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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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씁니다 *


<도시악어>


아...이처럼 강렬한 표지라니!


표지빌딩 숲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를 홀로 오롯이 받고 있는 악어의 모습이 맨 첨 눈에 들어오지만, 이 책은 꼭 표지를 펼쳐서 봐야만 한다.

앞표지와 뒷표지가 세로로 길~게 이어져 악어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윗부분은 도시에 아랫부분은 물 속에 있는~

앞면지에는 옷을 입고 있는 악어가, 뒷면지에는 옷을 입지 않은 채 아이들과 놀고 있는 악어가 보인다.



<도시악어> 속 악어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어버린다.

'그래 나도 이래~', '나도 도시에서 살아가기 벅차~' 하면서.



이 악어는 무슨 사연이 있어 도시에 살고 있는걸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니...

누군가에 의해 천변에 버려진 사연이 나온다.

원해서 도시로(천변으로) 오게 된 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 뒤, 어떻게 해서 옷을 입은 채, 아파트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지는

알려주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지금 여기에 있고, 살아가야 한단다...

아~ 살아가야 한다니~

넘 슬프게 다가오는 말이면서, 우리네 모습과도 같지 않은가!

우리도 세상에 나왔으니, 살아가야 한다고들 하지 않나.



방울토마토를 좋아하고, 햇빛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악어는 그렇게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루리 작가님은 실제의 모습을 한 악어는 순둥순둥으로 그리시고,

사람들의 의식 속 악어의 모습을 그림자로, 무시무시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이 악어의 실제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나보다.



실체가 아닌 것으로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배척하는 심리는

분리된 화면 구성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마치 손가락질하는 손 모양같다 ㅜㅜ


악어는 이렇다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모습!

악어가방, 구두, 옷이랄지 동물원 철장 속의 악어만을 바라는...

악어가 자신들의 통제 아래 있기를 바라는 모습들.



도시에서 살아가고 싶으니, 또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이 원한다면...

그들의 원하는 대로 맞춰볼까도 악어는 생각한다.

거칠한 피부도 관리받고, 이빨을 뭉툭하게 갈고, 꼬리를 자를 까도 생각했다. 다른 건 다 한다해도, 꼬리 자르는 것만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좌절이 된 악어는 자신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걸까 고민에 빠진다.



예전의 모습, 잊은 지 오래되었기에

물 속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이 안되고, 무섭기만 하다.

그런 고민만 하다 실수처럼, 사고처럼 물에 빠지게 되는 데

물 속에 온전히 들어가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악어'라는 걸!

물에서 살 수 있는 악어.

오히려 물에 살아야하는 악어임을.



물 속에서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깨달은 악어의 눈은

자신이 누군지 왜 여기 이러고 있을까 회의감에 빠져 도시를 쳐다보던 첫장면의 악어 눈과는 완전 다른 눈이다.

'나는 악어야'하는 대사도 처음과 맨 나중은 확연히 다르다.



<도시악어> 속 악어는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일 수도 있고,

이민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민자'의 모습일 수도 있고

다수자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모습일 수도 있고

(다수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겠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크리스챤'의 모습일 수도 있고,

.....

여러 상황에서 감정이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악어를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깨닫기를 바라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눈을 하고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여러번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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