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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개져버린
아하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에 뽑혔구요~ 출판사에서 책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고, 솔직하게 느낀 바를 적습니다>
[ 빨개져버린 : 안대를 쓴 내가 좀 멋있었기 때문에 , 아하, 아름드리미디어]
이 책을 (6학년 언니가 있는) 4학년 여자아이를 함께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한참을 가만 있다가
"사춘기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 언니도 사춘기인 것 같아요. 책에 나오는 주인공 비슷하게 행동하거든요"
아직은 사춘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나보다.
치부에 대한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아하 작가님의 첫 작품인 [빨개져버린]
내 인생에 중학교 시절만큼 재밌었던 적이 없었고,
친구가 많았던 적도 없었기에
한 때, 중학교 시절이 영원했으면 싶기도 했다.
나름 학교의 핵인싸 중의 인싸였던 시절 ㅎㅎ
근데, 주인공 '나'는 그런 나랑 정반대의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다.
친한 친구는 한 명인데, 그마저도 다른 반이다.
자기 반에 가면 말 붙여주는 이 하나 없는...있는 둥 마는 둥한 존재.
그런 '나'의 눈 혈관이 터지는 일이 벌여졌다.
빨개져버린 눈...시간이 지날 수록 더 번지다가 서서히 나아질 거란다.
불편하면 하라시던 '안대'를 썼을 뿐인데..
'나'는 뭔가 특별해진 듯한 기분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내 경우,
중학교 입학 때만 해도, 전교에서 제일 작던 아이였다가
겨울방학 한 달 만에 20cm 넘게 자라면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갑자기 커버린 아이로 전교생 뿐아니라, 선생님들이 구경을 오실 정도였다.
그 뒤로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갑자기 성장하던 시절, 없던 덧니도 생겼었는데,
그냥 빼면 될 줄 알았던 덧니가 알고보니 송곳니 영구치여서 절대 빼면 안된다는 거다.
그리고, 중2인 내 이 중에 유치가 너무 많이 남아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결국 치아 교정이라는 걸 하게 되었는데...
그 시절 교정은 부잣집 아이들의 전유물 같은 거였다.
그 불편한 교정기를 착용하면서도
친구들이 '제네 집 부자인가보다~' 하는 오해를 받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래서 오해하도록 모른척했었다.
(당연히 우리 집은 절~~~대 부자 아니었다ㅜㅜ)
첨엔 교정기한 내 모습이 좀 멋져보였다. ㅍㅎㅎㅎ
분명 그랬다.
교정한 이가 많이 없던 시절이라, 아이들은 내 교정한 모습을 신기해 했다.
주인공에게처럼 질문도 많이 하고.
"교정하면 어때? 많이 아파?"
"돈 많이 든다던데?"
"이제 껌 못 씹겠다." 등등
주인공의 심정도 그런 거 아니였을까
다 나아서 안대를 안해도 된 때에도 안대를 벗지 못할 정도로
관심받는 게 좋은...
있는 둥 없는 둥 있던 삶이 그다지 좋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친한 친구의 물음에도 아직 덜 나았다고 거짓말을 했던 거겠지.
그러나 주인공 '나'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주인공의 비밀이 들통나던 순간,
'나'는 서럽게 울어버린다.
'나'가 운 이유가 너무나 공감가서...짠한 마음으로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교실 안 '나'는
아쉬움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꼈단다.
아쉬움은 그렇다치고,
자유로움이라~
'나'가 남은 기간 좀더 재밌는 중학교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50을 넘어 살아보니,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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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엄마'인 것 같다.
첫 장 엄마의 빨간 굽 낮은 구두가 보인다.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는 제발 큰 일이 아니길 바랬을거다.
경차를 몰고, 병원에 간 엄마는
다행히 시력에 문제없다는 소리에 안도한다.
딸이 별 일 아니어서도 그렇고, 큰 돈 드는 일이 아니어서도 그랬을거다.
엄마가 되어보니,
덧니 빼려 갔다 비싼 교정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울 엄마 심정은 어땠을까?
그 돈은 어디서 구하지 싶진 않았을까?
하루 하루 살기 힘든 때에 목돈이 드는 일이 불쑥 삶에 끼어드는 건
몹시 힘겨운 일이었을 테니.
이 책에서 엄마는 앞 모습이든, 옆모습이든 흐릿한 얼굴을 하고 있다.
눈,코,입도 없다.
'나'에게 별로 관심 없어 보이는 아빠도 언니도 엄마 보다는 또렷한 데 말이다.
마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인공을 닮았다.
엄마의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이 아닌 가 싶다.
빨간 구두를 신고,
빨간 주방 장갑을 낀 엄마 vs 혈관이 터져버린 빨개져 버린 '나'.
(무관심) (관심)
엄마는 가족 중에 유일하게 '나'와 병원에 함께 가주고,
학교에서 일이 생겼을 때도 엄마가 와주며,
'나'가 학교에서 친구에게 맞은 일로 가족 중 엄마만 속상해 한다.
'나'도 '나'의 엄마도
안대 같은 게 아니어도 관심 받고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힘 날 일 별로 없는 하루 하루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