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여행 웅진 당신의 그림책 4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외 지음, 이경혜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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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포럼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마음다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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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원제는 진주인데, 한글 번역본은 진주의 여행이라고 좀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네요.

글없는 그림책이어서 그랬나봅니다.

원서에서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한글 번역본 표지는 가공처리가 호~ 멋집니다.

반짝이는 진주가 '어서~ 날 펼쳐 읽어주세요~' 하고 유혹하거든요~


책 뒤편에 나와 있는 작가 소개를 보면,

미술 공부하다 만난 친구 사이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계시다네요.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작품을 계속해서 내고 계신다 하고.


글없는 이 책을 보면서, 저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우선, 진주의 위치가 끊임없이 변해요. 


진주 중에 가장 높이 평가된다는 천연진주는

바다 깊은 곳 조개 속에서 부터 한 소년에게로 옮겨져 땅 위로 가게 되고,

소년에게서 소녀에게,

소녀의 악세사리통에서 까치에게로,

바다 위 배, 그것도 돛 위 까치 둥지로 옮겨가고

고양이에 의해 둥지에서 배 밑 바닥으로 

고양이 주인인 선장에 의해 육지 보석 가게로 

왕궁에서 박물관으로 

하수구에서 강으로 

비버에게서 연어 뱃속으로 

어느 가정집 식탁 음식으로 

메이플 시럽 병 속으로 

비행기 타고 다시~ 


위치 변화 정말 스펙타클 하지요.


위와 아래, 바다와 육지, 배, 자동차, 비행기 같은 물리적 위치 변화 뿐 아니라

프랑스령 섬 중 하나인 것 같은 곳,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로 옮겨다니기도 하고,

섬에 사는 이름 모를 소년, 소녀에게 있기도 하고

나라에서 제일 높으신 여왕님의 머리 위에 있기도 하는 등

소유주의 신분의 변화도 겪고,

사람에게로만 옮겨가는 것이 아닌 까치, 고양이, 비버, 연어 같은 존재에게로도

옮겨 다닙니다.


보는 내내

이 그림책이 담지 못한 진주의 여행이 훨씬 많을거다는 짐작을 하게 해줍니다.

마지막 이후의 위치는 또 어디로 가게 될지도 궁금해지고 말이죠.



책에서는 시간의 변화도 느껴집니다.

처음 진주를 발견한 소년과 메이플 시럽병에서 진주를 찾은 할아버지가 동일인물로

여기도록 여러 장치들을 심어놓으셨구요,

한 아이가 왕관을 보고, 자란 후에 어떤 사람이 되는 지도 보여주고요,

비버의 댐이 무너지고,

숲의 나무가 무너진 후에 공장이 세워졌고...

그 후에 여자아이가 새총 알이 된 진주로 공장 유리창을 깨뜨리는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죠.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조개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진주로 형성되듯이,

오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도록 그리고 계세요. 




책에서는 진주의 가치도 변해요.


진주의 가치는 사랑이 되었다가, 수집품이 되기도 하고,

장난감이 되었다가,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하고

신분을 드러내주는 표시가 되기도 하고, 잡기 놀이 시 술래의 눈가리개 대용이 되기도 하고

등등


어느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그 물건의 가치는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에게 이 진주가 찾아온다면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까요?



또 변하는 것은 진주가 여행하는 자연환경이에요.

눈을 뗄 수 없을만큼 황홀한 바닷 속 풍경과 쨍한 색감의 섬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 이야기가 슬쩍 끼어들어있지요.


생활 폐수가 비버의 서식까지 흘러오고,

비버의 댐이 사라지고, 

산에 나무들이 잘리고 태워진 후 공장이 들어서는 등...말이지요.


이렇게 변화하는 것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사람의 마음이지요.


세 명의 마음을 좀 따라가 보려고 하는 데..


첫째는 진주를 처음 발견한 소년의 마음이에요. 그 마음은 사랑이구요. 

나이가 들어서 메이플시럽통에서 진주를 발견한 할아버지가 바로 그 옛날 소년이었다는 

설정이 있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오랜 시간 진주를 보면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프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 변함이 없으니까요.


둘째 진주박힌 왕관을 갖고 싶어 하는 남자의 마음이에요. 그 마음은 욕심인 것 같아요.

아장 아장 걷던 아기때부터 왕관에 혹한 남자는 성장해서도 그 마음이 바뀌지 않았어요.

하지만, 왕관을 갖고 싶다는 삐뚤어진 욕심이 도둑질을 하는 것으로 이어져요.

미수에 그치긴 했어도 붙잡히면 감옥에 가겠지요. ㅜㅜ


셋째는 자연을 사랑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이에요.

앞선 삽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아이가 사는 곳은 

비버들이 살던 곳이었고, 댐이 무너지고, 숲이 파괴되고 공장이 들어선 곳인 모양입니다.


아빠가 강에서 잡은 연어로 요리를 해주었을 때, 진주를 발견한 여자아이는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나가요. 

뭘 하나 했더니, 새총으로 진주를 총알삼아 공장 유리창을 깨뜨리죠.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인 공장에 데미지를 입히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두번째, 세번째의 마음은...보는 내내 제 마음이 아파옵니다.


책을 다 읽고 덮으니  뒷 표지가 눈에 들어와요.

진주의 여정을 따라 왔던 탓일까요?

밤하늘에 떠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진주처럼 보이네요.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하늘의 진주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조금 더 늘어나서 아직은 아름다움이 유지되길~

우리의 아이들이 예쁘고 아름다운 자연을 좀 더 누리게 되길~

바래봅니다.


이상 진주와 함께 했던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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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 꿈의 근육 세트 - 전2권
고정순.정진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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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꽤 오랜만에 읽게 되었다.

술술 읽히는, 그러나 자꾸만 옛기억으로 데려다 놓는...

그런 에세이였다.


띠동갑의 나이 차이.

성별도 다른.


그러나 같은 그림책 작가라는 점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는 점

등등을 이유로


1년간 주거니 받거니 편지형식의 글을 교환했고, 그것이 묶어져 책으로 나왔다.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 고정순

<꿈의 근육> - 정진호

이렇게 두 권으로.


내게 고정순 작가는 <가드를 올리고>, <옥춘당>으로

정진호 작가는 <별과 나> <심장 소리>로 다가온 작가이다.

두 작가의 다른 작품을 못 봤냐...그건 아니다.

다만 내게 와닿은 작품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팬층이 두터운 두 작가에 대해 사실 잘 알지도 못하고

두 사람의 팬들처럼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두 작가의 주고 받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왜 이 두 사람에게 열광하는 지 알게 되었고

책을 덮은 뒤, 두 작가의 그림책을 만나게 되면 새롭게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 이 둘, 매력이 넘친다!!


'쓰는 근육'(생활 근육)을 이야기하는 고정순 작가와 

'꿈의 근육'을 이야기하는 정진호 작가의

진솔한 글쓰기의 매력.


고작가는 정작가에게 글을 쓰며 가면없이 맨얼굴 같은 글쓰기를 했다고 했고,

정작가는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고는 있지만,

진심어린 지지와 응원이 있다면 누군가의 맨얼굴을 본다해도 마음 다치지 않을 거라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사이, 친구라고 부르는 사이

그들이 주고 받는 글에는 가면은 없고, 맨얼굴같은 진솔한 글만 있다. 


이것이 내가 느낀 매력이다.


첫인사를 어려워하고, 끝인사도 어려워하는 고정순 작가는 정작가에게

'잘 지내죠? 그래야 해요' 라고 다정스레 말하고...

'언제고 내가 돌아갈 자리가 되어 준 나의 고향, 그림책'이라 말하는 정진호 작가는

아픔이든 기쁨이든 삶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고작가 같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림책 작가로도 이미 훌륭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에세이가 앞으로도 계속 기다려질 것 같다.


고작가의 말..

웃으며 오늘을 건너라는 말이 

정작가의 말..

의외의 따뜻하고 귀여운 면모를 찾아내는 '바게트 상상력'이


계속 입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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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중에서 


우리 앞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만은 게을리하지 말아요. '우리'라는 단어가 있어 가능한 문장이 늘어 가는 요즘에 데면데면한 애정 표현 잊지 말아요. 13쪽.


왜 체조 경기 점수 중 착지 점수가 중요한지 이제 알겠어요.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어쩌면 시작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는 마지막을 위해 날마다 나는 부지런히 저물어 가고 있어요. 37쪽.


(명주실로 만든 종이컵 전화기) 우리가 글을 주고 받는 일이 종이컵 전화기 같아요. 사실 그 전화기는 상대의 소리를 온전히 전해 주지 못해요. 내 소리를 낮춰야 상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난감이죠. 그래서 늘 정 작가의 소리가 들리길 기다리며 내 소리를 낮추고 있어요. 44~45쪽. 


(고정순 작가의 초능력) 날 찾아오지 않은 행운보다 날 피해 간 불행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28쪽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이 쌓여 갈수록 내 안에 창피도 단골 마트 포인트처럼 적립되고 있어요. 그래도 멈출 수가 없어요. 첫 산문집을 내고 날마다 조금씩 쓰는 근육이 발달해요.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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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근육> 중에서


사랑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구원해요. (중략) 사랑에 맥락이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만약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이유와 목적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만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을 거예요. (중략) 도무지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음에도 우린 사랑하니까요. 전 이런 사랑의 고백들이 오늘도 지구를 지켜준다고 믿어요. 22~23쪽.


꿈을 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커피콩 신세예요. 수차례 자신감이 쪼개지고 자존감이 박살 나는 경험을 해야만 원두가 될 수 있어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원치 않는 일들을 견디고 좌절을 버텨야만 해요. 그렇게 버티고 버텨 결국 껍질이 다 벗겨질 만큼 힘겨운 모험이 끝나면 남은 것은 겨우 작은 알갱이 하나예요. 그게 바로 진짜 나, 내가 돌아가야 하는 나 자신이에요. 그리고 그 알갱이 하나가 놀랍도록 그윽한 향을 내죠. 63쪽.


근육은 찢어지고 상처 난 부분이 아물면서 성장하는 것이래요. 꿈을 좇다 보면 기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실망과 좌절이 뒤따른단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상처가 아문 자리는 우리의 꿈을 더 크고 단단하게 성장시킬 근육이 되어 주죠. 166쪽.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받았구요,

열심히 읽고서 진솔하게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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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 잠들지 못하는 사자
캐서린 레이너 지음, 정화진 옮김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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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받아 씁니다.>


알로 - 잠들지 못하는 사자 (캐서린 레이너 그림책/ 창비)



몇 년째 잠을 잘 못자는 중이에요.


낮에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도

밤이 되면 정신이 또렷또렷해지고, 잠이 싹 달아나버려요.

밤에 잠을 잘 못자니...낮엔 늘 피곤한 상태고,

피곤한 상태에서 또 할 일은 많고,

그 많은 일들 해내려니 카페인 섭취(커피)는 늘구요...

최대한 감추려고 해도 피곤한 기색은 드러나나봐요.


이왕 잠이 안오니 뭐라도 하자 싶어

밤에 이것저것 하다보니, 오히려 더 잠이 안오는 것도 같고...


요즘 주위에서 저처럼 수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음을 느껴요. 점점 더 느는 것도 같고.



암튼 지금의 제 모습이랑 공감 100%인 사자가 있어요.

이름은 알로.


사자 알로는 정말 피곤하대요.

흠~ 피곤하면 푸욱~ 잠을 자고 나면 좀 나으련만...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이룰 수 없대요. 걱정이네요.ㅜㅜ

(근데, 피곤하다는 알로의 모습이 저는 넘넘 귀여워요~ 사랑스럽구요...이럼 안되는거겠지요 ^^;;;;)



알로가 잠을 이룰 수 없는 이유는 너무 많아요.

풀밭은 자기에 너무 까칠하고, 맨땅은 너무 딱딱하고,

나무 위는 새들 땜에 너무 시끄럽고, 사막은 너무 조용하고,

낮에는 너무 더워서, 밤에는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대요.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따뜻하지만 너무 꼼지락거린대요. ^^;;;


잠 때문에 고생해보지 않았다면 모를 예민함...

그 예민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사자들은 원래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데,

잠을 잘 못 자는 알로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다시 잠들 수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한 것을 

올빼미가 듣게 되었어요.

올빼미는 잠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쭉쭉 펴요.

그 다음엔 몸을 살짝 웅크리고 두 눈을 살포시 감아요.

(이하 생략 - 강력 스포가 되니깐요^^)



알로는 올빼미가 들려주는 노랫말처럼 해보기로 했어요.

올빼미는 알로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 노래는 정말 힘이 있나봐요.

알로도 잘 자게 되었고,

올빼미도, 알로의 가족들도 모두 잘 자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올빼미'가 너무 고마웠어요.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습에서요.

또 알로도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내가 이것저것 안해본 줄 알아?' 하고 무시하거나 화내지 않고,

올빼미가 알려준 방법대로 해보다니!!! 

그 수용하는 자세는 배워야 할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감사할 줄도 알고 말이죠.

알로는 참 멋져요.^^



얼마전에 오은영박사님이 한 티브 프로그램에서 나와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잠이 안온다고 밤에 뭔가를 하면 안되고,

잠들지 않아도

불을 끄고, 눈을 감고 편안한 마음으로 누워 있는 것 만으로도

잠자는 것과 거의 흡사한 효과가 있다더라구요.



오늘 밤부터는

잠이 안오더라도

오은영 박사님이 알려준 방법과 올빼미가 들려준 방법대로 

해보려구요.


이런 저런 이유로 잠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방법으로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들에게 잠의 축복이 있기를~

평안의 축복이 있기를~



제게도 효과가 있었는지는....자보고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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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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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씁니다 *


<도시악어>


아...이처럼 강렬한 표지라니!


표지빌딩 숲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를 홀로 오롯이 받고 있는 악어의 모습이 맨 첨 눈에 들어오지만, 이 책은 꼭 표지를 펼쳐서 봐야만 한다.

앞표지와 뒷표지가 세로로 길~게 이어져 악어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윗부분은 도시에 아랫부분은 물 속에 있는~

앞면지에는 옷을 입고 있는 악어가, 뒷면지에는 옷을 입지 않은 채 아이들과 놀고 있는 악어가 보인다.



<도시악어> 속 악어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어버린다.

'그래 나도 이래~', '나도 도시에서 살아가기 벅차~' 하면서.



이 악어는 무슨 사연이 있어 도시에 살고 있는걸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니...

누군가에 의해 천변에 버려진 사연이 나온다.

원해서 도시로(천변으로) 오게 된 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 뒤, 어떻게 해서 옷을 입은 채, 아파트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지는

알려주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지금 여기에 있고, 살아가야 한단다...

아~ 살아가야 한다니~

넘 슬프게 다가오는 말이면서, 우리네 모습과도 같지 않은가!

우리도 세상에 나왔으니, 살아가야 한다고들 하지 않나.



방울토마토를 좋아하고, 햇빛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악어는 그렇게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루리 작가님은 실제의 모습을 한 악어는 순둥순둥으로 그리시고,

사람들의 의식 속 악어의 모습을 그림자로, 무시무시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이 악어의 실제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나보다.



실체가 아닌 것으로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배척하는 심리는

분리된 화면 구성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마치 손가락질하는 손 모양같다 ㅜㅜ


악어는 이렇다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모습!

악어가방, 구두, 옷이랄지 동물원 철장 속의 악어만을 바라는...

악어가 자신들의 통제 아래 있기를 바라는 모습들.



도시에서 살아가고 싶으니, 또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이 원한다면...

그들의 원하는 대로 맞춰볼까도 악어는 생각한다.

거칠한 피부도 관리받고, 이빨을 뭉툭하게 갈고, 꼬리를 자를 까도 생각했다. 다른 건 다 한다해도, 꼬리 자르는 것만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좌절이 된 악어는 자신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걸까 고민에 빠진다.



예전의 모습, 잊은 지 오래되었기에

물 속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이 안되고, 무섭기만 하다.

그런 고민만 하다 실수처럼, 사고처럼 물에 빠지게 되는 데

물 속에 온전히 들어가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악어'라는 걸!

물에서 살 수 있는 악어.

오히려 물에 살아야하는 악어임을.



물 속에서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깨달은 악어의 눈은

자신이 누군지 왜 여기 이러고 있을까 회의감에 빠져 도시를 쳐다보던 첫장면의 악어 눈과는 완전 다른 눈이다.

'나는 악어야'하는 대사도 처음과 맨 나중은 확연히 다르다.



<도시악어> 속 악어는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일 수도 있고,

이민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민자'의 모습일 수도 있고

다수자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모습일 수도 있고

(다수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겠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크리스챤'의 모습일 수도 있고,

.....

여러 상황에서 감정이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악어를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깨닫기를 바라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눈을 하고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여러번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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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화당의 여장부, 박씨 - 박씨전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3
김영미 지음, 소복이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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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화당의 여장부, 박씨>는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에 이이서

키위북스에서 펴낸 '처음부터 제대로/우리고전 세번째 이야기로 박씨전 이야기이다. 


실제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이 소설은

'병자호란'에 대한 것이 주된 이야기이다.

온갖 고초를 딛고 멋진 결말로 이끄는 것은 소설적 구성으로 

특이할만한 것이 아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여성인 박씨인 것은 남성 위주의 조선사회에서 특이할만한 것이었다.  


키위북스에서 펴낸 3편은 모두 도술쓰는 비범한 영웅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다음편도 그럴까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무슨 이야기가 될 것인가 싶어.

그리고, 1~3편으로 갈수록 책이 점점 두꺼워지는데...그 만큼 할말이 많으신 모양이다^^


이 시리즈는 참 독특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여는 말이라든지 이야기 뒷면에 덧붙인 '고전 소설 속 역사 읽기'는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만 쏙쏙 정리해주고 있어 칭찬받아 마땅하다 본다. 


이 책은 다른 문고판 책에 비해 삽화가 거의 없고,

있어도 한 챕터당 조그맣게 있는 정도인데...그 부분이 독자로 하여금 

살짝 아쉽게 느끼질만하다. 

그림이 소복이 작가님이시니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을텐데...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루함 없이 술술 읽힌다.

신기하게도 글에 집중하게 되고, 내용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는 삽화를 최소화해서 그런 것 뿐아니라 

김영미 작가님의 글솜씨 덕택이리라.


활자 크기도 크고 시원한 것이 가독성도 좋고,

도술에 변신에 전쟁이야기까지 나오니

저학년까지는 모르겠고

3~4학년 이상은 충분히 재밌어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 좋아하는 저학년도 가능할 것 같기도)


이 책 <박씨전>은 이본들이 많다.

국문 필사본이 153편, 활자본이 20편, 거기에 비교하여 주석까지 달린 교주본도 있을 만큼 엄청 인기있었던 소설이었다.

(이 책은 구활자본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박씨전>의 인기의 비결은 뭐 였을까?


그 이유는 병자호란의 치욕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남성들의 희생이 뒤따른다. 하지만 여성들의 

희생도 못지않다. 병자호란 같이 대패한 전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60만명이 청으로 끌려갔을 정도고, 이 중 절반이 여성이었다.


끌려갔던 이들 중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들에게는

환향녀라는 칭호가 붙었다. 지아비로부터 버림받고, 가족들로부터 내쳐짐을 당하고, 뒤에는 화냥년으로 불리며 손가락질 받고, 

그녀들이 낳은 자식을 호로자식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환향녀에 대한 논란은 호란이 있었던 인조부터 해서,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지속된 

사회문제였다.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그런 취급을 당하다니... 내가 다 원통하다.


무능한 임금, 무능한 아비, 무능한 남편이 다스리는 나라에 대한 분노와

전쟁에 패배한 것에 대한 분노, 적국에 대한 분노...

이 분노들이 작용하여

실제와는 반대로 적국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나왔고,  자신들의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이 이야기가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암튼 이 책 읽으면서 아이들과 역사 이야기 특히 병자호란에 대해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참, 한가지 아쉬운 점...

박씨가 있던 피화당은 초당. 즉 초가집인데

소복이 작가님이 기와집으로 그리셔서 살짝 아쉽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아 정성껏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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