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될수록 더 좋아지는 것들 -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권은순의 집 이야기
권은순 지음 / BOOKERS(북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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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잘 꾸미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가 디자인이 예뻐서일 수도 있고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라서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버리지 않은 물건들이 있고 그 물건에는 나만의 추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집을 잘 꾸미시는데 역시 오래된 물건들이 꽤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이제는 없으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물건이 있다. 저자가 아끼는 물건과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 절로 내가 아끼던 물건과 공간을 추억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신 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물건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전문가라서 그런지 감각이 요즘 젊은 사람들을 뛰어넘는다. 80년대에 이미 새롭고 실용적인 물건들을 구해서 사용하고 집도 꾸몄다. 소개되는 물건들을 보면 당장 구입하고 싶은 것들이 꽤 많다. 실용적일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참 예쁘다. 이 책은 사진이 참 많은데 그래서 내용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소개된 물건들 하나하나 참 잘 찍었고 물건과 함께 배경도 잘 어우러져 있어서 저자의 뛰어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사진과 글이 참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들도 많다. 저자가 뉴욕 생활을 하며 구입한 물건들에 담긴 추억이나 스피커나 등산화에 얽힌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좋은 물건은 친구들이 보고 탐낼 때 선물로 주기 위해 여분으로 구입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저자의 사려 깊은 마음 씀씀이를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깨달았다. 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내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의 작은 것 하나에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일상의 공간을 더 멋지게 꾸미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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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클래식 - 사람과 사람 사이, 변하지 않는 것들
이주형 지음 / 파지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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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관계로 인해 기쁘고 또 슬프다. 조금은 진부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참 맞는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두고 고민하고 상담받고 책도 읽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인다고 해도 여전히 어려운 것이 관계다. 어릴 때나 나이를 먹어서도 그 나름, 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즉 죽을 때까지 인간관계는 우리의 고민거리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전달한다. 우선 저자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마치 좋은 인생 선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저자는 실제 회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어왔다. 그때 경험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을 자신의 언어로 천천히 들려준다. 그의 통찰을 읽으며 깨닫는 것도 있고 공감 가는 바도 있다.

우리도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잘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그러한 생각들을 잘 정리하여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래서 참 좋다.

 

그리고 이 책은 요즘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SNS의 발달로 인해 관계에 대한 고민도 이전과 달려졌다. 급변하는 시대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저자가 이름을 외우지 못할 때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유심히 살펴본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도 내 이메일 아이디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본다면 그 사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또 요즘 많이 등장하는 꼰대라는 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정, 직장 등에서 하는 고민을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된다.

 

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며 배운 것도 많고 반성이 되는 것도 많다.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요인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나 자신이 잘못한 부분도 많다. 늘 마음에 관계에 대한 짐을 안고 있다. 풀어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바쁜 일상에 시간만 흘려보내기 일쑤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책을 읽고 배운 것들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늦지 않았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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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6 - 터무니없는 거짓말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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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만 마시면 남자들은 허풍이 세진다. 특히 한국 남자들의 경우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과장할 때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안에도 나름 철학이 있고 해학이 있고 계급 사회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억지일까? ㅋㅋㅋㅋㅋ 이 책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렸을 때 누구나 만났을 법한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들의 허풍 섞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북유럽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다고?’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들이다. 책의 부제처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무척이나 유쾌하다. 읽다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가도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북유럽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북유럽은 우리에게 무척 생소한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체험할 수 있다. 새롭고 낯선 것은 흥미를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흥미롭다.

 

우리의 삶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가 없는 삶은 무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풍성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덩달아 내 삶도 풍성해질 것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해 주시던 내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현대인들의 삶이 지루한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22년도 어느덧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한해에 만족하는 것도 아쉬운 것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웃을 일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웃기는커녕 힘듦만이 가득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설령 춥고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남은 기간에는 웃을 일만 가득했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 한바탕 웃을 수 있으시기를! 이 책... 정말 재미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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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아픔이 되지 않도록 - 심리상담이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조한새 지음 / 채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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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꽤 높다고 하니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 같다. 이것을 단지 요즘 사람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아픈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서점 곳곳에서 마음의 치료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책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위로의 말이 난무하지만 정말 위로를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미지수다. 수많은 위로의 말 속에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전문적인 글은 아니다.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심리학을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저자가 실제로 우울증을 앓아 왔기에 자신의 경험이 잘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 잘될 거야라는 말만 반복하지 않는다. 쉽지만 전문적인 글이라 수많은 유사 심리상담 서적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심리적인 아픔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의 아픔이 어디서 유발되었는지 잘 살필 수 있다. 그리고 저자의 글이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고 분명하다. 장황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또 심리학에 관심은 많지만 접근하기 어려웠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교두보가 되어 준다. 길지 않지만 알찬 심리학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각 이야기 뒤에 쉬어가는 위로로 시처럼 적은 글이 참 좋다. 어떤 사람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릴 때가 있다. 이 글이 마치 그러하다.

-나도 괜찮지 않은데 어떻게 당신에게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말 함부로 하겠어요. 다만 우리 괜찮아지려고 함께 노력해봐요-

이러한 말들이 불쑥 들어올 때 울컥하기도 한다. 저자가 우울증을 앓으며 많이 고민하였기에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늘한 가을, 자칫 쓸쓸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이러한 때 자신을 돌아보기 좋다. 이 책을 통해 저자와 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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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티샤 콜롱바니 저자, 임미경 역자 / 밝은세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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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차별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사소한 것이라도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때 불만을 가지게 된다.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지만 조금씩은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인도에서 불가촉민으로 태어난다면 어떨까? 한 가지 더 보태서 불가촉민에 여성으로 태어난다면 어떨까?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고 신분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것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 책은 한 프랑스 여성이 인도에 왔다가 불가촉민으로 태어나 자란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여성은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어 큰 상실감에 빠져있다. 남편이 인도에 한번 가보자고 했었기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도의 어느 한 지역에 왔다. 거기서 수영하다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글자를 쓸 줄 모르는 아이를 가르치다가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차별에 찌든 그 지역 아이들의 부모를 설득하며 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종종 보게 된다. 그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책은 독자를 그 사건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그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이 잘 묘사된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그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사랑은 있고 성장은 있다. 아픔이 아픔을 만나 서로를 보듬어 준다. 고통 가운데에서도 좌절하여 쓰러지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자면 읽는 이에게도 힘이 생긴다. 사실 한국 사회를 살면서 불만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나름 높은 학력을 갖추었지만 시원찮은 돈벌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혼자라는 외로움 등 부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이유가 분명히 나에게 있었다. 하지만 불만은 불만을 낳고 심하면 나 자신을 좀 먹는다. 물론 저항해야 할 때 저항해야겠지만 그것에 함몰되어 허우적거려서는 안 된다.

 

이 책은 희망의 이야기다. 그리고 약자들의 연대 이야기다. 커다란 보상이 없다고 해도 이들은 연대하며 서로를 안아준다. 그 과정 가운데 어려움도 있다. 강제 결혼으로 인해 죽은 친구와 돈을 받고 여자아이를 팔아넘기는 이기적인 친척이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인도 사회의 거대한 편견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걸음씩 나아간다.

 

나는 이 책이 단지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전 이란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시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에 대한 반발이 많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곳곳에 상대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오늘도 서로 연대하며 사회의 거대한 편견에 맞설 것이다. 이 이야기의 후속편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작가가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써 주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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