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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티샤 콜롱바니 저자, 임미경 역자 / 밝은세상 / 2022년 10월
평점 :
사람은 차별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사소한 것이라도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때 불만을 가지게 된다.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지만 조금씩은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인도에서 불가촉민으로 태어난다면 어떨까? 한 가지 더 보태서 불가촉민에 여성으로 태어난다면 어떨까?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고 신분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것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 책은 한 프랑스 여성이 인도에 왔다가 불가촉민으로 태어나 자란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여성은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어 큰 상실감에 빠져있다. 남편이 인도에 한번 가보자고 했었기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도의 어느 한 지역에 왔다. 거기서 수영하다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글자를 쓸 줄 모르는 아이를 가르치다가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차별에 찌든 그 지역 아이들의 부모를 설득하며 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종종 보게 된다. 그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책은 독자를 그 사건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그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이 잘 묘사된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그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사랑은 있고 성장은 있다. 아픔이 아픔을 만나 서로를 보듬어 준다. 고통 가운데에서도 좌절하여 쓰러지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자면 읽는 이에게도 힘이 생긴다. 사실 한국 사회를 살면서 불만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나름 높은 학력을 갖추었지만 시원찮은 돈벌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혼자라는 외로움 등 부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이유가 분명히 나에게 있었다. 하지만 불만은 불만을 낳고 심하면 나 자신을 좀 먹는다. 물론 저항해야 할 때 저항해야겠지만 그것에 함몰되어 허우적거려서는 안 된다.
이 책은 희망의 이야기다. 그리고 약자들의 연대 이야기다. 커다란 보상이 없다고 해도 이들은 연대하며 서로를 안아준다. 그 과정 가운데 어려움도 있다. 강제 결혼으로 인해 죽은 친구와 돈을 받고 여자아이를 팔아넘기는 이기적인 친척이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인도 사회의 거대한 편견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걸음씩 나아간다.
나는 이 책이 단지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전 이란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시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에 대한 반발이 많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곳곳에 상대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오늘도 서로 연대하며 사회의 거대한 편견에 맞설 것이다. 이 이야기의 후속편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작가가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써 주기를 소원한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