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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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여느 자서전들이 ' 나는 이런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이런 성공을 거두었어요..' 인것에 반해
이 책은 1.2차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의 시절을 보냈던 한 소년의 성장기,가족사를 담은 이야기라 하겠다.

즉 자신의 승리와 성공을 부각하기보다는 50대 후반의 러셀이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며 진솔하게 담은 글이다.

 

저자가 이런 자서전을 내게 된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인생의 중심이 되어 주었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기억의 이펀 저편을 넘나드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만 내달렸던 자신을 깨닫고 현재의 자신이 있게한 과거 세계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되돌아보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솔직하고 진솔한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들에 더욱 잔잔한 감동과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런 진심이 통해서인지 이 책은  퓰리처상 자서전 부문 수상작이다.

 

내용을 보면 저자를 둘러싼 가족들과 친척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아들의 출세를 향한 집념의 어머니가 있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열정이 한편 '압박'이기도 했지만, 항상 긍정적인 어머니의 응원이
좌절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부갈등, 홀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삶, 어려운 환경 속의 이산가족, 형제 친척들간의 돈독한 우애, 친구들과의 우정, 사랑하는 배우자를 찾는 과정.. 등등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내용도 달라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저자의 해군 비행단 시절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집착하고 욕심을 앞세울 때보다
마음을 비우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할 때 만족스런 결과를 얻게 됨을 새삼 깨닫게 하였다.

 
더불어 저자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을 얻는 과정에서
속칭 '연애 따로.. 결혼 따로..' 라는 방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는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배경'보다는 '사랑'을 택한 저자의 용기에 흐믓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책을 다 읽고 개인적으로 '나'보다는 나를 둘러싼 가족들과 부모님들, 친구들, 할머니 세대까지 생각을 해 보게하였고
그냥 공기처럼 그 소중함을 모르고 소홀하게 지내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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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 행복한 삶을 위한 예일대 의대 교수의 사려 깊은 처방전
셔윈 눌랜드 지음, 김미정 옮김, 임기영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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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젊은세대의 성공적인 삶의 방법을 소개하는 것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책은 행복한 노년을 위해 나이를 잘 먹는 비법을 깊이있게 알려주고 있다.

 

의학이 발달되고 문화,경제,사회적으로 성숙되면서
점차 고령화 사회에 진입되어 있고, 우리는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삶에서 나이든 세월을 훨씬 더 많이 영위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럼으로써 젊은시절부터  지혜와 지식을 갖추고 '늙는다'는 사실을 대면하여야 하고 고령의 세월에 대비해야
보상받는 노년의 삶이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가 예일대 의대 교수을 역임해서인지
노화에 대해 생물학적, 과학적인 근거를 두고 소개하여 더 현실감이 있게 느껴진다.
 

또한 저자는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사는 실제 모델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고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공통부분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잘 나이를 먹고 활기차고 바람직한 노년의 삶에 대해 깨닫게 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축복이다'라고 말하는 저자...
젊은 것을 우선시하는 현재의 사회 현실 속에서 이율배반적? 아닌가 했는데,
삶이 영원할 것 같은 젊은시절엔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치기어린 삶을 산다면
한정되어 있는 삶을 인식하고, 이성과 신중한 현실감각을 가지고 보다 더 삶을 잘 제어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나이드는 삶은 더 성숙된 차원의 삶이 되게 하므로 그러한 것 같다.

 

(한계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귀중해지고, 그 가치는 더해지고,
감사의 마음은 배가 되며, 삶을 음미하는 능력 또한 커지기 때문..)

 

또한 노년의 삶에서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노화를 받아들이것 또한 매우 중요한 사항인 것 같다.

젊은시절 노년에 대한 대비가 없이 무심하게 무방비적으로 노화를 맞는다면 거부하게되고 부정적이되어 불행한 노년이 되겠지만
노화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차근차근 축적하고 정신적으로 잘 받아들인다면 노년의 삶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나이든 삶의 모습이 될 것이다.

 

노화가 불러오는 부정적인 것들에 휘들리지 말고, 우리의 삶을 최대한 잘 사용하여
인생의 창고로 부터 삶의 풍요로움을 좀 더 많이 끄집어 내어
잘 나이들고 늙어가는 삶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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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평단 Great Classic 8
손무 원작,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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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은 난세가 계속되었던 춘추시대에 병법가 손무가 전쟁의 원리와 원칙을 담은 고전이지만,
현세에 와서도 그 일화나 병법들이 특히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회자되고 인용되고 있어 어찌보면 고차원의 철학서인 듯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노자와 교분이 깊은 손빙이 아들 손무에게 노자의 가르침을 전수했고,
손무는 공자와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면서 공자의 사상을 존중하였기에 공자와 노자의 영향을 받았던
<손자병법>은  뛰어난 전쟁교과서이지만 그 밑바탕엔 인본주의가 깔리어 있어 철학서로서의 느낌도 받게 된다.

 

이 책에서 최상의 병법술은 간략히 손무와 공자와의 대화로 요약될 수 있는데,
손무의 병법을 읽은 공자는 크게 감탄하며
" 선생의 병법은 세가지로 요약되는군요. 첫째는 싸우지 말고 이겨라. 둘째는 이겨 놓고 싸우라. 셋째 신속하게 승리하라.
앞으로 땅의 도리를 이만큼 밝혀내기 힘들 것이오."
라고 말하며 더불어 전쟁의 정정당당해야 함을 추가적으로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같이 손무는 손자병법에서 싸워서 이기는 방법 중의 최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이 최선중의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쟁을 하면 자국은 물론 상대국도 큰 피해와 손실이 발생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전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아주 많게 된다.
그러므로 그 피해를 최소화 하고 온전하게 두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의 용병술인 것이다.

 

책 내용 중에는 중원의 패권다툼이 난무하며 난세를 이어오면서 행해졌던 춘추전국시대의 왕들과 영웅호걸들의 일화들을
소설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데, 보면서 공통된 진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든 '지나침은 부족한 것 만 못하다'는 이치가 들어있다.
즉 주색잡기가 과하면.. 명예욕이 과하면.. 정복욕이 과하면.. 지나친 충성이.. 이간질이.. 과한 이는 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원리를 대입해보면
적을 알기도 전에 자신의 욕심과 경거망동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부터 졌으니 그 결과는 당연하게 귀결된다.

 
인간의 욕심과 야망은 끝이 없을 텐데..
손무는 자신의 병법서를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전에서도 행해 보였는데,
약했던 오를 도와 10년간 오가 초를 누르고 월을 속국으로 거느리며 또 제나라까지 제압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후에,
높은 관직을 내려놓고 은둔을 택한 용기가 대단해 보인다.
그렇게 개인의 사리사욕에 집착하지 않고 사심을 버렸던 손무를 비롯 손빈이었기에 그들의 말로는 평안했고
천하의 병법서를 남기게 된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의 용병술이 많이 겹쳐졌는데,
<손자병법>에 나온 전략과 전술들이 활용되고  뛰어난 지혜와 용병술로  큰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의 공이 새삼 훌륭하게 생각되었다.

더불어 또 한편 드는 생각은
부디 정치를 하시는 나랏님들이 이<손자병법>을 교본삼아
백성(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를 절제하는 도량과 국가의 안위에 힘쓰는 정치를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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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기병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29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지음, 권미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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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기병 - 상,하>

이책은 주인공 마누엘이 숙명과도 같은 나디아를 만남으로써 그녀에게 남겨진 유품 중 라미로의 사진들을 통해
그를 둘러쌓던 과거의 기억과 상처들을 돌아보고 회상하며 자신의 정체성 또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가족사인 외증조부를 비롯해 외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경우는 스페인의 비극적인 역사와 시대상황이 맞물려 표현되고 있다.
쿠바전쟁과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기간 등 전후 세대의 삶의 모습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사랑, 교육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그저 먹고사는 것에 급급한 삶을 살수 밖에 없다.
즉 전쟁과 혼돈의 역사는 국민들에게 자기주도 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불행한 삶의 낙오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불우한 시대 상황은 우상시 되고 영웅의 삶을 사는 듯 보였던 갈라스 소령의 삶도 마찬가지여서
그는 자기에게 다른 운명은 존재하지 않은 듯 전쟁과 조국에대한 자신의 충성을 다하지만
가족을 등지게 하고, 사랑치 않은 여자와의 사이에 나디아의 탄생 등 굴곡진 삶을 살고 그에 대한 자책감과 회한을 담고 살아간다.

 
이런 마히나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서 벌어진 하나의 미스터리 사건..
카사 테라스 토레스의 벽속에 생매장된 채 발견된 부패하지 않은 미라 여인의 발견과 사라진 시신..
개인적으로 책 초반부에 다뤄진 그에 대한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채 등장인물의 설명 속에 간간히 들추어내기만 하여
갑갑증을 느끼기도 했고, 왜 저자가 사실적인 묘사와 내용속에 뜬금없이 그런 사건을 개입시켜 놓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마지막에 그 실체를 드러내긴 했지만, 어찌보면 그 여자 미라의 모습은
스페인의 비극적 역사 속에 많은 것을 박탈당하고 빼앗긴 전후 세대들의 삶과 꿈들이 고스란히 생매장 당한 것을 상징하는 듯 생각되기도 한다.
사건의 사실과 전모를 알면서도 침묵한채 죽은 마누엘 외증조부의 모습은
스페인 역사의 상처와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않은 국민들의 심정과 마지막 자존심의 모습은 아닐런지...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어린시절을 보낸 주인공 마누엘은 그러한 앞선세대들의 삶을 닮고 싶지 않고
청년이되자 도망치듯 고향 마히나를 떠나  동시통역사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지만..
그의 삶은 결국 이방인처럼 행동하는데 익숙하고, 인스턴트적인 사랑에 허망함을 느끼며, 삶에 대한 확신이 서있지 않아
자취 없는 그림자처럼 부유하며 정신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살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그러한 마누엘의 삶의 모습은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도시인들의 고독과 고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 생각되기도 한다.
자기 자신과 욕망 감정에 대한 불안.. 현실에 끌려다녔던 성급함..  점점 커져만 가는 맹목적인 조급함..
그런 인생의 두려움의 골격만 남아 있는 있는 마누엘은
나디아를 다시 조우함으로써 그녀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비로서 그의 방황은 정리된다.

그런 마누엘의 삶의 모습은  마치 나디아와 함께 하는 삶과  그 이전의 삶으로 나눠지는 듯 보여지며
도망치려 했던 선조세대의 모습과 고향 마히나가 그동안 살면서 자신에게 속해 있었던
복잡한 상황들에 대한 이유와 소중함을 발견하며 아팠던 상처를 치유하며 정체성을 회복한다.

 

폴란드 기병의 그림에서 묘한 기운을 느껴 영인본을 구입하여 바라보던 갈라스 소령..
어찌보면 오로지 결정된 한가지 삶만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그는
늘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얼음장 같이 차거운 도전과 외로운 결심으로 일관했던 자신의 삶의 모습을
기병의 얼굴에서 발견하고 자신의 정신적인 자화상에 한줄기 위안을 받듯 바라보며 산 듯하다.

마찬가지로 마누엘 역시 상황은 다르더라도 삶에 대한 정신적인 고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폴란드 기병의 그림을 접했을 때의 신비스러운 기운을 경험한다.
마치 그림 속의 폴란드 기병은 그들에게 어떤 정신적인 위안과 구원과도 같은 느낌으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 내용 중 저자는 패잔병처럼 늙어가는 초라한 노년의 삶의 모습에 대해 상세하게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다.
그 모습들은 삶을 저당잡힐 수 밖에 없었던 전쟁 전후 세대들의 말로가 음울하게 만들기도 했고,
청춘이 영원하지 않듯, 언젠가 우리 인생에서도 닥쳐 올 노화와 죽음 모습을 일깨워 주고 있는 듯 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그래서 찰나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면..
어쩌면 그 영원같은 순간들의 사진들은 우리가 다시 보고 기억하고 회상하여야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묻혀져 버린 종이에 불과 할지도..
그런 의미에서 책 속에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스페인의 비극적인 현대사와 삶의 모습들을 재조명한 것은 아닐지..

 

불완전한 사랑으로 형체는 사라지고 밀랍인형으로 남은 미라가 된 여인.. 라미로가 찍어 보관한 수많은 사진의 기록들..
무시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와 진실, 처참한 기억의 상처를 보듬고, 그 숨어있는 상처를 극복하고 화해하여야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런 과정을 통하여 완전한 사랑과 삶을 꿈꾸는 마누엘 개인사와 스페인 역사의 앞날의 다짐과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스페인하면 정열의나라, 투우의 나라, 플라멩고, 레알 마드리드(축구)..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는데,
이책을 통해 스페인의 현대사와 4세대를 아우르는 그들의 삶에 대해 알게하는 기회가 되었고,
한편 한국전쟁과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충돌을 경험한 우리나라 시대상황과도 비슷한 부분도 많아
역사와 세대간의 상황을 다양하게 접목시켜 생각해 보게하는 책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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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을유세계문학전집 25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김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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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한마디로 참 '매력적인 소설' 이다.

푸슈킨이라면 그의 시한구절 모르는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대가여서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있었지만,
사실 '시로 쓴 소설'이란 부제를 보고 나의 감수성을 총 동원해서 읽어야만 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책을 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구구절절 미사여구 또는 장황한 표현 등으로 엮어놓은 그 어떤 소설보다
읽는 즉시 그 의미와 내용이 와닿는 것이다.
간결하면서 명쾌하게 그리고 적확하게 표현된 문체가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장황한 문구들이 아닌데도, 직설적인 표현이되 그 적확성에
마치 숨김없이 들려주는 독백처럼.. 극의 나래이션처럼.. 또는 대본의 지문처럼.. 극의 연사의 설명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동안 그 상황이  절절히 와닿았다. 

하기사 푸슈킨이 햇수로 9년에 걸쳐 완성시킨 작품이니 그 완성도야 의심할 여지가 없으리라..

 

전체적인 소설의 줄거리는 복잡할 것 없이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으로 간단하다.
흔한 말로 표현하자면 사랑했지만, '사랑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이루어지지 않은 애틋한 남녀의 사랑이야기'쯤 될것 같다.

하지만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감정의 흐름과 생각의 변화,  처해진 상황과 현실에 따른 삶의 자세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상류사회 사교계의 가식적이고 나태하고 속물적인 것에 권태와 염증을 느꼈던 오네긴..
역시 사교계에 속해있지만  흥미와 의미없고 공허함을 느꼈던 타티아나..
둘은 어쩌면 처해진 세속적인 사회 상황에서도 의식은 깨어있던 부류로
서로를 알아보고 끌릴 수 밖에 없지않았나 싶다.
(어찌보면 남녀관계에서도 서로 정신적인 생각하는 코드가 맞아야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는 경우가 많으니..)
 

요즘으로 보자면 오네긴은 어쩌면 매력넘치는 '나쁜남자 캐릭터' 일지도 모르겠다..
속으론 권태롭고 하찮게 생각하는 사교계이지만 실상에선 주목을 받게 행동하는 인물이며,
타티아나의 애틋한 사랑고백도 설교하듯 가볍게 물리치고,
친구인 렌스키의 소심한 사랑을 조롱하여 결투로 이어지게 하여 죽음으로 치닫게 했으니 말이다.

한편, 그런 소설의 내용의 한 사건처럼
실제 작가인 푸슈킨이 렌스키처럼 결투를 하다 적지 않은 나이(37세)에 목숨을 잃었다니 아이러니하다.
 

젊은시절 인생의 허무를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예브게니 오네긴..
정작 사랑이 절실했던 시점엔 이미 늦어버린 오네긴의 사랑고백에..
타티아나의 답변..
' 행복은 그토록 가능한 것이었는데,
그토록 가까이 있었는데!........그러나 운명은 '
 

오네긴과의 사랑은 이제 지나간 버린 추억으로 선택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타티아나..
그녀의 선택은 어찌보면 우리네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타티아나의 애달픈 고백이
예전에는 깊게 생각지 않았던..
삶의 과정 속에 소중하게 생각치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사라져 보낸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한다.
그만큼 나도 허무히 버리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회상하고 아쉬워하는 연륜(성숙)이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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