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이재무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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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있었다 #이재무 #시집 #열림원 #사랑 #첫사랑 #베아트리체 #서평 #서평단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어떤 사람은 시를 왜 읽느냐고 반문한다. 그렇게 짧은 글을 읽을 바에야 긴 소설을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아니면 전문서적을 읽으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마디 말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삶을 바꾸기도 한다. 또 노래와 같은 시의 운율이 사람을 춤추게 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특히 가을에 읽는 시는 참 매력이 있다. 시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감정에 푹 빠지게 되는데 그 느낌이 서늘해지는 가을을 닮았다.

 

시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의 시의 대부분이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무척이나 섬세하면서도 여려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사랑을 잘 느끼지만 또 쉽게 상처받는다. 그렇지만 사랑을 끊을 수 없다. 그 아픔마저도 매력이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 시집은 총 4부에 걸쳐 진행된다. 1부와 2부는 뭔가 처절한 사랑이 느껴진다. 사랑의 아픔에 대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사랑에 고통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찢어지는 듯한 마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느꼈던 그 감정이 떠올랐다. 그 감정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어떨 때는 일부러 그 안에 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3부가 특히 좋았다. 뭔가 백석의 시 같기도 한 게 향토적이고 목가적인 정서가 느껴졌다. 유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가 많은데 시인은 아마 시골에 살았던 것 같다. 나도 아주 어렸을 때 농촌에 있는 외가댁에서 살았다. 그래서 어렴풋이 그때가 생각난다. 이러한 시를 읽을 때면 그때의 정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고 유년 시절의 풋풋한 사랑의 설렘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그때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이 생각났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시어를 잘 가져온다. 시인은 주변을 잘 관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하나하나 철저하게 계산해서 시를 구성한다.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느껴진다. 시는 오래된 장과 같다. 묵으면 묵을수록 더 맛이 있다. 하루 만에 시 한 편을 쓸 수도 있지만 몇 날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시집을 읽을 때도 제대로 읽으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시인의 기억과 감정 속에 들어가 공감하고 대화하는 동시에 나의 기억도 더듬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다들 너무나 바쁘다. 그래서 사랑의 감정을 잊고 산다. 당연히 어린 시절 풋사랑도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많다. 삼포 세대도 이미 옛날 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뭔가 스펙을 더 쌓아야 할 것 같고 바쁘게 살아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럴수록 이러한 시집을 읽었으면 한다.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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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트래블러 -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
W. J. T. 미첼 지음, 김유경 옮김 / 에디스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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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최근에 뉴스에서 종종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서 조현병 환자를 만날 일도 잘 없는 것 같다. 아니...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그 사실을 밝히기는 꺼릴 것 같다. 그만큼 정신질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는 시선이 부정적인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정신질환을 병으로 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고 겉으로 멀쩡해 보이면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그러한 편견에 쌓여있다.

 

그런데 이 책은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고 이후 18년간 앓은 아들과 함께 보낸 아버지가 쓴 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문학과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글을 통해 조현병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었다. 또 조현병에 걸린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무엇보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아마 책에 표현된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떠난 이를 가장 적절하게 추모하는 방법이 이 책을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가브리엘을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불쌍한 남자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아니면 기사 한 줄로 지나가는 사건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브리엘을 만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현병과 맞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어떤 꿈을 꿨고 어떤 영화를 준비했는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다. 가브리엘은 어쩌면 아주 뛰어난 영화감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아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꼈다. 글 곳곳에 그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참 슬프면서도 좋았다.

 

사실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잘 모른다. 조현병은커녕 우울증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정신질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눈에 보이는 상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훨씬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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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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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사이보그가되기로했다 #피터스콧모건 #김영사 #가제본서평단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는 것은 SF 영화에선 볼 법한 이야기였다영화에서는 뭔가 멋진 일로 묘사되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여러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인간의 몸을 사이보그로 개조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것은 아닐까우리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아닐까우리는 이러한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에 또 다른 소리도 들릴 것이다루게릭병과 같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그저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내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발버둥치지 않을까이 책의 저자는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존의 편견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저자는 동성애자다최근 월드컵에서 동성애와 인종차별 반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완장을 대표팀 주장이 차는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우리나라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이 책을 읽는 독자도 깜짝 놀랄 수 있다동성끼리 서로를 사랑한다는 표현 자제가 낯선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저자는 여러 편견에 맞섰고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어려움에 맞닥뜨렸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그러하기에 루게릭병에 걸려 몸이 굳어가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도전은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연상시킨다그렇다거대한 장벽에 맞서는 인간의 도전은 숭고하다그가 자신의 연인 프랜시스에게 자신을 사이보그화하며 일어날 일들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얼마 전 그는 사망했다이 책은 결국 그의 유작이 되었다자신을 사이보그화해서 병에 저항하고자 했던 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이 생각만은 동일할 것 같다죽음을 무기력하게 기다리지 않고 저항하고자 했던 인간의 삶은 아름답다는 것.

 

자신의 가치관과 종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책이다그렇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볼 것을 권한다그리고 비판이든 이해든 해보기를 원한다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들을 순 있어야 하지 않을까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세계와 그들이 받는 차별그리고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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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과학 - 세상을 바꾼 발견과 혁신의 순간들
톰 잭슨 지음, 김주희 옮김 / BOOKERS(북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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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영역이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관련 책도 거의 읽지 않았기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도래하고 다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문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읽기 시작하면서 과학 서적도 접하게 되었다. 주제나 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어렵기는 했지만 흥미를 느꼈다. 사실 마블 영화를 통해 과학 용어를 접하면서 조금은 더 친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서 접하자마자 바로 서평단에 지원했다.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말 기뻤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과학 초보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과학 백과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 실험, 이론, 연구 방법과 장비라는 총 4개의 주제 안에 총 146개의 키워드로 다뤄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나 키워드를 찾아 읽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학교 다닐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염색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109쪽을 읽으면 된다. 또 이 책은 한 키워드를 읽을 때 책 하단에 관련 키워드와 쪽 수를 명시하고 있어서 바로 찾아 읽어 볼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책을 이쪽저쪽 넘기며 읽는 재미가 있다.

 

어린 시절에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을 구입했었다. 그 책이 워낙 방대해서 감히 다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 책을 넘길 때의 질감과 냄새, 소리가 참 좋았다. 난 도서관의 책 냄새를 참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의 질감이 브리테니커 백과사전과 유사해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과학을 전문적으로 깊이 공부한 사람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과학에 관심은 있으나 거리감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똑똑해진 느낌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과학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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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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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함께 밀려온다. 나에게도 한민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듣고 봐왔던 많은 미디어의 영향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일까?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일본은 흔히 악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의롭다고 여겨진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에 딱히 반론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침략자는 침략당한 자의 슬픔과 고통을 알 수 없으니 우리가 복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고 했으나 정보가 잘못되어 관련 고위 관료를 살해한다. 그러면서 그는 극심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침략자라고 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 일일까? 특히 그 대상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살해했지만 이것이 보통의 살인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을 이 책은 던지고 있다. 그래서 새롭다.

 

1800년 후반기와 1900년 전반기, 그 시절은 정말 미친 시대였던 것 같다. 인류는 이전 어느 시대보다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각 나라는 각자 정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피와 살육의 시대였다. 그 결과는 세계 1, 2차 대전으로 이어진다. 인류가 치룬 대가는 참으로 컸다. 그러나 인류는 온전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오늘날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곳곳의 테러와 내전 등에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당시 독립을 이끌었던 많은 분들이 얼마나 고뇌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그들은 살인에 미친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살인의 현장으로 이끈 그 시절의 역사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준다. 오늘날에도 논쟁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나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하기를 즐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딱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참 어렵지만 고민해야만 한다.

 

이 책은 희곡이다. 인물 간의 대사가 있기에 더 실감 나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책을 읽음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어머니의 대화, 또 주인공이 죽인 사람의 아내와의 대화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주인공 정의태의 독백을 통해 표현되는 그의 심리 묘사가 참 멋지다. 부록을 제외한 본문은 160쪽 남짓한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분량이지만 이 책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2022년도 거의 끝나간다. 멋진 희곡 한편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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