빙글 돌아/높은 책상 따위/ 가볍게 뛰어내리지/나른한 휘파람/리듬을 아는 꼬릿짓/지루한 울타리쯤/콧방귀 ‘흥!’ 한 방에 넘는/햇살 고양이에겐/매일이 기분 좋은 날이야

수업 시간에 졸다가 햇살 고양이가 되어 리듬을 타며 자유롭게 넘나드는 순간이 포착되는 기분 좋은 동시다.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환한 동시이며, 희망차다.

매일 기분이 좋아진다는 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따라오는 긍정적인 동시다.

 

 

'하울링'- 아들 키우는 엄마의 현장 특파원 같은 문체라서 다시 웃음이 터졌다.

'팽이 집안의 반대' - 팽이버섯에 얽힌 한 편의 전래동화 같은 동시가 있고,

'난 혼자인 적 없어'- 혼자 있고 싶어 나간 공원에서 뜻밖에 발견하는 이웃들의 훼방에 안심되는 덜 외로움이 있다.

발랄 *재치를 넘어선 당돌하기까지 한

'잔머리'-를 읽는데 멘탈 강한 학생들이 떠올랐다.

뭐든 자신 있는 아이들, 고민쯤이야 뭐 어때? 고민하지 않는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월의 햇살처럼 밝고 화사한 아이들, 명랑운동회 주인공 같은 아이들 -

‘어떠냐 오늘도 멋진 내 더듬이가’

잔머리의 새로운 진화다. 좀 소심하고 우울한 성정의 아이들에게 기분 업 시키는 활기찬 동시다.

'졸음'은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르다 앞에 앉은 연우 뒤통수에 찰싹 붙기도 하고,

'우산 없는 날' 비한테 지르는 와아악도 시원하다.

'층간 소음'의 해법이 되어버린 토끼 슬리퍼- 푹신한 토끼를 신고 깡충깡충 뛰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

'조각구름'이 들어 올린 한 장의 휴지가 땅이 하늘에게 전하는 편지라는 따스한 은유,

걱정인형처럼 '걱정 순무' 심어 놓고 희망을 키우는 다독임,

잘 몰랐던 시인을 알아가는 한 문장들이 겹겹이 쌓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시가 잊고 있었던 오감을 이끌어가는

읽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신선한

이근정 시인의 <난 혼자인 적 없어>

펜데믹이 끝나면, 여럿이 어울려 낭송하고 싶은 동시집이다.

첫사랑이기도 한 <난 혼자인 적 없어>가 세상의 어린이, 어른 독자들 곁으로 햇살 고양이가 되어

찾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잔머리
잔머리 굴리지 말라길래
일부러 더 더
말끔하게 묶은 머리 위로
뿅~~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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